목요일에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마누라에게 전화가 오더군요. <div>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목소리로 '아저씨 저녁 바깥에서 먹자 좋은일 생겼어!' 라고 합니다.</div> <div>그래서 뭔데 하고 물어보니 '이따 갈켜줄게 회사앞에서 기다려요' 하는겁니다.</div> <div><br></div> <div>아 그래서 직장에서 승진했나? 아직 그럴 연차가 아닌데..</div> <div>혹시 둘째가??? 첫째도 아직 애기라서  요새 피임 완벽하게 하는데..</div> <div>뭐지뭐지 하면서 궁금증에 저녁시간을 기다렸습니다..</div> <div><br></div> <div>저녁을 간만에 바깥에서 고기 써는데가서 얘기하는데..</div> <div>마누라가 '궁금해 죽겠지? ㅎㅎ 아저씨땜에 꽁돈 생겼어' 하는겁니다.</div> <div>'머 내꺼 환불했냐? 아님 머 환급금 받았어?'하고 물어보니</div> <div>'아저씨 돈 2000불쯤 잃어버린거 같지 않어?' 하면서 은근슬쩍 운을 뗍니다.</div> <div>속으로 '아 내 비자금 500불 현금으로 뽑아놓고 신발안에 넣어놓은거 들켰나? 아닌데 그건 확실히 500불인데'</div> <div><br></div> <div>'뭔데뭔데?' 하고 다그치니</div> <div>'아니 오늘 아침에 당신 옷장에서 세탁소 가지고 갈 양복 꺼내다가 거기 무슨 배선함이 있더라고 궁금해서 열어봤지'</div> <div><br></div> <div>거기까지 말하고 나니 갑자기 생각이 납니다 몇년간 묵혀뒀떤 비상주머니!!</div> <div>제가 총각시절 지진이 많이 일어나는 미서부 특성상 지진났을때 황급히 빤스바람으로 들고 나갈 그 비상주머니 ㅜㅜ</div> <div>간단한 건조식량과 구급킷, 배터리, 라디오 같은거 들어있고 제가 혹시나 몰라서..</div> <div>100불짜리도 20장 모아서 똘똘 말아서 같이 넣어뒀거든요..비행기라도 타야될지 모르니..</div> <div><br></div> <div>마누라한테 다시 물어봤습니다.</div> <div>'그 이머전시박스에서 돈 꺼내갖고 지금 저녁식사하자고 하는거냐? 와 그거 나 총각시절에 준비해놓은건데..</div> <div> 가족이 둘 더 늘었으니 돈을 더 넣어야지 그걸 홀랑 꺼내서 저녁먹자고 하는거냐?'</div> <div>하고 그동안 그 돈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었던 울분을 토해냈는데..</div> <div><br></div> <div>'아니 돈이 너무 많잖아 조금 빼고 내가 다른거 여러가지 넣었어 </div> <div> 유통기한 다되가는 건조식량도 다시 아마존에서 주문하고 울 가족사진이랑 연락처랑 콘돔같은거'하면서</div> <div><br></div> <div>해맑게 웃는데..와 이건 한대 쥐어박고 싶은 마음이 가득 ㅎㅎㅎ</div> <div>'콘돔은 왜?' '아니 아저씨 워킹데드 마누라 봤지? 재난나서 임신해서 다니면 엄청 고생한다고!!'</div> <div><br></div> <div>할말이 없어서 그냥 허탈하게 웃었습니다.</div> <div>와 이 철없는 마누라가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습니다..</div> <div>진짜 한푼두푼 모아서 2000불 만들어서 총각시절에 넣어놓은건데..</div> <div>그 자리에서 고기맛도 싹 달아나더군요 ㅜㅜ</div> <div><br></div> <div>남편분들 </div> <div>비상금은 까먹지 말고 주기적으로 확인해서 옮겨놓읍시다..</div> <div>저같은 꼴나지마시고요 ㅜㅜ</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