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아마.... 30대 중반 이전의 분들은 이해하기 힘든 내용입니다. </div> <div><br></div>고향에서 나름 신동 소리를 듣던 나는 고향을 떠나 인근 도시로 고등학교를 진학했다. 내가 고등학생이 되고 느낀 건은 나는 절대 신동이 아니었다는 <div>것과 도시에는 고향에 없는 신기한 것이 많다는 것이었다. 뭐.. 중학교 때까지 나는 우물 안 개구리, 시골 촌놈 이었다는 것이다.</div> <div>도시에서 신기한 것 중의 하나는 극장이었는데 극장이 없던 고향에서 학교 강당에서 틀어주는 저화질의 영상을 보거나, 간혹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버스를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대절해 단체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관람으로 반공 또는 심하게 국뽕을 빨아댄 영화를 보던 시골 촌놈이었던 내가 도시로 진출하면서 새롭게 생긴</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고품격 취미는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바로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영화감상이었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나는 수업이 끝나면 교복을 벗고 나이 들어 보이기 위해 집에서 몰래 챙겨온 아버지 작업복을 입고 극장으로 달려갔다. 내가 주로 방문하는 극장은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개봉관이 아닌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약간은 철 지난 영화를 상영하던 가격도 약간 저렴하고 영화 2편을 상영하는 동시 상영관이었다. 평일 밤 시간대라 그런지 당시</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극장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내가 원하는 자리에서 (심지어 지정 좌석도 아니었다.) 주변 사람 눈치 보지 않고 웃긴 장면에서는 크게 웃고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무서운 영화를 볼 때는 큰소리로 소리 지르며 마음껏 영화를 볼 수 있는 곳이었다. 물론 좋지 않은 추억도 있는데 (심지어 영화까지 정확하게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기억한다.)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라스트 모히칸이라는 영화를 볼 때 극장에 나를 포함 3명의 관객이 있었는데, 내 뒤에 있는 어떤 아저씨가 슬며시 다가오더니 내 귀에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혓바닥을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집어넣고 핥.. 아.. 시벌.. 지금 생각해도 욕 나오고 토가 나올 거 같다. 지금 같았으면 혓바닥을 뽑아 귓구녕에 박아버리든지 가만히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두지 않았겠지만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당시 순진한 10대였던 나는 바로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극장을 뛰쳐나와 집까지 울면서 갔던 기억이 난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뭐.. 그래도 극장은 계속 다녔다. </div> <div><br></div> <div>그렇게 내가 극장을 다니기 시작한 1992년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엎는 한 편의 영화가 개봉했다. </div> <div><br></div> <div>바로 원초적 본능.. 지금 보면 "이게 뭐가 야하다고 그 호들갑이야?" 하겠지만 당시에는 획기적이었다. </div> <div>쉽게 말하면 지금 걸그룹들이 입고 나오는 의상을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 당시에 입고 나왔다면 아마 영구 출연 정지당했을 그런 노출에 민감한 사회 분위기였다. </span></div> <div><br></div> <div>우리 반에는 원초적 본능을 본 용자와 보지 못한 겁쟁이 두 부류로 나뉘었다. 선생님들과 극장 관계자들의 감시를 뚫고 먼저 원초적 본능을</div> <div>감상한 용자들은 애들을 모아 놓은 뒤 의자에 앉아 샤론 스톤이 취조받을 때 다리 올리는 장면을 흉내 냈고 우리는 그 더러운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자태를 보며 </span></div> <div>부러워하다 나와 친구 다섯 명은 원초적 본능 원정대를 결사했다. 우리는 각자 나이 들어 보이는 복장을 하고 극장 근처에서 만나기로</div> <div>했다.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아버지 양복을 입고 온 놈, 면도하지 않아 콧가에 송송 올라온 솜털같은 코털을 달고 온 놈, 그리고 생긴 자체가 늙은 태국인 같은 놈...</span></div> <div>우리는 만일 극장 근처에 잠복하고 있는 사복 교사들에게 잡혀도 절대 같이 죽지 말고 개별적으로 장렬히 전사하자고 결의했다. </div> <div>(당시 원초적 본능의 악명이 하도 높아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거의 모든 고등학교 남자 교사들이 잠복해서 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을 잡아내고는 했다.) </span></div> <div>매표소에서 표를 끊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매표소 직원은 17세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40대 중후한 모습을 가진 나를 전혀 의심하지 않고</div> <div>표 5장을 내줬다. 나는 친구들에게 표를 한 장씩 나눠주며 "이제 개인플레이다! 걸리면 혼자 죽는 거야!" 라고 강조하고 우리는 뿔뿔이</div> <div>흩어져 각개전투식으로 극장으로 진입하기로 했다.</div> <div><br></div> <div>드디어 영화 상영시간이 임박해 사람들이 극장 안으로 입장하기 시작했다. 나는 다른 친구들과 달리 외모만 품격있고 연륜이 있던 것이 아니었다. </div> <div>그동안 혼자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극장을 다니며 터득한 고개 숙이지 않고 노안을 뽐내며 당당히 사람들 무리에서 입장하는 나만의 스킬이 있었다. </span></div> <div>그렇게 유유히 극장안을 입장하는 데 친구 한 녀석이 갑자기 나를 끌어안더니 "이 자식도 ** 고등학교 학생이에요!!" 라고 소리 질렀다.</div> <div><br></div> <div>"놔라.. 이 새끼야.."</div> <div><br></div> <div>처음보는 선생님이 (아마도 다른 학교 선생님이었을 것이다.) 나를 일본 장군처럼 끌어안고 있는 논개처럼 나를 안고 있는 녀석에게 다가왔다.</div> <div><br></div> <div>"너 ** 고등학교 다녀? 학생이야?"</div> <div><br></div> <div>"아니에요. 저 대학생이에요. 얘는 처음보는 애인데요. 사람 잘못 봤나 봐요."</div> <div><br></div> <div>"그러세요? 그럼 어느 대학 무슨 과에요?" (이때 선생님은 내 외모를 한번 스윽 살펴보더니 설마 고등학생이 이렇게 삭았겠어? 하는 표정이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나는 그 때 멍청하게 아니 뇌가 순수하게 왜 그랬을까.... </div> <div><br></div> <div>"저 **대학교 문과에요!" </div> <div><br></div> <div>"나와 이 새끼야.." </div> <div><br></div> <div>그렇게 나는 논개처럼 나를 붙잡고 있는 녀석과 같이 극장 밖으로 끌려 나왔다. 극장 밖에는 우리보다 먼저 걸린 녀석들이 무릎 꿇고 </div> <div>손들고 있었다. 그날 난 논 개같은 새끼 덕분에 원초적 본능 감상이라는 일탈을 며칠 후로 미룰 수 있었다.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