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 갈 때 <span style="font-family:'굴림', gulim, helvetica, sans-serif;">휴대폰을 가지고 들어가지 않거나, 꺼두는 편이다. </span> <div><span style="font-family:'굴림', gulim, helvetica, sans-serif;">온몸의 힘을 괄약근으로 집중하는 동안 얼굴은 사색(死色)이 되지만, 짧은 시간이나마 지난 일을 회상하거나, 지금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을 상상하는</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굴림', gulim, helvetica, sans-serif;">사색(</span><span style="font-family:'굴림', gulim, helvetica, sans-serif;font-size:9pt;line-height:1.5;">思索)의 시간을 즐기는 편이다. </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굴림', gulim, helvetica, sans-serif;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굴림', gulim, helvetica, sans-serif;font-size:9pt;line-height:1.5;">오늘도 어김없이 화장실에서 나는 생각에 빠졌다. </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굴림', gulim, helvetica, sans-serif;font-size:9pt;line-height:1.5;">만일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전지전능한 능력자가 내게 나타나 시간을 되돌릴 기회 3번을 준다면' 나는 과연 무엇을 할까.</span></div> <div><font face="굴림, gulim, helvetica, sans-serif"><br></font></div> <div><font face="굴림, gulim, helvetica, sans-serif">첫 번째 기회에 나는 첫사랑 그녀를 만나서 행복했던 그 순간으로 되돌아가고 싶다.</font></div> <div><font face="굴림, gulim, helvetica, sans-serif">스무 살, 어린 시절 그녀를 만날 때 학생이라 어려서 돈이 없다는 이유로 그녀에게 맛있는 것도 그리고 그녀가 가지고 싶어하는 것을 한 번도 </font></div> <div><font face="굴림, gulim, helvetica, sans-serif">선물해 준 </font><span style="font-family:'굴림', gulim, helvetica, sans-serif;font-size:9pt;line-height:1.5;">적이 없다. 물론 그녀는 김밥 한 줄을 함께 나눠 먹을 때도 내 앞에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처럼 웃어줬었다.</span></div> <div><font face="굴림, gulim, helvetica, sans-serif">경제적인 여건이 스무 살 때보다 좋아진 지금 그녀를 다시 만난다면 그녀가 좋아하던 피자와 그녀가 가지고 싶어 하던 작은 인형이 달린 </font></div> <div><font face="굴림, gulim, helvetica, sans-serif">가방을 사주며 </font><span style="font-family:'굴림', gulim, helvetica, sans-serif;font-size:9pt;line-height:1.5;">사귈 때 부끄러워서 하지 못했던 "넌 참 눈이 예쁜 것 같아." 이 말을 해주고 싶다. 그리고 해맑게 나를 향해 웃어주던 그녀의 모습을 </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굴림', gulim, helvetica, sans-serif;font-size:9pt;line-height:1.5;">다시 한 번 보고 싶다. </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굴림', gulim, helvetica, sans-serif;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font face="굴림, gulim, helvetica, sans-serif">두 번째 기회에는 아들이 태어나던 그 날로 되돌아가고 싶다. 아들을 만난다는 설렘과 혹시라도 애한테 이상이 있으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 반으로</font></div> <div><font face="굴림, gulim, helvetica, sans-serif">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 2014년 3월 3일 그날로 다시 되돌아간다면 그때 가졌던 두려움은 모두 잊어버리고 아들을 처음으로 만난다는 설렘과 </font></div> <div><font face="굴림, gulim, helvetica, sans-serif">기쁜 마음으로 </font><span style="font-family:'굴림', gulim, helvetica, sans-serif;font-size:9pt;line-height:1.5;">세상에서 아버지를 처음으로 보는 아들에게 웃는 얼굴로 "내 아들로 태어나줘서 고마워."라는 말을 우리 아들이 아빠에게 듣는 </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굴림', gulim, helvetica, sans-serif;font-size:9pt;line-height:1.5;">가장 첫 말로 들려주고 </span><span style="font-family:'굴림', gulim, helvetica, sans-serif;font-size:9pt;line-height:1.5;">싶다. </span></div> <div><font face="굴림, gulim, helvetica, sans-serif"><br></font></div> <div><font face="굴림, gulim, helvetica, sans-serif">마지막 세 번째 기회에는 11분 전으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 거침없이 괄약근을 지나 변기라는 작은 웅덩이로 나오고 싶어 하던 성질 급한 </font></div> <div><font face="굴림, gulim, helvetica, sans-serif">그놈 때문에 </font><span style="font-family:'굴림', gulim, helvetica, sans-serif;font-size:9pt;line-height:1.5;">나는 촉촉한 물티슈도, 삼 겹 엠보싱에 순수 천연펄프로 만든 두루마리 화장지도 아니 벼룩시장 한 장도 준비하지 못하고 들어왔다.</span></div> <div><font face="굴림, gulim, helvetica, sans-serif">양말도 신지 않은 지금 내 온몸을 털어봐도 성질 급한 그놈의 흔적을 지울 수 있는 것은 레종 3개비가 들어있는 담배밖에 없다. </font></div> <div><font face="굴림, gulim, helvetica, sans-serif">파란색 고양이가 그려진 담뱃갑과 담배를 감싼 얇은 종이 3장으로 격렬한 전쟁의 마친 전쟁터를 수습할 수 있을까...</font></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