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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1180932
    작성자 : 썸E
    추천 : 44
    조회수 : 5508
    IP : 211.211.***.91
    댓글 : 13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6/01/05 03:53:57
    원글작성시간 : 2016/01/04 03:08:55
    http://todayhumor.com/?humorbest_1180932 모바일
    첫사랑 그녀의 친구였던 그녀의, 첫사랑의 나
    <div> </div> <div>예전에 적었던 글 중에</div> <div>첫사랑에 관련된 얘기가 있었는데</div> <div>꽤나 길 거 같은 글이라</div> <div>중간중간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 하면서 했었어요</div> <div>다음 글은 언제 쓸지 모른다고 했었는데</div> <div>꽤 많은 시간이 지났는데도 (두달쯤?)</div> <div>누가 기다린다고 댓글을 남기셨더라고요..?</div> <div>저도 써야지 써야지 하다가 까먹었는데</div> <div>그분 댓글을 보고 갑자기 또 생각나서 이어서 써보는 중이에요 ㅎㅎ</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첫사랑은 예쁘고 아름답고 시리고 눈물겹다</div> <div>사랑이 처음인 모든 사람이 그러하듯,</div> <div>무언가를 '처음' 해나간다는 건 참 쉽지 않은 일이다.</div> <div> </div> <div>풋사랑도 사랑일테고 짝사랑도 사랑임에는 분명한데</div> <div>유독 첫사랑만 기억에 남는 건 그저 처음이라는 상징성 때문일까?</div> <div>아니면 각자의 기억에 각인될만한 무언가가 있어서 일까.</div> <div> </div> <div>나는 실타래처럼 엉킨 일련의 사건들때문에</div> <div>'첫사랑' 이라는 단어가 유난히도 기억에 남는다.</div> <div> </div> <div>12년전, 갓 대학생이 되던 해의 어느날</div> <div>나는 첫사랑이라는 병에 걸리고 만다.</div> <div> </div> <div>이게 사랑인가? 이런게 사랑이야?</div> <div>이렇게 하는게 맞는건가?</div> <div>그런 물음을 던지고</div> <div>어떤 답을 내리기도 전에 그렇게 사랑은 시작됐다.</div> <div> </div> <div>첫사랑의 그녀는 예쁜 사람이었다.</div> <div> </div> <div>얼굴도 예뻤지만 무엇보다 마음이 예뻤다.</div> <div>아래로 동생이 둘 있었는데</div> <div>나이차 얼마 안나는 동생들의 뒷바라지는 모두 그녀 몫이었다.</div> <div> </div> <div>그녀와 가까워지고</div> <div>그런 가까움이 고맙고 소중하게 되갈때쯤</div> <div>이러다 가슴이 터져버리는건 아닐까 덜컥 겁이 났다.</div> <div> </div> <div>난생 처음 느껴보는 이런 설렘이라니.</div> <div> </div> <div>어릴때 엄마 지갑에 손을 댔다가 들키기 전보다 더 떨렸다.</div> <div> </div> <div>고백은 남자가 해야해! 라는 생각에</div> <div>몇날 며칠을 고민하고 끙끙 앓다가</div> <div>그녀와 가장 가까운 친구의 결정적인 도움 끝에 고백을 했다.</div> <div>바보스럽고 한심했지만 진심을 담은 고백이었다.</div> <div> </div> <div>어떤 거였냐면,</div> <div> </div> <div>그녀 손을 내 왼쪽가슴에 살포시 갖다대고는</div> <div> </div> <div>" ... 심장 뛰는거 느껴져? 이거 너때문에 그런거야</div> <div>나 맨날 너 데려다주면서 그렇게나 좋았다?</div> <div>아무것도 아닌데 너 데려다주는게 좋고</div> <div>너랑 만나는게 좋고, 채팅하면서 둘이 귓속말 하는게 좋고</div> <div>어쩌다 학교 식당에서 만나면 같이 밥먹고 이런게 좋더라</div> <div>너랑 문자하거나 가끔 전화하면 미치도록 좋았어</div> <div>좋아서 미치겠는데 표현은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어</div> <div>그냥 매일 내 심장이 이렇게 뛰어</div> <div>너가 좋아서 이렇게 뛰어. 