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style="text-align:center;"><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505/14323836718hLo7PcTFjOkN1KpnDbSrPsaGRCf.jpg" alt="221215_143007565768246_1506948_o.jpg" style="border:none;width:600px;height:902px;"></div><br><div><b>"</b></div> <div><b>렌즈를 새로 영입했습니다.</b></div> <div><b>기분이 째집니다.</b></div> <div><b>무언가 작가가 된 느낌입니다.</b></div> <div><b>이 렌즈는 주변부 해상력이 뛰어납니다.</b></div> <div><b>무려 그것도 고정 조리개 입니다.</b></div> <div><b>초음파 모터도 세계 최고급 수준이어서 그 어떤 피사체도 잡아낼 수 있는</b></div> <div><b>그런 렌즈입니다.</b></div> <div><b>나는 못 찍을 게 없는 세계 최고의 </b><b style="font-size:9pt;line-height:10.2857141494751px;">매그넘 </b><b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작가 입니다.</b></div> <div><b>왜냐면 이 렌즈는 가격이 100만원도 훨씬 넘는</b></div> <div><b>간지 작살 뽀대 쩌는 렌즈니까요.</b></div> <div><b>"</b></div> <div><br></div> <div>이십년전 당시 렌즈를 구매했을때 그때의 마음이 저러했었습니다.</div> <div>너무나 어렸었더랬죠.</div> <div><br></div> <div>렌즈를 마운트 하고 돌아오는 길 지하철에 사진 속 노숙자 분이 바닥에 앉아 계셨었습니다.</div> <div><br></div> <div>노숙자 분 촬영분이 포함된 필름을 맡기고 </div> <div>며칠 후 출력물을 받아 들고 집에와선</div> <div>헤이즐넛 향기 가득한 커피 한잔을 잔에 가득 담아</div> <div>출력물들을 책상위에, 봉투를 거꾸로 들고 탈탈 털어 가득 펼쳐 봅니다.</div> <div><br></div> <div>그 세계 최강 렌즈로 기백만원 짜리 SLR 바디였는데</div> <div>사진이 이렇게도 흔들려 버렸습니다.</div> <div><br></div> <div>그러나 사진은 흔들린 것이 아니었습니다.</div> <div>제가 흔들리게 찍은 것이었죠.</div> <div><br></div> <div>부끄러웠던 것입니다.</div> <div>미안했던 것입니다.</div> <div>죄송했던 것입니다.</div> <div><br></div> <div>삶이 고단한 사람을</div> <div>제 이기심에 도촬하였던 것입니다.</div> <div><br></div> <div>그 후로 저는 더이상 이런 사진을 찍지 않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그리고 몇년 후</div> <div>후배가 카메라를 새로 장만했다며 </div> <div>새로 산 카메라로 사진도 많이 찍어서 업로드 하겠다며</div> <div>저에게 사진도 배울겸(배울 것이 없는데 말입니다.ㅜㅜ)</div> <div>출사를 같이 나가자 합니다.</div> <div><br></div> <div>저 : "어디로?"</div> <div>후배 : "오빠 우리~ 판자촌 가자"</div> <div>저 : "... 그래"</div> <div><br></div> <div>그녀석은 카메라를 새로 장만한 덕에 기분이 좋았는지</div> <div>한껏 차려입고</div> <div>카메라를 들쳐메고 나왔습니다.</div> <div><br></div> <div>버스를 타고 한참을 걸어 판자촌에 도착합니다.</div> <div>녀석은 신이 나서 여기 저기 누비며 연신 셔터를 눌러댑니다.</div> <div>신이 날만큼 나 있었습니다.</div> <div>벌써 필름을 두 통이나 갈더군요.</div> <div>다른 쪽에선 담벼락에 서서 V자 손짓도 하고</div> <div>커플이 하하하하 깔깔깔깔 웃으며</div> <div>앙증 맞은 포즈를 취하며</div> <div>사진을 찍어댑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며칠 후 찍은 사진좀 같이 봐달라고해서</div> <div>같이 현상소에서 출력물을 받아들고</div> <div>커피숍을 찾아 사진을 한장씩 꺼내봅니다.</div> <div><br></div> <div>저 : "원하는 샷 많이 건졌어? 이쁘게 나온거 있어?"</div> <div>후배 : "음... 이 사진 잘 나온거 같애. 느낌 있다 그치?"</div> <div><br></div> <div>사진속에는 판자촌 문사이로</div> <div>허리 숙여 무언가를 하시는 한 어머니와 </div> <div>그 등에 낡은 포대기로 감싸진 아이가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저 : "그래 이정도면 뭐 잘 나왔네"</div> <div>후배 : "그치 그치? 오빠가 봐도 느낌 괜찮지?"</div> <div>저 : "OO야"</div> <div>후배 : "응"</div> <div>저 : "신발 벗고 어디 들어갔는데 너 양말 빵꾸난걸 니가 알았는데, 그걸 다른 사람이 보면 기분이 어떠냐?"</div> <div>후배 : "챙피하지"</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저 : "이번주에 그 사진 드리러 가자."</span></div> <div>후배 : "응? 누구한테?"</div> <div>저 : "사진 주인공"</div> <div>후배 : "미쳤나봐. 이걸 어떻게 드려"</div> <div>저 : "그럼 왜 찍었어?"</div> <div>후배 : "판자촌 가면 그냥 뭐랄까. 음. 느낌 있잖아. 약간 어두운 느낌도 나고. 쓸쓸한 느낌도 들고 뭐 많이들 찍잖아?"</div> <div>저 : "OO야. 아까 너가 그랬지? 양말 빵꾸나면 부끄럽고 챙피하다고"</div> <div>후배 : "당연한거 아닌가"<br></div>저 : "그치?" <div>후배 : "글치~~ 안 챙피한 사람이 어딨냐"</div> <div>저 : "양말 빵꾸난거 하나에도 창피하고 부끄러운데. 보여주기 싫고, </div> <div> 그런데 있잖아. 이유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div> <div> 그렇게 사는 모습을 몇백만원짜리 카메라 메고 이쁘게 화장하고 신나서 자기들 사진 찍으러 오면 좋아하실까?"</div> <div><br></div> <div><br></div> <div>후배는 시집도 가고 이쁜 아이도 낳고</div> <div>항상 이쁜 사진들을 블로그에 올리며 사진 생활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나름 낚시글 죄송합니다.</div> <div><font size="2">판자촌을 예쁘게 찍는 법</font><font size="3" style="font-weight:bold;">.은 없습니다.</font></div> <div><font size="3" style="font-weight:bold;"><br></font></div> <div>판자촌은 예쁘게 찍을 수 없습니다.</div> <div>아직도 가끔 조금 어두운 느낌의 사진을 찍고 싶을때는</div> <div>예전 일들을 떠올립니다.</div> <div>특수한 목적을 가지고 도움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한</div> <div>보도 사진이 아닌 이상(그러나 그것도 사실 잘 내키지는 않습니다)</div> <div>어려운 삶을 살아가시는 분들을 찍지 않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사진에 많은 분들이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듯 해서</div> <div>지난 제 이야기를 두서 없이 적어봤습니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