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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1089598
    작성자 : 천왕동하루키
    추천 : 14
    조회수 : 2963
    IP : 210.205.***.105
    댓글 : 7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5/07/04 09:21:10
    원글작성시간 : 2015/06/28 03: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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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스터리 소설] 바크셔 호수의 괴물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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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일랜드에 있는 바크셔라는 작은 동네를 생각하면 아일랜드 사람들은 작은 꼬맹이를 떠올리곤 했다.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연약한 팔을 가지고 이유 모를 은은한 미소를 짓는 소년. 대부분 바크셔라는 동네가 어디 있는지도 알지 못 했지만 혹여 바크셔를 아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바크셔는 분명 이런 이미지였을 것이라는 말이다.
     
     바크셔는 휴양지로서 최고의 동네다. 아이들은 해맑은 표정으로 차 없는 거리들을 뛰어 놀고 노인들은 벤치에 앉아 아무 걱정 없이 수다나 떨 수 있었다. 2008년 전후로 아일랜드에 경제 위기가 찾아 오기도 했지만 바크셔 사람들의 대부분은 경제 위기나 사회 문제와 거리가 있었다. 큰 길가와 드문드문 이어진 집들 속에서 그들이 오직 관심을 갖는 것은 평화였다. 그리고 이 평화를 맛보기 위해 바크셔 사람들은 명절 때마다 '바크셔 호수'를 찾곤 했다. 바크셔 호수는 아일랜드에서 세 번째로 거대한 호수로 바크셔 뿐만 아니라 인근 네 군데의 동네들과 모두 접해 있다. 그럼에도 바크셔 호수라 명명된 까닭은 몇 백년 전부터 바크셔에 거주하는 일가 사람들이 대대로 바크셔 호수를 관리해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크셔 사람들은 시에서 지원을 받은 돈에 주민들끼리 금전을 모아 2010년에는 '바크셔 호수 생태 연구소'를 설립할 정도로 호수에 대해 그들이 갖는 자부심은 엄청 났다.
     
     천국과 같은 바크셔지만 이런 이들에게도 걱정은 있었다. 1995년 아일랜드 정부는 바크셔에 소년원을 건립했다. 취지는 좋았다. 교육계에 종사하는 몇몇은 아직 갱생이 가능한 청소년들이 바크셔의 천국과 같은 분위기 속에서 변화하기를 꿈꿨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바크셔 소년원에 오는 무리들은 기본적으로 그 죄가 '살인'에서 출발하는 흉악범들이었다. 소년원 보안까지도 좋지 않아 1997년과 2000년, 그리고 2002년 세 번에 걸쳐 소년원에서 탈옥한 무리들이 있었고 이들 중 한 명은 바크셔의 단란했던 한 가족을 해치기까지 했다.
     
     2002년 사건 이후 소년원의 치안이 대폭 강화됐지만 그래도 바크셔 사람들은 바크셔 소년원의 범죄자들을 두려워 했고 동시에 바크셔 소년원이 가진 악명으로 인해 동네의 이름 값이 더럽혀지는 것을 우려했다. 이들을 두려워 하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은퇴한 교사인 마릴랜드 부인은 2000년 탈옥해 자신의 집에 찾아온 제임스, 제나, 데일리 세 명의 중범죄자들을 두려워 않고 받아들여 이틀 동안 이들을 먹이고 재웠다. 이 이틀이 지난 뒤 마릴랜드의 설득을 받은 세 명은 바크셔 소년원에 제발로 돌아가 모범적으로 형기를 마쳤다. 이 들 세 명이 이후 어떻게 됐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이 사건 이후 마릴랜드의 선행은 널리 알려져 지역 신문과 아일랜드 중앙 신문인 아일랜드 타임즈에까지 이름을 올린다. 바크셔 사람들은 조용하지만 괴팍하기도 했던 마릴랜드를 떠올리며 별 일이라며, 그리고 이제 노년에 접어든 마릴랜드 인생에 이런 일이 또 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웃고 넘겼다. 하지만 마릴랜드는 2014년 7월 18일 아일랜드 타임즈에 다시 이름을 올린다.
     
     2014년 7월 16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새벽 3시 경 바크셔 호수 근처 오두막집에 혼자 살고 있던 마릴랜드는 천둥 벼락 소리에 깜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마릴랜드는 이상한 두려움을 느꼈다. '보통의 소리와 다르다.' 마릴랜드는 이렇게 생각했다. 확실히 그녀의 75년 인생에 이런 천둥 번개 소리는 처음이었다. 구름이 찢어지며 내는 파열음이 아니라 어떤 것이 분노와 고통에 내지르는 듯한 어떤 비명 소리와 같았다. 마릴랜드는 더듬거리는 손을 이끌어 안경을 잡아 코에 걸었다.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일어났다. 얼마나 지났을까 예의 그 소리가 다시 지천에 울렸다. 마릴랜드는 깜짝 놀라 주저앉기까지 했다. 학생들에게 '지옥의 여교사'라 불릴 정도의 엄격한 표정으로 손등을 때리곤 했던 그녀였지만 지금 그녀의 표정은 완전히 무너져 있었다. 지팡이를 짚은 그녀의 손목에서 묵주가 흘러내린다. 떨리는 손으로 지팡이를 잡으려 하지만 오히려 그녀의 왼손은 묵주를 잡아챘고 끊어진 묵주들은 바닥으로 흩어졌다. 그래도 그녀는 밖으로 나가야 한다. 늙은 육체보다 중요한 것은 (그녀가 릴리라는 애칭을 지어준) 바크셔 호수가 괜찮은지였다.
     