어떡하지?</div> <div>... 나랑 사귈래? 나 되게 보잘것없어도 너하나만은 잘해줄 수 있어. "</div> <div> </div> <div>정확하진 않은데 이와 비슷한 내용으로 기억한다.</div> <div> </div> <div>그 고백을 기점으로 그녀와는 연인이 되었다.</div> <div> </div> <div>내가 가장 사랑하고 사랑했고 사랑했었을 그녀는</div> <div>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좋은 사람이었다.</div> <div> </div> <div>너무 소중하기에 아껴주고</div> <div>너무 사랑스럽기에 안아주고픈 그녀.</div> <div>그러나 나는, 무언가를 해주고 싶어도</div> <div>무얼 해줘야 할지 아무것도 몰랐다</div> <div>사랑에 서툰 나는 그랬었다.</div> <div> </div> <div>그녀 친구들과 만나는 자리가 서먹했지만 그것을 즐겼고</div> <div>내 친구들에게 그녀를 소개해주며 뿌듯했다.</div> <div> </div> <div>자 봐라, 이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운 여자가 내 여자친구다.</div> <div>그런 생각이 마음 속 가득 자리잡고 있었기에</div> <div>괜히 어깨가 으쓱하고 술값을 내도 전혀 아깝지 않고 그랬다.</div> <div> </div> <div>주변에 아직 솔로인 친구들이 많았기에</div> <div>나와 그녀는</div> <div>내 친구와 그녀 친구를 소개시켜 주자는 앙큼한 생각을 했다.</div> <div> </div> <div>그렇게 소개해준 커플이 잘되면</div> <div>커플끼리 만나서 놀기도 하고</div> <div>데이트 장소나 재밌는 것들을 공유하자는 취지도 있었지만</div> <div> </div> <div>무엇보다 '나'만 잘되는걸 못보는 친구놈들이</div> <div>자꾸만 소개팅을 재촉했던게 큰 이유였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그녀는 대학 들어와 친해진 친구를 소개하기로 했고</div> <div>나는 내 가장 친한 친구녀석을 소개하기로 했다.</div> <div> </div> <div>그녀가 소개할 친구는 나도 얼핏 아는 아이로</div> <div>가볍게 안부인사 정도는 나누는 그런 사이였다.</div> <div> </div> <div>둘에게 연락처를 주어 만나게 하는게 제일 쉬운 방법이었지만</div> <div>우리는 네명이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div> <div> </div> <div>내 친구와 내 여자친구는 한번 같이 술자리를 했던 사이고</div> <div>나도 그녀의 친구와 안면은 있는 사이기에</div> <div>처음에만 어색하고 생각보다 빠르게 분위기는 발랄해졌다.</div> <div> </div> <div>나는 내 친구를 까내리고 내 친구도 나를 까내리며 </div> <div>서로 인신공격을 하는게 대화거리였지만</div> <div>대부분의 청춘들이 그러하듯 그런 사소한 것들이 다 재밌는 시간이었다.</div> <div> </div> <div>내 친구와 그녀의 친구는,</div> <div>서로 썩 마음에 든거 같지는 않았다.</div> <div> </div> <div>그런데 신기하게도 </div> <div>며칠 지나지 않아 둘이 사귄다는 소식이 들려왔고</div> <div>나와 그녀는 의아했지만 축하 인사를 전했다.</div> <div> </div> <div>한 커플이 탄생한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고</div> <div>그게 내 소개로 이루어졌다는 건, 기분 좋은 일임은 분명했다.</div> <div> </div> <div>우린 가끔 더블데이트를 즐겼다.</div> <div>넷이 모여 마냥 수다를 떨기도 했고</div> <div>넷이서 놀러가기도 하고, 넷이 술자리를 갖기도 했다.</div> <div> </div> <div>둘만의 오붓한 데이트도 재밌지만</div> <div>서로의 '친구'가 함께하는</div> <div>그리고 서로가 '커플'인 두 개체의 모임도 재밌었다.</div> <div> </div> <div>그런 재미도 오래가지는 않았다.</div> <div> </div> <div>먼저 삐걱거린건 친구 커플이었다.