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점심 부장님께서 오랜만에 낮술이나 한잔 하자며 사무실 밖으로 나섰다. 성실한 월급쟁이가 평일에 무슨 낮술이냐며 거절했어야 했지만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오늘따라 낮술이 땡겼다. 우리는 그나마 사람이 없는 홍대 앞 식당들을 찾아 헤매다 발견한 곳은 어느 닭갈빗집..</span></div> <div>손님이 없어 그런지 나란히 앉아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던 사장님으로 보이는 아저씨와 아르바이트 학생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했다.</div> <div>닭갈비 2인분에 소주 한 변을 시키고 기다리는 데 뭔가 불안해 보이는 모습의 아르바이트 학생이 닭갈비와 반찬 그리고 소주를 우리 테이블에 </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내려놨다. 잠시 후 우리 테이블에 다시 돌아온 학생은 뒤집개를 가지고 닭갈비를 조리하는데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는지 많이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어설픈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모습이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저기 이거 잠시만 저 주실래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나는 참지 못하고 학생의 뒤집개를 받아 내가 직접 뒤집고 요리했다. 어느 머리 없는 아저씨의 현란한 손놀림을 바라보는 아르바이트 학생은</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자신도 모르게 "와..." 라며 감탄하고 있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렇다.. 취사병으로 제대한 뒤 MT 가서 30마리가 넘는 닭을 튀기다 온 적도 있고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닭갈비 전문 식당에서 1년 동안 아르바이트를 했으며 첫 직장조차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닭을 튀기는 회사였던 나는 얼마 되지 않는 진정한 닭 마스터였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렇게 닭갈비와 소주 한 병을 마시고 사무실에 들어온 뒤 예전 닭갈빗집에서 일하던 추억이 떠올랐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세상에 고기란 삼겹살밖에 없는 줄 알던 내가 닭갈비라는 새로운 고기를 맛본 것은 제대하고 나서였다. 학교 근처의 친구 녀석 자취방 앞에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닭갈빗집이 오픈했다. 그리고 개업 기념으로 소주나 음료수 한 병 서비스가 아닌 파격적인 닭갈비 1+1 이벤트였다.</span></div> <div>친구 녀석과 함께 찾은 그 식당에서 닭갈비를 처음 맛보게 되었고 매콤하고도 달곰한 그 맛에 우리 둘은 흠뻑 빠지게 되었다. 하지만 나와 친구는 </div> <div>형편이 넉넉지 않아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맛있는 닭갈비를 자주 먹을 수 없어 항상 풀이 죽어 있었다. 하지만 돈이 없어 풀은 죽었을지언정 우리에게는 아직 입이 살아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있었다.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나와 친구 녀석은 과 선배, 친구들에게 열심히 그 닭갈비 집을 입소문 냈다. 우리는 집요한 나이트클럽의 삐끼처럼 과 사람들을 집요하게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현혹한 뒤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들의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지갑을 열게 하였다. 아마도 사장님 입장에서는 우리는 은혜 갚은 까치보다 더 고마운 존재였을 것이다.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남자 사장님께서 주로 카운터와 서빙을 보며 닭갈비를 뒤집어 주고 밥을 볶아 주셨는데, 취사병인 내가 봤을 때 사장님의 손길은 숟가락을 처음</div> <div>들고 밥을 떠먹는 아이처럼 뭔가 불안하고 어설퍼 보였다. 결국 "저희가 직접 해 먹을게요." 라면서 내가 뒤집개를 들고 일어서서 조리했고</div> <div>그 모습을 몇 번 바라본 사장님은 어느 날 우리 테이블로 오시더니 내게 한 가지 제안을 하셨다.</div> <div><br></div> <div>"손님 식사 중에 죄송한데 혹시 전에 닭갈비 집에서 일해 본 적이 있으세요?"</div> <div><br></div> <div>"아뇨. 닭갈비도 여기서 처음 먹어본 건데요."</div> <div><br></div> <div>"워낙 잘하시길래.."</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아! 제가 취사병 출신이라 그래요. 제대한 지 몇 개월 되지도 않았고."</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군 생활을 아주 제대로 잘하셨나 보네요. 그런데 혹시 우리 가게에서 아르바이트 한 번 해볼 생각 없어요?"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싫어요. 