     그녀의 아버지와 아버지와 아버지는 대대로 바크셔 호수를 관리하는 관리인이었다.
    "아무리 네가 여자지만, 호수 쪽에서 총소리가 난다면 두려움 없이 나설 수 있어야 한다."
    어깨에 산탄총을 짊어진 그녀의 아버지는 일곱살 그녀에 무릎을 숙여 눈을 맞추고 이렇게 말했다. 옆에서는 어머니가 미소 지으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행복한 가족, 행복한 시간들. 아버지와 어머니와 같은 행복한 가정을 얻기 위해 그녀는 얼마나 노력했던가. 하지만 그녀가 받아들여야 했던 것은 세 번의 이혼이었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지팡이를 부여잡고 천천히 현관 앞에 다가섰다. 그리고 자물쇠를 푼 뒤 두꺼운 통나무로 된 목재 현관문을 열어 젖혔다. 비가 퍼붓고 있었고 구름은 갈라져 있었다. 하지만 그녀를 놀라게 한 것은 역시 호수였다. 호수를 본 마릴랜드는 놀라 입을 다물지 못 했다. 호수가 집채만한 너울로 요동치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 빠져나오려는 듯 애를 쓰는데 호수는 그를 막는 것처럼 호수 중앙에서 뭔가 높게 치솟았다 신음 소리와 함께 다시 호수 속으로 꺼져 버리곤 했다. 홀린 듯 마릴랜드는 호수에 다가섰다. 호수가 분노하고 있었다. 두려움 때문에 마릴랜드는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릴리야. 네 엄마가 왔단다. 화내지 말고 무슨 일 때문인지 얘기해보렴."
    마릴랜드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릴리야. 네 언니, 그리고 오빠들이 릴리 너를 지켜주겠다고 약속한 것처럼 네 엄마인 나도 마찬가지야. 이제 그만 화를 풀어야지. 옳지 착하다." 마릴랜드는 주문을 외듯 말하며 호수로 다가섰다. 그녀의 말에 반응이라도 하듯 너울이 점차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녀의 몸은 비에 완전히 젖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그러나 그녀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그 순간 호수에서 뭔가 솟구쳐 나왔다. 그리고 눈 깜짝할 새도 없이 그녀의 상체를 먹어 치워 버렸다. 상체를 잃은 그녀의 몸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고 주인을 잃은 그녀의 다리는 비틀거리다 쓰러져 버렸다. 마릴랜드를 삼켜 버린 그 것은 엄청난 굉음과 함께 다시 호수로 빨려 들어갔다.
     
    마릴랜드는 말을 다 끝마치지 못 했지만 그녀는 분명 세 명의 이름을 말하려 했을 것이다. 릴리의 언니, 오빠들이자 마릴랜드의 뒤를 이어 릴리를 보호하겠다 약속한 세 명의 아이들. 제임스, 제나, 데일리. 호수로 빨려 들어가는 순간 마릴랜드는 번개처럼 그들이 자신의 대문을 두드렸던 때를 떠올렸다. 작은 칼을 쥐고 기세 등등하게 들어와 자신의 목에 칼을 댔던 제임스, 그 뒤를 따르던 두 명의 아리따운 아가씨 제나와 데일리. 그러나 이틀 뒤 떠나기 전 제임스는 폭포처럼 눈물을 흘리며 마릴랜드를 안았다. 역시 제나와 데일리 또한 그를 따라 울며 그녀에 안겼다.
     
    "엄마, 나중에 또 봐요." 굵은 저음의 목소리로 제임스는 웅얼거렸다.
     
    '고마워요 파파. 저도 행복한 가정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마릴랜드는 생각하며 그들을 안고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2.
     