</div> <div>사귄지 두달이 채 안됐을 무렵 이유모를 다툼이 잦아졌고,</div> <div>다툼이 계속되다보니 머지않아 이별이 찾아왔다.</div> <div> </div> <div>이별은 아쉬웠지만 내가 알바는 아니었다.</div> <div>친구가 헤어진건 위로해줄 일이고 안타까운 일이지만</div> <div>내가 끼어들만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div> <div><br>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친구 커플이 깨지고 얼마가 되지 않았을 때</div> <div>그냥 마냥 좋았던 여자친구와 나의 사이도 뭔지 모르게 어긋나기 시작했다.</div> <div>별다른 이유도 없었고 의견 차이가 있어 다툰것도 아니었다.</div> <div> </div> <div>그녀는 나를 알게모르게 조금씩 피하고 있었다.</div> <div>나는 그걸 조금씩 느껴가고 있었다.</div> <div>내 마음속에 한숨이 조금씩 쌓여가고 있었고</div> <div>이 감정을 말해버릴까 말까 초조하게 혼자만 삭히며 앓고 있었다.</div> <div> </div> <div>근데 이게 대놓고 피하거나 티나게 싫어하는건 아니라서</div> <div>뭔가 미묘한, 그리고 복잡하고 애매한 그런 느낌이었다.</div> <div>그냥 애인을 바라보던 눈빛이 그냥 친한 남자애를 바라보는 눈빛으로 변한거 같다라는</div> <div>그런 느낌이 들었다.</div> <div> </div> <div>내가 갑자기 싫어진걸까? </div> <div>아니면 내가 했던 행동 중에 마음에 안 드는것이 있나?</div> <div>아니면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는걸까?</div> <div> </div> <div>가슴이 메마르고 입술이 바짝 타오르는 느낌에 나는 미쳐버릴것 같았고</div> <div>그 감정을 혼자 견뎌낼 자신이 없었기에 친구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div> <div> </div> <div>얼마 전에 헤어진 내 가장 친한 친구- </div> <div>그 녀석이라면 나를 잘 토닥여줄거라 생각했다.</div> <div> </div> <div>그리고 벌어진 술자리, 집 근처 호프집에서 간단하게 먹으며 대화를 나눴고</div> <div>그때까지만해도 여자친구에 대한 불안함 보다는</div> <div>내가 못나서 여자친구에게 잘해주는게 없다, 더 잘해주고 싶다,</div> <div>요즘 여자친구가 힘든거 같은데 내게 얘기를 안해주는데 내가 더 믿음직해져야겠다,</div> <div>등의 이야기를 하며 나 스스로에게 다짐 비슷한 것을 하고 있었다.</div> <div> </div> <div>친구는 등도 토닥여주고 </div> <div>자기가 연애해보니 헤어짐이 슬프기는 해도 또 다른 사랑이 찾아오더라, </div> <div>같은식의 위로 아닌 위로도 해주며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div> <div>이상하게 그날은 취하지도 않고 술이 잘 넘어갔다.</div> <div> </div> <div>저녁부터 먹었기에 술이 얼큰하게 취했는데도</div> <div>정신은 또릿또릿했다. </div> <div>오랜만에 친구랑 거나하게 수다도 떨고 하다보니</div> <div>새벽이 굉장히 아쉬웠다.</div> <div>한잔 더 하고싶었다.</div> <div> </div> <div>소주 두병을 사들고 집으로 와서는</div> <div>과자랑 생수를 안주삼아 3차인지 4차인지 다시금 술을 먹었다.</div> <div> </div> <div>술이 참 달았다.</div> <div>친구랑 꼬꼬마 초딩때부터의 이야기도 하면서 추억도 더듬어보고</div> <div>친구의 연애이야기도 들으며 비꼬기도 하고</div> <div>내 연애이야기도 해주며 다시 설레기도 했다.</div> <div> </div> <div>그래 내가 사랑하는 여자인데, 내가 더 잘해야지.</div> <div>요즘 그런 눈빛을 느낀건 내 남자로서의 매력이 조금 부족해서일거야, </div> <div>라는 생각을 하며 헬스라도 시작해보자 하는 생각도 했다.</div> <div> </div> <div>둘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을까</div> <div>어느덧 시간은 새벽 4시를 넘어서고 있었다.