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간의 야근과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변비로 고통을 겪던 중 복부에서 그 분이 드디어 행차하시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div>신호가 왔다고 해서 바로 달려가면 안된다. 그 분은 세상에 쉽게 얼굴을 내미는 호락호락한 성격도 쉬운 그 분이 아니어서 </div> <div>그 분의 신호가 괄약근에 까지 전달되는 바지에 똥싸는 똥쟁이가 되기 전의 극한의 순간에 달려가기 위해 참고 있었다.</div> <div><br></div> <div>"피식~~"</div> <div>"피식~~"</div> <div><br></div> <div>두 번의 헛 웃음 같은 신호가 괄약근에서 나왔다. 퇴근하는 지하철 역의 "장암행 열차가 방금 전역을 출발했습니다." </div> <div>멘트보다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더욱 반갑게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느껴졌다. </span></div> <div><br></div> <div>" 곧 그 분이 오시겠군." </div> <div><br></div> <div>더운 여름 시원한 수돗물에 그 분을 반신욕 시켜 드릴 생각과 간만에 엉덩이에 비데 맞을 생각을 하며 들뜬 건 사실이었다.</div> <div>우리 회사의 비데의 물총은 앞뒤로 회전이 가능해 엉덩이는 물론 착석하는 위치선정에 따라 남자의 급소도 물볼기를 맞을 수 있는 신식 비데가 </div> <div>설치 되어 있다.</div> <div><br></div> <div>"부욱.."</div> <div><br></div> <div>책을 좋아하는 내게 그 분이 영어로 신호를 보내셨다. 얇은 책 한 권을 들고 그분을 영접하러 달려갔다. </div> <div><br></div> <div>뒷 사람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으로 환풍기 스위치를 켜고, 한 평도 안되는 나만의 공간으로 들어갔다. </div> <div>기쁜 마음으로 변기 뚜껑을 여는 순간!</div> <div><br></div> <div>"내게 아닌 낯선 크고 거대한 'the thing' 이 나를 보고 있었다." </div> <div><br></div> <div>뽀로로 친구들처럼 항상 착한 말만 하는 내 입에서 남자의 성기를 뜻하는 은어가 걸쭉하게 나오고 말았다. </div> <div>그리고 짧은 시간 고민 했다. </div> <div><br></div> <div>1번 변기를 뚫고 싼다. 하지만 뚫어 뻥이 없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2번 변기의 'the thing'만 살짝 집어내 휴지통에 버리고 싼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3번 현란한 바디 컨트롤로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the thing'을 피해가면서 싼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4번 여자 화장실로 간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5번 1층에 있는 커피숍의 화장실로 달려간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지성인이라 자부하는 나는 결국 5번을 선택했다. </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커피숍의 화장실에서 그 분에게 잠시간의 반신욕을 즐기게 해 드린 뒤, 더 넓은 세상으로 인도해드렸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머리속에 "번뇌"라는 단어에서 "홀가분" 이라는 단어로 교체되어 내 뇌를 가득 채웠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리고 사무실에 올라온 순간 </span></div> <div><br></div> <div>"성성2 너 화장실에서 똥 쌌으면 니가 처리해야지 왜 뚫지도 않고 나간거야!" 분노한 부장님의 외침이 들렸다. </div> <div><br></div> <div>급똥을 참아서 인지, 아니면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the thing'을 본 충격 때문인지 부장님의 얼굴은 늦가을 나뭇 가지에 마지막 하나 남은 홍시처럼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붉게 물들어 있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저 아닌데요. 저도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the thing을 보고 그냥 나간건데요. 제 작품 아닙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하지만 이미 사무실 내에서 나는 변기를 막은 똥쟁이가 되어 버렸다.</span></div> <div>억울한 표정으로 변명하는 나를 보며 변비로 고생하는 미혼 여성 김**씨가 </div> <div><br></div> <div>"너는 똥이라도 쌌지..."</div> <div><br></div> <div>하며 부러워하는 눈빛이다. </div> <div><br></div> <div>아무튼 난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the thing을 세상에 배출한 놈을 잡고야 말 것이다. 그리고 이 누명을 벗어나고야 말 것이다. </span></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