     그 다음날에는 바크셔 신문에, 그리고 그 다다음날에는 아일랜드 타임즈에 마릴랜드의 의문의 사망 사건이 보도가 된다. 정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 '기다려 달라'는 말만 되풀이 할 뿐이었다. 사람들은 마릴랜드의 흉측한 시체에 동물의 짓이라고 생각했지만 동물의 짓이라면 왜 마릴랜드의 시체가 집이나 숲 속이 아닌 호수 바로 앞에서 발견되었는지는 아무도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 했다. 바크셔 사람들은 다시 두려움에 떨었다. 마릴랜드의 죽음 때문이 아닌 그들 동네가 가진 이름값이 떨어질까봐 하는 데서 오는 두려움이었다. 그래도 마릴랜드 일가는 오랜 전통 속에서 바크셔에서 대대로 살아 왔기 때문에 마릴랜드의 집은 그녀를 추모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 자리엔 바크셔의 촌장인 로럼스 카테필드와 그의 동생이자 사냥꾼인 데이비슨 카테필드도 있었는데 카테필드가 또한 마릴랜드 일가 못지 않을 정도로 마을에서 이름 높은 집안이었다. 아주 옛날에는 카테필드와 마릴랜드 가와 그들을 추종하는 세력이 나눠 오랜 전투를 벌였다고 한다. 여전히 사이가 좋지 않아 마릴랜드 부인은 로럼스라면 이를 부득부득 갈 정도로 싫어했는데 정작 로럼스는 자리의 누구보다 슬픈 표정이었다. 반대로 그의 망나니 동생인 데이비슨은 맥주를 손에 든 채 큰 소리로 사람들과 떠들어 댔다.
    "마릴랜드를 노리는 사람이 뭐 한 둘이었겠어?" 그는 거침 없이 말했다. "안 그렇수 형님?"
    그는 보란 듯 맥주를 치켜 들었지만 로럼스는 차가운 눈길로 흘겨 보고는 메릴랜드의 먼 친척들 사이로 섞여 그들을 위로했다.
    "겁쟁이." 맥주캔을 우그러뜨리며 데이비슨이 중얼거렸다. 그 순간 문이 왈칵 열렸다. 누군가 해서 시선을 줬던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몸이 굳고 곧 메릴랜드 오두막 전체가 침묵에 잠겨 들었다.
     
    "제임스와 데일리." 로럼스가 홀린 듯 중얼거렸다. "오랜 만일세. 메릴랜드 얘기를 듣고 찾아 온 건가?"
    말을 마치고 로럼스는 그들에게 걸어가 악수를 청했다. 대대로 싸움꾼 집안인 카테필드 가 집안 출신 답게 로럼스는 큰 체격을 갖고 있었지만 제임스 앞에 서니 오히려 그의 체격이 작아 보일 지경이었다. 작은 눈과 두꺼운 턱에 금발로 짧게 쳐 올린 머리의 제임스는 누가 봐도 겁에 질릴 정도로 당당한 모습이었다. 그는 전혀 웃지 않는 얼굴로 그와 악수를 나눈 뒤 충격에 휩싸인 바크셔 사람들에 걸어가 조용히 인사의 말을 건넸다. 흑발에 여전히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데일리가 그의 뒤를 조용히 따르며 역시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이네요. 미안해요." 데일리의 눈에서 계속 눈물이 떨어져 내렸다. 자리에 있는 몇몇은 처음 바크셔 소년원에 들어갈 때의 그녀를 떠올렸다. 가출 청소년들의 연합 범죄 조직인'붉은 장미단' 출신으로 16살에 이미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그녀는 악을 쓰며 소년원에 들어가지 않기 위해 버텼다. 미친 듯 휘두르는 그녀의 왼쪽 팔 안 쪽에는 새빨간 장미가 그려져 있었다.
    "여전히 셋은 뭉쳐 다니나 보군. 소년원에서처럼 뭉쳐다니며 사고치는 건 아니겠지?" 제임스가 다가가자 데이비슨이 말했다. "말 조심해요. 저와 데일리는 결혼한 사이입니다." "이거 놀랍네." 진심으로 놀란 표정과 함께 데이비슨이 두 팔을 높이 쳐들었다. "소년원에서 이어진 사랑이 결실을 맺다. 이거 참 책 제목으로 써도 좋겠구만!" "그만 해라 데이비슨" 제임스의 표정이 굳어지는 것을 보고 로럼스가 말했다. "미안하다" 로럼스가 제임스에게 사과의 말을 건네자 제임스는 고개를 가볍게 젓고 아내인 데일리와 함께 메릴랜드가 잠든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곧 그 안에서 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제임스는 메릴랜드의 관을 붙잡고 "어머니, 어머니"하는 외침과 함께 계속 눈물을 흘렸다. 데일리도 그의 어깨를 붙잡고 함께 눈물을 흘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침착한 모습을 되찾은 이들 두 사람은 밖으로 천천히 걸어 나왔다. 마치 어딘가의 나사가 빠져 버린 장난감 로봇처럼.
     
