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얼굴이 못생겨서 머리를 해봐야 소용이 없으므로 음슴체.</span></div> <div><br></div> <div>친정 동네에 20년째 다니는 미용실이 있음. 내 인생 미용실임ㅎㅎ</div> <div>수능 끝난 직후에 엄마 손잡고 간 미용실이 이 원장님 미용실임.</div> <div>동네 작은 미용실이지만 센스있고 깔끔하게 꾸며져있었고</div> <div>무엇보다 원장 솜씨가 좋다고 소문이 자자해 단골이 많았음.</div> <div>그날은 뭘 몰라서 알아서 해달라고 했더니 진짜 알아서 잘해줌.</div> <div>요즘도 미용실 의자에 털썩 앉으면 그냥 알아서 해줌 ㅋ</div> <div><br></div> <div>난 꼬꼬마 새내기였는데 이 분은 그때 본인 명의의 사업장이 있었으니</div> <div>막연히 엄청 어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알고보니 나랑 몇살 차이도 안남.</div> <div>그냥 언니인거임. 게다가 동안의 날씬한 미인. </div> <div>이분이 결혼을 일찍해서 아들 딸이 다 대학생인데</div> <div>지금 일곱살인 내 아들이 재작년에 이 원장님한테 누나라고 했음 ㄷㄷ</div> <div>남편분도 훤칠하시고 애들도 진짜 이쁘고 잘생김.</div> <div><br></div> <div>이분의 특장점은 눈과 손의 협응력이 정말 좋다는거임.</div> <div>사진 갖고가서 이거 해달라고 하면 정말 똑같이 뽑아냄.</div> <div>이건 사실 미용사의 기본 자질인데 안되는 사람들이 은근 많음.</div> <div>오로지 미용이 좋아서 미용사가 된 분들.. 열정면에선 존경스럽지만 ㅠㅠ</div> <div>특히 우리동네 미용사들.. 하아.. 내가 그래서 30분씩 차타고 미용실 감.</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여튼 그래서 꾸준히 단골도 많고 돈 많이 벌어서 분점도 냄.</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근데 일반적으로 미용사라고 하면 뭐랄까 손님 비위도 잘 맞춰주고</div> <div>머리 손질하면서 손님이랑 계속 얘기하고 뭐 그런 이미지가 있잖음.</div> <div>이분 그런거 일절 없음. 완전 과묵하게 일만 함. 머리와 관련된 질문만 함.</div> <div>완전 단호해서 진상 손님 발도 못붙임. 손님이 무리한 요구하면</div> <div>저희는 그렇게 못해드리니 다른 데 가서 하시라고 당당하게 말함.</div> <div>웃으면서 죄송한데요~ 이러지도 않음. 그냥 무표정 단호박임ㄷㄷ</div> <div><br></div> <div>동네에 발 넓은 아주머니들 계시잖음. 소문의 진원지들.</div> <div>이런 분들 뭔가 동네 가게들에서 특별대우 받기 좋아하셔서</div> <div>서비스 더 요구하고 깎아달라고 하고 뭐 그런거 있잖음?</div> <div>전에 그런 분이 계산대에서 직원분한테 나 단골인데 안깎아주냐고해서</div> <div>이집은 정가제라 직원이 난처한 얼굴로 원장님 보는데 원장님이 딱 정가 부름ㅋㅋㅋㅋ</div> <div>다른 손님 머리하면서 "ㅇㅇ씨, 그 손님 00000원 받으면 돼." 뒤도 안돌아봄ㅋㅋㅋㅋㅋ</div> <div><br></div> <div>그런 사람들끼리 평소에 이 원장님 욕하다가도 동네에 그만한 실력이 없으니</div> <div>막상 중요한 일 있으면 할수없이 또 옴. 삐졌으므로 말없이 머리만 딱 하고 감 ㅋㅋ</div> <div>이 원장님이 유일하게 가격 할인 해주는 고객이 바로 우리 엄마임.</div> <div>난 몰랐는데 이분 어려울때 울엄마가 조언도 해주고 도와주셨다고 함.</div> <div>이분은 어릴때부터 어머니 사랑을 별로 못받고 자라서</div> <div>내가 맨날 울엄마 손잡고 다니는게 넘 부럽다고 하는데 짠했음.</div> <div><br></div> <div>근데 이냥반 대화 스타일이..</div> <div>원장님: 난 자기 엄마가 너무 부러워.</div> <div>나징어: 제가 어지간한건 나눠드리겠는데 이건 좀 어렵겠네요.</div> <div>원장님: 알아.</div> <div>진짜 대화가 이랬음. 알아ㅋㅋㅋㅋㅋㅋㅋㅋ</div> <div>단호박같은 양반.. 농담을 좀 농담으로 받아쳐줘요 ㅠㅠ</div> <div><br></div> <div>이 원장님은 매일 새벽기도 가고 미용실임에도 불구하고 주일에 문닫는</div> <div>굉장히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데 20년간 우리를 알고 지내면서</div> <div>정말 한번도 종교 권유 한적이 없음. 우리는 종교도 없는데도.</div> <div>진짜 성실한 크리스찬이 어떻게 사는지를 몸으로 보여줌으로서</div> <div>사람들에게 기독교에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그런 신앙인임.</div> <div>이냥반의 하나님은 1호선 전철 하나님이랑 다른 하나님일 것 같음.</div> <div><br></div> <div>미용실 오래오래 잘돼서 울엄마랑 내 머리 평생 해주면 좋겠음.</div> <div>곱슬머리라 커트 까다로운 울 신랑과 두살 일곱살 아들들도 여기서만 머리함 ㅋ</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오늘도 엄마 손잡고 가서 남편까지 덩달아 할인 받고 </span></div> <div>문득 햇수로 20년된 인연에대해 생각하다가 끄적여봄.</div> <div>더럽게 길고 재미없어서 죄송함. </div> <div>새해에는 뷰징어분들 모두 인생 미용실을 만나시길 기원함.</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