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가난하던 사회 초년생 시절 한 여자를 만났다.</span></div> <div>그녀는 정상적인 남성이라면 보호해주고 싶은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연약한 외모였다.</div> <div><br></div> <div>그녀는 시집을 읽는 것을 좋아했다. </div> <div>그녀는 내게 첫 선물로 백석 시인의 시집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선물했다.</div> <div><br></div> <div>시를 그리 좋아하지 않던 나는 </div> <div>그녀가 선물한 시집을 읽으며, 감정 이입되어 가난한 나는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div> <div>그녀를 생각하며 눈이 내리는 날 그녀를 떠올리며, 그녀를 위해 해줄 것이 없는 나 자신을 원망하며 소주를 마셨고</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리고 가난해서 그녀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기에 매일 그녀를 위한 시를 썼다. </span></div> <div>가난한 나의 넋두리를 담은 시를 그녀는 좋아했다. </div> <div><br></div> <div><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시처럼 폭설이 내린 어느 날, 그녀가 나의 누추한 자취방으로 놀러 온다고 했다.</div> <div>비좁은 공간을 청소하고, 홀아비 냄새를 없애기 위해 온 방 안과 내 몸뚱어리를 페브리지로 샤워했다. </div> <div><br></div> <div>드디어 그녀가 나의 자취방에 왔다. 그녀는 단둘이 있는게 어색할 거 같아 그런지 흰둥이를 데려왔다. </div> <div>흰둥이는 선홍빛 잇몸을 선보이며 그녀에게 다가서는 나를 위협했다.</div> <div><br></div> <div>'자식.. 잇몸이 선홍빛인걸 보니 아주 건강하군...' </div> <div><br></div> <div>그녀와 단둘이 한 공간에 있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녀는 방 한편 나의 책장에서 책을 구경하고, 흰둥이는 계속 나를 경계하는지 </div> <div>선홍빛 잇몸과 송곳니를 내보이며 으르렁대고 있었다.</div> <div><br></div> <div>그녀와 시와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방안에 우리 둘의 사랑으로 가득 채우고 있을 무렵,  내 머릿속에는 '저놈의 개새끼만 없었으면' </div> <div>하는 음탕한 생각으로 가득 차고 있었다.  </div> <div>술에 취한 주인을 살리기 위해 온 몸으로 불을 끈 오수의 개처럼 흰둥이는 털을 바짝 곤두세우며 활활 타오르는 젊은 남녀간 사랑의 열정을 </div> <div>온몸으로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식혀내고 있었다. 그녀에게는 충견이지 몰라도 내게는 여전히 "빌어먹을 개새끼" 였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저기 **아 배고플 텐데 우리 중국집에서 점심 시켜 먹을까?"</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응. 오빠 먹고 싶은 거 시켜."</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동안 한 장, 한 장 소중하게 모은 쿠폰 50장이 드디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저기 짜장면 두 그릇 하고요. 쿠폰 50장으로 탕수육 소 자 교환 되죠?"</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주말에는 쿠폰 사용 안 된다고 적혀 있는데 못 보셨나봐요. 주말에는 안됩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아... 그동안 50 그릇이나 시켰는데, 안되나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결국 추가 비용을 발생시키며 탕수육 소 와 짜장면 두 그릇을 주문했다. 쿠폰으로 찌질한 모습을 보여 그녀에게 부끄러웠지만, 그녀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대수롭지 않은 듯 내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그녀와 짜장면과 탕수육을 함께 먹을 때 흰둥이는 그녀 옆에서 그녀가 가져온 사료를 먹고 있었다. 