    "촌장님은 오늘 신문을 보셨습니까?" 제임스가 로럼스를 향해 물었다.
    "아니, 왜?" "그럼 다시 묻죠. 바크셔는 2차 세계 대전과 관련성이 큰 동네입니까?" "그런 것 같지는 않네." 제임스의 표정이 굳어졌다.
    "오늘 자 신문을 보십쇼." 그가 주머니에서 아일랜드 타임즈를 꺼내 들었다. 신문 안에는 '메릴랜드 2차 세계대전 중 묻어놓은 폭약으로 인해 폭사..사건 종결 예정'이라는 말이 써 있었습니다.
    "바크셔는 아마 유럽에서 세계대전과 가장 무관한 지역 중 하나일 겁니다. 그런데 폭사라고요? 호수로 떠내려온 상자 지뢰를 만져 그리 되신 거라고요? 백번 양보해 맞다면 지뢰는 어딨나요? 그리고 제가 어머니의 몸을 제대로 보지 못 했지만, 듣자 하니 절단된 몸이 뭔가에 뜯긴 듯 들쭉날쭉 했다 하더라고요. 곰의 소행이라 하시는 분도 많이 계실텐데.."
    제임스는 분노를 억누르려는 듯 큰 소리로 침을 삼켰다.
    "바크셔에는 곰이 없습니다."
     
    "이제 완전히 바크셔 전문가 다 되셨구만!" 데이비슨이 그를 향해 이죽거렸다. "입 닥쳐 카테필드!" 데일리가 눈물을 훔치며 소리쳤다. 소란을 감지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높아졌다. "그만, 자기야. 여긴 어머니의 집이야." 제임스가 그녀를 막아 섰다.
    "아무튼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겁니다. 다들 이상한 것은 알지만 도통 보려 하질 않아요. 저는 이렇게 말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몇 년 전 데일리와 결혼을 앞두고 어머니를 찾아 왔습니다. 그리고 피를 나눈 자녀가 없는 어머니의 뒤를 이어 여기 있는 데일리와 함께 메릴랜드의 사람으로서 대대로 호수를 관리해 나가기로 약속했어요."
    충격에 휩싸인 사람들 사이에 다시 침묵이 감돌았다. 심지어 데이비슨조차도 입을 다물었다. "넌 메릴랜드가 될 자격이 없어!" 노년의 한 장로가 침묵을 깨고 이렇게 외쳤다.
    "여러분을 두렵게 만들었던 그 때의 우리와 지금의 우리는 분명 다른 사람입니다. 여러분의 분노 이해합니다. 저는 목수입니다. 여기 있는 데일리는 얼마 전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어요. 우리 둘 다 바크셔를 위해 할 일이 분명 있을 겁니다. 이 것이 여러분에 대한 속죄의 길임을 어머니는 일찍부터 우리에게 깨우쳐 주셨어요.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이건 어머니께서 마을 사람들을 위해 쓴 편지입니다. 메릴랜드 가의 사람으로 받아들여 달라는 메세지가 적혀 있어요. 촌장님." 그는 편지를 로럼스에게 전해 주었다. "죄송합니다만, 저와 제 아내를 제임스 메릴랜드와 데일리 메릴랜드로 받아들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로럼스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럴 수는 없네. 자네도 알거야. 메릴랜드의 이름이 우리 동네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아쉽지만 이 편지는 다시 갖고 돌아가 줬으면 하네. 자네가 아니라 그 어떤 누구에게도 주지 않았을 거야. 메릴랜드는 이대로 우리 바크셔 지방의 전설로 고이 기억될걸세." 제임스와 데일리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들로서는 쉽지 않으리라 분명 예상하고 온 길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로럼스가 힘들게 입을 열었다. "이만 돌아가 줬으면 좋겠네. 아직도 자네들을 겁내 하는 사람들이 많아."
    제임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제 전화번호입니다. 마침 저와 제 아내가 살고 있는 동네가 버크셔와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니 필요하다면 언제든 전화 주세요." 말을 마친 그는 데일리의 손을 잡고 문 밖을 나서 그들이 타고 온 차에 올라 탔다.
     
    "놀랐어 형. 저 녀석들이 무슨 배짱으로 여기까지 찾아온 건지." 먼지를 일으키며 떠나는 차 꽁무니에 대고 데이비슨이 말했다. "말 조심해라 데이비슨. 저래 봬도 그 깐깐한 메릴랜드 노인이 자기 자식들이라 인정한 사람들이다." 로럼스가 말했다. "예전에는 두 말 할 필요 없는 쓰레기였지만, 이젠 그 자체로 우리 모두의 존중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어."
     
    "그만 울어 데일리." 차 안에서 제임스가 말했다. "그렇지만 계속 눈물이 나는걸. 그 때 그렇게 실수한 게 후회돼. 이렇게 우린 엄마의 곁을 영영 떠나야 하는거야?" 제임스는 침묵했다. 고르지 못한 도로를 지나며 쿵쿵 하는 소리만 그들 사이에 울려 퍼졌다. "우리가 너무 이기적으로 군 것일지도 몰라. 갑자기 찾아와서 메릴랜드가 되겠다니.." 제임스가 중얼거렸다. "하지만 릴리는?" 데일리가 거칠게 말했다. "릴리야말로 우리가 지켜야 할 존재 아냐? 엄마랑 우린 약속했어. 릴리를 죽는 날까지 지키겠다고. 그런데 왜." "그들이 지키겠지.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이게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놀란 눈의 데일리가 그를 쳐다 보았다. "그러면?" "분명 그들이 마을 밖의 힘을 필요로 하는 순간이 올 거야. 나는 그 때를 기다리고 있어. 우리 엄마를 그렇게 만들어 놓은 존재는 인간이건 괴물이건 귀신이건 반드시 내가 찾아 찢어 놓고 말겠어." 제임스가 힘 주어 말했다. "인간이건 괴물이건."
     
