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 으읍!!" <div>나는 지금 칠흑같이 어두운 방 안에 결박된 채 앉아있다, 입에는 걸레로 만든 재갈이라도 물렸는가 쓴맛과 역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여긴 어디지?</div> <div>"아 두분 다 일어나신 모양이군요, 그럼 이제 게임을 시작하겠습니다."</div> <div>게임이라니? 지금 사람 붙잡아 앉혀놓고 무슨소리를 하는거야? 누군지 물어보고, 꺼내달라고 외쳐보아도 웅얼대는 말만이 밖으로 새어 나온다.</div> <div>"안녕하십니까! 지금부터 하실 신뢰 게임의 주최자입니다! 지금부터 게임의 룰을 천천히 설명드릴테니 잘 듣고 게임에 임해주세요."</div> <div><br></div> <div>"게임의 룰은 간단합니다, 곧 결박을 풀고 불을 켜드릴건데 뒤를 보시면 참가자들의 이름이 적혀있을 것입니다, 그 이름을 잘 보시고 가장 죽었으면 좋겠다! 하시는 분의 이름을 써 주시면 됩니다, 기권표는 당연히 안되시구요! 만약 참가자들의 득표가 모두 똑같으면 여러분들을 그 방에서 꺼내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높은 수의 표를 받으신다면 그 사람은 죽고 다른 참가자들에게 10억의 상금이 수여되겠습니다! 그럼 20분 후에 개표하겠습니다."</div> <div>무슨 소릴 하는거야, 이거 방송 몰래카메라야?</div> <div>'삭' 잠깐 생각하는 동안 절삭음과 함께 재갈과 손,발을 묶고있던 매듭이 풀렸다.</div> <div>"뭐하는짓이야! 빨리 꺼내 줘!"</div> <div>옆방에서 비명소리와 함께 문을 쾅쾅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덩달아 나도 불이 켜지고 문을 두드렸지만 주최자의 말은 끊어졌고 몇 분간의 소음도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잦아들었다.</div> <div>더 이상 응답이 없는데다가 꺼내 줄 의향이 없는 걸 나는 확신하고 나와 다른 참가자는 점차 정신에 안정을 찾아갔다.</div> <div>"저...저기...."</div> <div>옆방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div> <div>"모두가 죽지 않으려면 그냥 참가자 명단 신경쓰지 않고 자기 이름만 쓰면 되지 않을까요? 모두가 살 수 있잖아요."</div> <div>그 말에 나는 무심코 뒤쪽 벽의 참가자 명단을 쳐다보았다</div> <div>-참가자 명단</div> <div> 1 . 김 정 수</div> <div> 2 . 강 민 석</div> <div><br></div> <div>두 명? 게다가 다른 한명은 익숙한 이름이다.</div> <div>"민석이? 민석이야?"</div> <div>"저...정수야!? 진짜 너야?"</div> <div>내 중,고등학교 동창인 민석이였다. 나는 안심하고 민석이에게 말했다.</div> <div>"민석아! 그냥 우리 각자 자기 이름 쓰자, 나도 내 이름 쓰고 너도 니 이름 쓰고 나가는거야!"</div> <div>"아..알았어! 내 이름 쓸게!"</div> <div>나는 한쪽 구석에 마련된 작은 테이블에 있는 펜을 쥐고 위에 있던 노트에 내 이름을 적기 시작했다.</div> <div>김...정..ㅅ........</div> <div><br></div> <div>이름을 쓰며 나는 여길 나가서 경찰에 바로 신고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이름을 쓰고 개표 시간동안 가만히 앉아서 생각을 곱씹었다.</div> <div><br></div> <div>"10억의 상금이 수여되겠습니다!"</div> <div>그 때 주최자가 했던 말이 계속 머리를 맴돌았다, 10억....10억이면 빚도 값고 집도 전세로....아니 그냥 지방에 적당한 집 구해서 놀고 먹어도 살 수 있다..10억만 있으면.. 어차피 저녀석은 자기 이름 쓸거고 그러면 그냥 쟤 이름 쓰고 10억을 꿀꺽해?...</div> <div>아냐 학생때 우리 추억이 얼마나 많은데!, 나는 생각을 고쳐먹었다, 하지만 계속 10억을 생각할수록 민석이가 학창시절에 내게 한 안좋은 일들만 자꾸 생각났다, 수학여행때 내 음료수에 설사약을 섞어 버스 안에서 망신줬던 일, 좋아했던 여자애를 자기는 원래 몰랐다는 듯이 대놓고 사귀기 시작한 일...한번 생각이 드니 끝이 없었다.</div> <div>'그래 저 새낀 친구도 아니었어 그냥 10억 타 먹자, 난 모르는 일이야'</div> <div>나는 종이의 내 이름을 지우고 민석이 이름을 적었다.</div> <div>시간이 지나 개표시간이 되자 다시 주최자의 말이 들려왔다.</div> <div>"자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럼 이제 결과를 보여드리겠습니다!"</div> <div><br></div> <div>-철컹! 스르륵...</div> <div>굳게 닫혀있던 철문이 열리고 나는 잽싸게 방 안에서 뛰쳐나왔다, 일말의 죄책감일까 아니면 10억을 빨리 받고싶다는 몸부림일까 했지만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10억에 대한 기쁨이 더 컸으니까 말이다, </div> <div><br></div> <div>옆 방에서 뛰쳐나온 민석이를 보기 전 까지는.</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