태어나서 먹은 짜장면 중</div> <div>그날이 가장 맛있는 짜장면이었다. 그녀와 흰둥이와 함께 점심을 마치고 함께 벽에 함께 등을 기대고 앉아 책을 읽었다. </div> <div>흰둥이는 정신을 집중하다 지쳤는지, 내 책상 의자 밑에서 잠들어 있었다. </div> <div>책 내용이 머릿속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그녀도 그랬는지 그녀와 눈이 마주쳤고, 내가 그녀를 향해 다가갈 때 그녀의 눈이 살짝 감기는 것을</div> <div>보았다. 첫 키스를 한 그 날 창밖에는 눈이 계속해서 내리고 있었다.</div> <div><br></div> <div>서로 어색한 시간이 흐를 때 그녀는 내게 잠시 화장실에 간다고 했다.</div> <div>순결한 그녀를 화장실에 보낸 뒤 내 머릿속은 음탕하고 추한 생각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키스 했더니 가슴을 만지고 싶어졌고, </div> <div>더러운 성욕이 내 육신을 넘어 정신까지 지배할 찰나 그녀의 가방에서 살짝 보이는 편지 봉투가 보였다.</div> <div>내게 쓴 편지였다. 살짝 뜯어 본 편지의 내용은 가난해도, 그리고 못생겨도 왜 나를 좋아해 주는지에 대해 썼고, </div> <div>편지 마지막의 "내가 가난한 당신의 행복이 되고 싶습니다." 문구에 나도 모르게 음탕한 생각으로 방안을 채웠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div> <div><br></div> <div>하지만 화장실에 들어간 그녀는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도 그녀는 나오지 않고 있었다. </div> <div>나는 책상 밑에 잠들어있는 흰둥이를 보며 '흰둥이도 언젠가는 나를 좋아해 주겠지.'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div> <div>그리고 나도 모르게 스르륵 잠이 들었다.</div> <div><br></div> <div>눈을 떴을 때, 내 자취방에는 그녀도 흰둥이도 없었다. 단지 깨끗하게 정리된 책들과 곱게 접힌 이불이 있었다.</div> <div>그녀는 '음탕했던 나를 실망하며 인사도 없이 갔구나' 생각했을 때, 내게 쓴 편지봉투에 "오빠 정말 미안해" 라는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div> <div>순수하고 여린 그녀를 상대로 더러운 생각을 했던 그녀를 실망하게 한 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졌다.</div> <div>그리고 세수와 소변을 보기 위해 화장실을 갔는데.....</div> <div><br></div> <div>평소와 다르게 굳게 닫힌 변기 커버를 여는 순간. </div> <div><br></div> <div>'이게 사람이 싼 거여, 당나귀가 싼 거여...'라고 생각들 정도로 크고 거대한 물에 불린 그것이 있었다. </div> <div><br></div> <div>눈 내리는 오후, 철물점에서 뚫어뻥을 산 뒤 '그녀도 사람이었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웃으며 변기를 뚫었다. </div> <div>그렇게 행복한 마음으로 변기를 뚫어 본 것은 아마도 처음이었다.</div> <div>그리고 책상에 앉아 그녀에게 전화했다.</div> <div><br></div> <div>"여보세요~"</div> <div><br></div> <div>그녀는 전화를 받고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 그녀는 말보다 울음을 먼저 터뜨렸다.</div> <div><br></div> <div>"괜찮아. 우리 집 수압이 약해서 매번 막혀. 내가 먼저 말해줬어야 되는데. 미안해."</div> <div><br></div> <div>"오빠.. 정말 미안해. 어떻게 해보려고 했는데, 도저히 안 되더라고. 미안해." </div> <div><br></div> <div>"괜찮아. 나는 그냥 갔길래 내가 무슨 실수 했나 생각했.. 아아익.. 개새끼가."</div> <div><br></div> <div>순간 그녀에게 친절하게 말하다 나도 모르게 욕을 하고 말았다. </div> <div>책상 아래 내 발밑에는 흰둥이가 참지 못하고 저지르고 간 개똥이 있었다. </div> <div><br></div> <div>수화기 너머로 그녀의 울음소리가 더 커지고 있었다.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