    그 날 밤 바크셔. 바크셔 인근 동네에서 일주일간의 작업을 마친 기술자 브렛은 바크셔 호수 옆의 도로를 타고 바크셔로 향했다. 졸음이 쏟아져 왔지만 한 살 짜리 아들을 어서 빨리 보고 싶다는 생각에 중간에 쉼 없이 계속 달렸다. 도로는 울퉁불퉁했고 나무들을 관리하지 않아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우거졌다.
    "쥬라기 공원같군. 티라노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데?"
    브렛이 중얼거렸다. 그 때 소름끼치는 비명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란 브렛은 자기도 모르게 차를 세웠다. 주위를 두리번 거리던 브렛은 천천히 호수로 다가 섰다. 브렛은 놀라 입을 쩍 하고 벌렸다. 호수가 크게 요동치고 있었다. 특히 반대편 호수 쪽의 너울이 거대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 거대한 너울이 빠른 속도로 자신에게 접근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브렛은 까무러치며 차로 돌아가 엑셀을 밟았다. 달리는 와중에 옆을 쳐다보니 역시 거대한 어떤 것이 강물 속에서 차의 속도에 따라 쫓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순간 사라지더니 엄청난 굉음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끔찍하기 그지 없는 형체에 그는 말로 형용 못 할 두려움을 느꼈다. 거대한 몸뚱이가 도로를 가로막았고 브렛의 자동차가 들이 받았다. 괴물은 기다란 목을 젖히며 인간의 목소리와 코끼리의 울음 소리가 반 쯤 섞인 기괴한 비명 소리를 허공 속에 내질렀다. 그리고 입을 크게 부풀려 자동차와 함께 그대로 브렛을 삼켜 버렸다.
     
    다시 괴물이 울음 소리를 냈다.
    그런데 이제 그 소리는 만족에 가까운 소리처럼 들렸다.
     
     
     
     
     
    3.
     
     바크셔에서 멀리 떨어진 매니먼 지역은 바크셔와 달리 크게 번화한 지역이다. 아주 오래 전부터 번화한 지역은 아니었다. 2010년 아일랜드의 경제 위기가 조금씩 나아질 기미를 보일 무렵부터 새롭게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매니먼의 젊음을 사랑한다. 어쩌면 더블린(아일랜드의 수도)보다 더.
     
     바크셔에서 돌아온 제임스가 매니먼에 마련된 그의 작은 집 침실의 침대 위에 앉아 있다. 그가 라이터를 '딸깍'하고 켜자 불빛이 어두운 방 안을 환히 비췄다. 그의 등 뒤엔 데일리가 누워 있었다. 그는 문득 몸을 돌려 데일리의 뒷 모습을 바라 보았다. 17살 무렵 그의 친구였던 제나가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라며 소개해 준 데일리에게 그는 한 눈에 반했다. 하지만 그의 애정 표현은 언제나 뒤틀린 형태로 나타났고(성희롱은 가장 가벼운 정도에 속했다) 화난 데일리는 자신의 장미단 친구들을 불러 한 밤 중에 제임스의 패거리를 습격했다. 제나는 이들을 말리려다 함께 소동에 휩쓸렸다. 붉은 장미단 두 명의 단원들이 현장에서 죽었고 제임스 패거리 중 한 명이 깊은 상처로 인해 후일 병원에서 사망했다. 데일리는 경찰이 출동할 때까지 죽은 친구들의 이름을 부르며 제임스에게 달려 들었다. 제임스는 고개를 숙이고 자신을 비난하는 그녀의 말을 묵묵히 듣기만 했다. 그녀가 뱉은 침이 제임스의 볼에 묻었다.
     