</div> <div> </div> <div>이제 술자리를 슬슬 정리하려는데</div> <div>친구가 갑자기 조용해졌다.</div> <div>이 새끼가 왜 갑자기 조용해졌지 자나?</div> <div>많이 먹기도 했고 시간도 늦었으니 자는가보다 했는데,</div> <div> </div> <div>" 미안하다... "</div> <div> </div> <div>친구가 뜬금없이 미안하다며 울먹거리기 시작했다.</div> <div>나한테 무슨 잘못을 한거냐 너.</div> <div>뭐 하나 의심가는게 없었다.</div> <div> </div> <div>" 나 니 여친 만났다. 아니, 지금 만나고 있다. "</div> <div> </div> <div>술을 먹어서 그런지 헛소리가 들리는거 같았다.</div> <div>헛소리가 아니라면 내가 뭔가 잘못들은거 같기도 하고.</div> <div>오늘 술을 많이 먹기는 했다, 둘이 합쳐 10병 먹었나?</div> <div>평소 주량이 2~3병 사이에 있었으니 취할만도 했다.</div> <div> </div> <div>" 숨기려고 한건 아니고... 말해야지 하다가 차마 말 못했다...</div> <div> 유정이도 내가 좋대... 둘이 세번 만났다. 어제도 데이트 했고. "</div> <div> </div> <div>어제는 그녀가 아파서 집에 일찍 들어간다고 했던 날이다.</div> <div>평소 잔병 치레가 잦아서 감기는 달고 살았고</div> <div>두통이랑 몸살 같은 것들이 늘 따라다니는 그녀였다.</div> <div> </div> <div>그래서 내 가방 안에는 감기약도 있고, 두통약도 있고,</div> <div>대일밴드도 있고, 후시딘도 있고... 다 있는데...</div> <div>근데 왜 내 친구 입에서 내 여자친구 이름이 나오지?</div> <div> </div> <div>" 그날 있잖아. 넷이 모여서 술 먹었던 날.</div> <div> 그때부터 유정이가 더 눈에 들어오더라고...</div> <div> 이러면 안되지 친구 여자친구인데 이러지 말아야지 했는데</div> <div> 유정이도 날 꽤 괜찮게 보고 있는거 같더라?</div> <div> 그냥 문자나 몇번 하고 이야기 나눠봤는데 잘 맞는거 같았어.</div> <div> 이렇게 될줄 알았던건 아니고... 그냥 어쩌다보니 둘이 서로 좋은거 같더라고... "</div> <div> </div> <div>넷이 술 먹은게 한두번이 아니라 언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div> <div>내 친구가 왠 개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지만,</div> <div>몽롱했던 정신이 점차 또렷해지는걸 느껴가고 있었다.</div> <div>머리가 아파왔다</div> <div>이게 두통인지 숙취인지 모르겠지만 머리가 아파왔다.</div> <div> </div> <div>" ... 유정이도 너 좋대? "</div> <div> </div> <div>한참을 아무말도 못하다가 처음 꺼낸 한마디였다.</div> <div> </div> <div>친구는 차마 대답을 못하는듯 고개를 끄덕였고,</div> <div>고개가 천천히 끄덕이는걸 보며</div> <div>나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고 말았다.</div> <div> </div> <div>그 사이에 많은 생각을 했다.</div> <div>이 주먹으로 이 새끼를 내려칠까,</div> <div>내려치면 어디를 칠까, 주둥아리를 쳐야하나</div> <div>아님 뒷통수를 후려쳐야 하나</div> <div>뺨따구를 날려야 하나 </div> <div>등의 고민을 하다가 그냥 그랬다.</div> <div> </div> <div>" 늦었다, 가라. "</div> <div> </div> <div>그냥 꼴도 보기 싫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친구를 그렇게 보내고 나니</div> <div>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div> <div>한방울 또륵 하고 떨어지는게 느껴지는데</div> <div>이대로 두면 줄기차게 울어댈거 같아서</div> <div>억지로 눈물을 닦아냈다.</div> <div> </div> <div>시계를 보니, 새벽 다섯시를 향해 가는 시간이였고</div> <div>난 아파오는 머리를 느끼며 자리에 누웠다.