제가 군대에서 주부습진 때문에 엄청 고생해서 물 만지는 거 싫어하거든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오! 그거면 걱정 안 해도 돼요. 설거지 말고 홀에서 서빙만 하는 거예요. 서빙도 혼자 하는 게 아니고 나하고 같이 하는 거니까 부담 가질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필요도 없고 주로 뒤집는 거랑 밥만 볶아주면 돼요."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사장님과 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친구 녀석이 껴들어서 물었다.</div> <div><br></div> <div>"저기 사장님 만일 저 녀석이 아르바이트하게 된다면 친구 할인 이런 거 해주시나요?"</div> <div><br></div> <div>"할인은 무슨 먹고 싶을 때 와서 한 번씩 먹어요. 허허.."</div> <div><br></div> <div>심청이는 아버지 눈을 뜨게 하기 위해 공양미 삼백석에 난 닭갈비 먹고 싶은 친구 녀석 때문에 닭갈빗집에 팔려갔다. </div> <div>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 힘으로 이룩한 인생의 첫 스카우트였다. </div> <div><br></div> <div>서빙도 했지만 내가 주로 했던 일은 뒤집개 두 개를 들고 손님들의 테이블을 과묵하게 노려보고 있다 어느 정도 익은 거 같으면 현란하게 뒤집고</div> <div>밥을 볶아주는 일이었다. 나 때문에 손님이 늘어났다고 생각되지 않았지만 사장님께서는 내가 일을 시작하고 나서부터 손님이 늘어난 것 같고</div> <div>인제야 제대로 된 식당 같아진다고 하셨다. </div> <div><br></div> <div>그렇게 몇 개월을 사장님께 이쁨과 인정을 받고 열심히 일했을 때 (물론 친구 녀석들은 가게 문 닫을 시간이 되면 찾아와 공짜 닭갈비를 얻어</div> <div>먹고 가곤 했다.) 가게에 정체불명의 내 또래로 보이는 아가씨 손님이 일주일에 한 두 번씩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 아가씨는 문 닫기 전 마지막 </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손님으로 찾아 왔는데 항상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혼자와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닭갈비 1인분에 소주 한 병을 시킨 뒤 정확하게 1인분의 1/3과 소주 반병을 남기고 돌아갔다. </span></div> <div>처음에는 "와 여자 혼자 와서 닭갈비에 소주를 먹고 가네..용자다! 용자!" 하며 신기하게 바라보다가 계속 보게 되니 그 아가씨가 예쁘다는 것을 </div> <div>깨닫게 되었다. </div> <div><br></div> <div>다른 손님들 (특히 단골손님들)과는 농담이 섞인 이야기도 하고 나름 친절한 나였지만 유독 그 아가씨에게는 뭔가 모를 부끄러움과 수줍음에</div> <div>말도 못하고 보면 고개 숙이고 인사만 할 뿐 묵묵히 뒤집어 드릴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유심히 지켜본 사장님께서는 "뒤집고 볶는 것만 아는 </div> <div>성성이가 저 아가씨한테 마음이 있구나<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라는 것을 느끼셨는지 그 아가씨의 주문을 받고 내게 오시더니 </span></div> <div><br></div> <div>"성성아 소주 한 병 오늘 서비스라고 하면서 말 좀 붙여봐.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너랑 나이 비슷해 보이는데.." 라고 하셨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싫어요. 부끄럽고.."</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너 여자친구도 없잖아. 저분도 매일 혼자 와서 먹는 거 보니 남자친구 없으신 거 같은데 마음 있으면 한 번 용기 내 봐. 사내 녀석이 소심하게.."</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사장님뿐만 아니라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친구들도 내게 "차이기밖에 더 하나며 그리고 너 많이 차여봐서 익숙하잖아~" 라며 용기를 줬다.</div> <div><br></div> <div>그리고 난 뒤집개와 소주 한 병을 들고 수줍게 그녀 앞에 서서 말했다. </div> <div><br></div> <div>"저기 손님.. 오늘 소주는 사장님께서 서비스...."</div> <div><br></div> <div>"어머! 아저씨? 한국 사람이셨어요?"</div> <div><br></div> <div>그녀는 깜짝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div> <div>성성아 힘내! 라며 응원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던 사장님과 사모님 그리고 평소 내게 무뚝뚝하시던 주방 아주머니까지 쓰러지고 계셨다.</div> <div><br></div> <div>이런 젠장...</div> <div><br></div> <div><br></div> <div>그리고 훗날.. 그녀는 얼마 되지 않아 보란 듯이 남자친구로 추정되는 사람을 데려와 둘이 소주 2병을 마시고 갔다. 그리고 나는 직장에서</div> <div>일이나 열심히 할 것이지 절대 손님상대로 흑심을 품으면<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안 된다는 소중한 교훈을 배웠다. </span></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