     '딸깍' 그가 다시 라이터를 켰다. 고아원에서 자란 그는 14살 때부터 담배를 피웠다. 이 때부터 그는 한 밤 중에 라이터를 켜 보는 버릇이 있었다. 한 번 누를 때 그는 떠올릴 수 없는 엄마를 떠올렸고 다시 두 번째로 누를 때 자신을 버린 아버지를 떠올렸다. (그러나 역시 떠올릴 수 없었다.) 이미 14살 때부터 악명 높은 고아원 먹이사슬 최상층을 차지한 그에게 작은 공간에서 이런 취미 생활을 가졌다고 한들 그 어떤 누구도 불평하지 못 했다. 사건 이후 바크셔 소년원에 수감된 뒤로 제임스는 라이터를 켜는 취미 생활을 누리지 못 했다. 다만 한 밤 중에 깨어 있는 버릇은 여전했다. 하지만 그의 머리 속을 채우는 것은 알 수 없는 엄마와 아버지의 형체가 아니라 데일리의 모습이었다. 그는 데일리가 웃는 모습을 상상해 보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그럴 때면 이상 야릇한 번민이 마음 속을 가득 채우는 것을 느꼈다. 그에게는 (세탁과 공장 일로) 특정 시간 내 여성 수감동을 드나들 수 있는 친한 친구가 한 명 있었다. 그에게 제임스는 '번민에 시달리다 못 해 어쩔 수 없이 적게 된' 데일리를 위해 쓴 편지를 전해 주었다.
    "미안한데 이걸 데일리라는 친구에게 전해줘. A동이나 C동에 있을거야. 수감될 때 그 방향으로 들어가는 것을 봤거든."
    "무슨 용건인데? 걔가 너한테 돈이라도 빚졌어?"
    제임스가 아무 말 없이 머리를 긁적였다. 친구는 놀란 눈이 되었다가 알겠다는 듯 엷게 미소를 지으며 편지를 가져갔다.
    "답장 왔어." 일주일 뒤 친구는 제임스에게 데일리가 썼다는 편지를 전해 주었다. 제임스는 전에 없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뛰어들어가 데일리의 편지를 뜯었다. 편지를 펼쳐 본 그는 온 몸이 차갑게 식는 느낌을 받았다.
     
     두 장 짜리 편지에는 깨알같은 글씨로 빼곡히 제임스 패거리에 희생된 두 명의 데일리 동료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던 것이다.
     
     '딸깍'
     제임스가 그의 눈 앞에 라이터를 갖다 댔다. 불 빛이 어두운 방을 배경 삼아 아롱아롱 춤을 췄다. 그는 화를 내며 찢어버리는 대신 위에 '첫 번째 편지'라고 적고는 자신의 서랍에 보관했다. 다시 그녀에게 그는 편지를 보냈고 그녀에게서 온 분노 섞인 답장이 두 번 째, 세 번 째, 열 두 번째까지 쌓였다. 지쳤는지 데일리로부터 온 열 세 번째 편지에는 '그래'라는 말만 짧게 적혀 있었다. 제임스는 나중에 꼭 데일리 친구들의 무덤에 가서 사과하겠다는 메세지를 써서 보냈던 것이다. 이후 편지들에 답장이 없다가 약 두 달 뒤 편지가 왔다. 얼마나 급했는지 제임스는 친구에게서 편지를 받아들자마자 그 자리에 편지를 뜯었다.
    '안녕 스토커씨.'
    데일리의 편지는 이렇게 시작돼 있었다.
    '제나와 나는 몇 월 며칠에 여길 나가기로 했어. 만약 생각이 있다면 같이 나가자. 오해는 하지마. 네가 제나의 친구고 우리 둘 다 아는 사람 중에서 가장 힘 센 사람은 너이기 때문에 편지 하는거야.' 제임스는 데일리의 편지에서 처음으로 악의가 느껴지지 않았기에 기쁜 마음이 들었다. 약속한 날, 식사 시간에 몰래 빠져 나온 그는 데일리가 그려준 지도를 따라 빠른 속도로 걸어 갔다. 평탄한 길은 아니었기에 땅에 뒹굴어 온 몸에 흙이 묻었다. 목적지에 도착해 보니 제나와 데일리가 그림자 속에 조용히 서 있었다. 그들이 온 길은 제임스의 길과는 달랐는지 그들의 옷은 깨끗했다. 제나는 반갑게 제임스에게 달려와 포옹했지만 데일리의 표정은 차가웠다. 하지만 흙 투성이인 그의 몸을 보고 데일리는 아주 엷은, 스스로도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럼 이제 나가자." 데일리가 말했다. "빌어먹을 바크셔가 어떻게 생겼는지 구경이나 해보자고. 그리고 그 순둥이들을 놀래켜 줄 만한 이벤트들도 만들어 봐야지." 데일리의 눈빛이 달빛을 받아 빛났다.
     