</div> <div> </div> <div>잘 생각으로 누운건 아니였고,</div> <div>시계를 멍하니 바라보면서 빨리 동이 트기를 기다렸다.</div> <div>술기운에 잠을 자볼까 눈도 감아봤지만</div> <div>가슴을 짓누르는듯한 답답함과 무언가 뜨거운 느낌 같은 것이</div> <div>내 몸을 옭아매고 있었다.</div> <div> </div> <div>시계의 초 바늘이 1초, 1초 지나가는걸 보고 있었고</div> <div>시계의 분 바늘이 1분, 1분 넘겨지는걸 보고 있노라니</div> <div>정말 1분이 1시간 같았고</div> <div>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게</div> <div>그렇게 해가 뜰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div> <div> </div> <div>정말... 내 생애 가장 길었던</div> <div>3시간이 흐르고 아침 8시가 됐다.</div> <div> </div> <div>난 그녀에게 전화를 했다.</div> <div> </div> <div>아직은 내 여자친구인,</div> <div>내가 정말 사랑하는 그녀에게 전화를 했고,</div> <div>그녀는 잠이 덜 깬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div> <div> </div> <div>우린 같은 동네에 살았다.</div> <div>그게 그녀랑 가까워진 계기였고 사귈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했다.</div> <div> </div> <div>난 그녀를 불렀다,</div> <div>집앞에서 잠깐 보자고, 아침 일찍 미안한데 지금 나올 수 있냐고 물었다.</div> <div>그녀는 나온다 했고,</div> <div>나는 술이 덜 깬, 몸이 착 가라앉은 상태로 그녀를 보러 나갔다.</div> <div>술은 덜 깼지만 그때처럼 정신이 또렷한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div> <div> </div> <div>아침이라 렌즈를 끼지 않아 안경을 끼고 있었고,</div> <div>머리를 정리하지 않아 모자를 눌러 쓰고 있었다.</div> <div>대충 걸쳐입은 옷과 슬리퍼를 신은 그녀가 보였다.</div> <div> </div> <div>천천히 걸어오는 그 모습을 보는데</div> <div>새벽 그때처럼 갑자기 눈물이 핑 도는게 느껴졌다.</div> <div> </div> <div>... 내 눈물을 그녀가 볼세라,</div> <div>잽싸게 닦아내고는 아무렇지도 않은척 그녀를 맞이했다.</div> <div>속으로 심호흡 몇번하고</div> <div>최대한 담담하고 냉정해지자고 생각했다.</div> <div> </div> <div>한편으로는,</div> <div>이렇게 이른 아침에 불렀는데도 나오는 그녀가</div> <div>너무 사랑스럽고 예쁘게 보이기도 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학교는 종강을 한 상태라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됐는데</div> <div>그녀는 동생들 때문에 일찍 일어난거 같았다.</div> <div>아직 고등학생인 동생들은,</div> <div>방학임에도 학교에 나가야 했고</div> <div>동생들 아침을 챙겨주는건 그녀의 일과중에 하나였다.</div> <div><br>언젠가 한번은</div> <div>나도 너가 해주는 아침밥을 먹고싶다며 징징거렸던 적이 있었는데</div> <div>우리가 같이 놀러갈 일이 생긴다면 </div> <div>그때 꼭 아침이든 저녁이든 밥을 해주겠다며 그녀는 방실거리며 웃었다.</div> <div>그 약속을 하고 </div> <div>우리가 같이 놀러갈 일은 없었지만</div> <div>그녀의 그 방실거리는 웃음은 참 예뻤던걸로 기억이 난다.</div> <div> </div> <div>" 술 마셨어? 술 냄새 많이나. "</div> <div> </div> <div>그녀는, 유정이는 추운듯 양팔로 몸을 감싸안으며 물어왔다.</div> <div>여느때와 다름없는 그 따뜻한 물음이</div> <div>아침 공기의 차가움과 함께 귓속을 파고들었다.</div> <div>그 다정한 물음이 더 슬펐다.</div> <div> </div> <div>" 응, 조금 먹었어. 