     그들은 바크셔 호수 앞에 멈춰 섰다. 눈부신 바크셔 호수 위로 새들이 깃발처럼 펄럭이며 날아갔다. 벌써 2년 동안 바깥 세상을 구경하지 못 했던 그들은 숨 막힐 듯 아름다운 광경에 잠시나마 멈춰섰다. 그러다 제임스가 가장 먼저 정신차려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이 때 이미 그는 첫 눈에 데일리에 빠져 들었듯 그 호수가 마음에 들었다.
     호수를 지나니 작은 오두막이 보였고 제임스는 미리 준비해 둔 칼을 치켜 들었다. "누구요? 또 빌어먹을 야솝 영감은 아니겠지? 또 낚시하게 허락해 달라면 이번에는 당신 물건에 총알이 박힐 줄 알아!" 노인의 짜증 섞인 고함이 집 안에서부터 들려 왔다. 자물쇠가 열리며 땅에 떨어지는 소리(노인은 "젠장 허리도 굽히기 어려운데"라며 투덜댔다)가 들렸고 좀 뒤에 두꺼운 목재로 된 문이 열렸다. 제임스는 번개처럼 쳐 들어가 그녀의 목에 칼을 갖다 댔다.
    "가진 돈 다 내놔."
     제임스는 그녀에게 윽박질렀고 제나와 데일리는 팔짱을 낀 채 그녀를 노려봤다. 노인은 처음에는 놀란 표정이었다가 차츰 불만으로 불만에서 다시 분노로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 버르장머리 없는 녀석들! 죽일테면 죽여봐라! 어디서 감히 메릴랜드를 협박해?"
     노인이 소리를 빽 지르자 제임스는 깜짝 놀랐다. "이 노인네가 미쳤나?" "차라리 죽여 이 자식들아! 여깄는 건 어떤 것도 못 가져가!" 노인이 소리를 지르자 데일리의 표정이 차갑게 식었다. 제나는 데일리의 이 표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래 죽여줄게." 데일리가 제임스의 칼을 낚아채 노인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제임스는 그런 데일리의 팔을 붙잡았다.
     "그러지 마, 데일리."
     "니가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스토커 짓 몇 번 받아주니까 아주 네가 내 남자친구라도 된 것 같아?" 말과 함께 데일리는 제임스의 급소를 발로 찼다. 하지만 제임스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뭐야 너 고자야?" 데일리가 이죽거렸다. "이 정도 아픔이야 얼마든지 버텨왔어." 제임스가 말했다. "우리가 처음 출발할 때 뭐라 했는지 기억해봐. 나와서 절대 사람을 죽이지 않겠다고 말했던 것을." 데일리가 편을 들어달라는 듯 제나를 쳐다 봤다. 하지만 제나 역시 굳은 얼굴로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좋아 그럼." 하는 수 없이 데일리는 칼을 제임스에게 건네 주었다. "잘 해 봐. 그럼 어디."
     
     제임스는 끊임없이 욕을 쏟아내는 노인을 애써 무시하며 의자에 결박했고 다른 두 명의 여자들은 집을 샅샅이 수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온 것이라고는 권총 두 자루와 많지 않은 아일랜드 파운드(유로 도입 전 아일랜드의 화폐 단위)가 전부였다.
     "이 여자 굉장히 심플하게 사네?" 제나가 지친 듯 말했다. "이제 곧 동이 틀거야." 옷장을 뒤지며 제임스가 말했다. "우릴 찾는 게 언제부터 시작될까?" 제나가 물었다. "수색이라면, 이미 시작됐어." 제임스가 차갑게 대꾸했다. "늦어도 아침에는 여기까지 수색이 이뤄질 거야. 사실 바크셔 소년원에서 멀지 않은 곳이니까." "처음부터 이런 가난한 데 들르다니. 참 운도 없지." 데일리가 한숨을 쉬며 침대 위에 걸터 앉았다. 그런 그녀를 메릴랜드 부인이 사나운 눈길로 쳐다 봤다. 그녀의 입에는 테이프가 붙여져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나갈 수도, 안에 남아 있을 수도 없는 그들은 절망적인 기분에 바닥에 혹은 침대에 주저 앉았다. 그리고 물밀듯 피로가 몰려와 곧 쌔근쌔근 잠이 들었다. 메릴랜드 부인조차 고개를 숙이고 잠이 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들 모두 동시에 현관을 두드리는 거친 노크 소리에 잠에서 깼다. 데일리와 제나는 당황한 표정으로 팔짝 팔짝 뛰었고 제임스는 부스스 일어나 역시 잠에서 깬 메릴랜드 부인을 쳐다 봤다. 그녀의 깊은 눈과 마주치자 제임스는 '어머니가 있었다면 이런 모습이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생각도 잠시 칼을 들고 메릴랜드 부인의 목에 갖다 댔다.
     "이제부터 당신은 현관에 가서 아무 일도 없었다고 말하는 거야. 팔에 난 상처는 어쩌다 난 거고. 무슨 말인지 알거야. 난 현관 근처에 숨어 있을테니 만약 일이 수틀리면 당신 죽고 나 죽고야. 알겠어?"
     제임스는 무시무시한 목소리로 조용히 말했다. 아무리 강단이 센 사람이라도 오줌을 지릴 법한 살기 등등한 목소리였다. 말을 마치고 제임스는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최대한 티가 나지 않게 천천히 그녀의 입에서 테이프를 떼냈다. 다른 두 여자들은 메릴랜드의 손에서 결박을 풀어냈다. 툭툭 털고 일어난 메릴랜드 부인의 첫 마디는 인상깊었다.
     "불쌍한 녀석들." 차갑게 쏘아붙인 말이었지만 제임스는 왠지 모를 쓸쓸함을 그 안에서 느꼈다. 현관으로 다가선 메릴랜드 부인은 집 안을 수색하겠다는 경찰들을 막아섰고("나 메릴랜드야. 당신들 이 말이 뭘 의미하는지 알아? 네 할아버지가 우리 하인 출신이었어!") 그들을 돌려 보냈다. 경찰들을 돌려보낸 그녀는 놀란 토끼 눈이 된 세 청소년들에게 몸을 돌렸다. 허리에 손을 올린 그녀는 신처럼 당당해 보였다.
     "자 그럼!" 메릴랜드 부인이 말했다. "너희들 요리할 줄 모르지? 뭐 부터 먹을래?"
     