아침부터 불러서 미안해. "</div> <div> </div> <div>나라면 이렇게 아침에 불러낸다고 나왔을까?</div> <div>물론 난 나왔겠지. 감히 누가 부르는데 안 나왔겠어.</div> <div> </div> <div>유정이는 왠 술을 이렇게 많이 마셨냐며 투덜거리면서</div> <div>평소에 술도 잘 안먹는 내가 </div> <div>아침잠이 유난히도 많던 내가</div> <div>이렇게 아침부터 자기를 불러낸게 많이 궁금한 눈치였다.</div> <div> </div> <div>어제와 전혀 다를 거 없는 그녀 얼굴을 보자니</div> <div>어제와 많이 다를 거 같은 내 얼굴을 그녀에게 보이기 싫었다.</div> <div>그녀 얼굴을 마주보며 말할 자신이 없었다.</div> <div> </div> <div>난 유정이를 잡고, 더 깊게 끌어당겨 내 품에 안았다.</div> <div> </div> <div>무슨 말을 꺼내야 할까 수십번 수백번을 더 고민했었는데</div> <div>막상 이렇게 얼굴을 보고 말을 하려고 하니</div> <div>입에 가시가 돋힌듯 따끔거리고 손에 전기가 통한듯 뜨끔거렸다.</div> <div> </div> <div>평소라면 술냄새 난다며 날 떨쳐냈을 그녀가</div> <div>이상한 분위기를 느꼈는지 조용히 숨을 내쉬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div> <div>나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div> <div> </div> <div> </div> <div>그녀를 안고 있자니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div> <div>처음 고백했던날 뛰던것처럼 쿵쾅쿵쾅 거리기 시작했다.</div> <div>이 뛰는 가슴을 달래주기 위해선</div> <div>가슴에 응어리진 말을 내뱉어야 했다.</div> <div>목구멍에서 차마 넘어오지 못하고 콕콕 찌르는 그 말을 해야만 했다.</div> <div> </div> <div>심호흡을 몇번 하고</div> <div>그녀에게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div> <div> </div> <div>" 나 어제, 연우랑 술 마셨어. "</div> <div> </div> <div>잠시 잠깐이지만,</div> <div>그녀의 몸이 떨린다는 느낌이 들었다.</div> <div>사실은 아침 바람이 차가워서 아까부터 떨리던걸</div> <div>이제서야 내가 느꼈던 것 일수도 있다.</div> <div> </div> <div><br>난 더 쎄게 유정이의 몸을 끌어안았다.</div> <div>술냄새가 그녀와 나 사이에 지독하게 풍기기 시작했고,</div> <div>입안의 쓴내가 더 깊어지기 전에 말을 다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div> <div><br>" 둘이... 서로... 좋아한다며...? "<br> </div> <div>눈물이 날 것 같았다.</div>
    출처 12년전의 나와,
    12년이 지난 지금의 나
    썸E의 꼬릿말입니다

    제목에 나오는 첫사랑의 그녀는 제 첫사랑이고
    첫사랑 그녀의 친구였던 '그녀'는 아직 글에 본격적으로 등장하지 않았네요

    글 전체적으로 보자면
    이제 겨우 서막을 쓴거 같은 그런 느낌 같은 느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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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1/04 06:30:35  219.249.***.44  뽀룹뽀룹  546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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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16/01/04 10:28:58  223.62.***.8  나는甲이다  203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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