     메릴랜드 부인은 결코 다정한 성격이 아니었다. 몇 년이 흘러 자신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기사를 보고 제임스와 데일리는 웃음을 터뜨렸다. '다정함에 녹아내린 비행 청소년의 차가운 마음'이라던지 '따뜻한 밥 한 끼 식사가 그리웠던 그들에게 엄마가 되어주었다'느니 하는 말은 메릴랜드 부인과 전혀 맞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첫 식사 때부터 식사 예절을 말하며 그들을 야단쳤고 나중에는 그들이 흩뜨려 놓은 물건들을 다시 정리하도록 지시했다. 제나와 제임스는 어쩔 수 없이('이 노인 양반이 이 동네에서는 유명한 인물이구나') 그녀가 시키는 대로 했지만 데일리는 끝까지 악을 써가며 '죽이자고 네 칼 어딨냐'고 악을 써댔다. 그럴 때마다 메릴랜드 부인은 데일리에게 "시끄러워 이 년아!"라고 답해 주었다. 하지만 그 날 밤 메릴랜드를 감시하던(그녀가 신고하는지 도망치는지 보기 위해 세 명이서 교대로 그녀 옆에서 밤을 샜다. 그녀의 몸을 묶지 않고 굳이 불편을 감수한 것은 메릴랜드 부인의 강한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너희들을 어쩌고 할 생각이었으면 벌써 했지 어리석은 녀석들아!") 데일리는 메릴랜드와 대화를 하며 천천히 그녀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했고 몇 시간 후에는 차가운 이면에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메릴랜드에게 완전히 빠져 그녀의 품에 안겨 엉엉 울기까지 했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제임스와 제나는 고아였고 데일리는 창녀가 낳은,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는 외동딸이었다. 그들은 곧 스스럼 없이 메릴랜드를 '엄마'라 부르기 시작했고 메릴랜드 역시 '나의 딸과 아들'로서 다른 '나의 딸과 아들'로서의 릴리를 소개 시켜 줬다. 그녀의 릴리. 바크셔 호수 앞에서 메릴랜드와 그들의 딸 아들은 서로 조우했다. 이제 메릴랜드는 4명의 자식을 갖게 된 것이다.
     
     소년원에 제 발로 들어간 이들의 인생은 크게 바뀌었다. 제임스는 목수 일을 배우기 시작했고 제나는 헤어 디자인 기술을 익혔다. 누구보다 메릴랜드 부인을 그리워 한 데일리는 그녀를 생각하며 울면서 편지를 주고 받다가, 메릴랜드가 보내준 법학 서적으로 법 공부를 시작했다. 3년 뒤 출소한 제임스는 그를 기다리는 동료들에게 돌아가지 않고 매니먼에 정착했다. 그리고 2년 뒤에는 매니먼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목공소를 세웠다. 자리를 잡고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데일리에게 연락하는 것이었다. 그는 더블린 지역의 그녀가 일한다는 카페(야간 로스쿨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에 들어섰다. 아침 이른 시간이라 영업을 준비하며 그녀는 테이블을 닦고 있었다. 긴 머리를 질끈 동여맨 그녀의 아름다운 흑발이 목선을 타고 치렁거렸다. 제임스가 인사를 건네자 데일리는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그녀는 어떻게 행동할까.' 그는 수 없이 걱정했지만 그녀는 그가 생각하기에 가장 확률이 낮은 행동을 했다. 그에게 뛰어와 울며 안긴 것이다. 그 날 밤 그들은 메릴랜드의 얘기를 했다. 그리고 릴리, 그들이 남겨둔 동생에 관한 얘기도.
     "우린 언젠가 엄마와 릴리에게 돌아가야 해."  그녀를 품에 안고 제임스가 말했다. "근데 우리가 메릴랜드가 되면 우리는 남매끼리 결혼하게 되는건가?" 데일리가 그의 가슴에 하트를 그려보이며 수줍게 말했다. "미세스 메릴랜드" 그가 그녀 위에 올라타며 말했다. "미스터 메릴랜드" 그녀가 그 위에 팔을 둘렀다. 그리고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깊을 법한 키스를 나눴다.
    천왕동하루키의 꼬릿말입니다
    인생의 목적은 사랑받는 사람이 되는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되는거란다

    너에게는 너만이 완성할 수 있는 삶의 목적이 있고
    그것은 네 사랑으로 채워야 할것이지,
    누군가의 사랑으로 채워질 수 있는것이 아니야

    -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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