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와세다 대학교 교수인 노리히로 카토(</span>加藤典洋<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가 쓴 글을 보았습니다.</span></div> <div>정확히는 그걸 <a target="_blank" href="http://www.nytimes.com/2014/10/15/opinion/norihiro-kato-daring-to-ask-hirohito-about-his-role-in-WW2.html?_r=0" target="_blank">영어로 번역한 거</a>였지만요. (일어공부는 수능에서 끝;;)</div> <div><br></div> <div><br></div> <div> <div style="text-align: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410/1413368317wQopboeu2vSdbap1D1LJCgYsE.jpg" width="800" height="540" alt="800px-Ford_and_Emperor1975.jpg" style="border:none;"></div>(포드 대통령 내외와 히로히토 내외, 백악관, 1975.10.02)</div> <div><br></div> <div>1975년 10월 31일, 미국을 방문하고 몇 주 후 히로히토 천왕과 부인은 궁에서 기자회견을 엽니다.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TV에 출연한 모습이라고 하는군요.) 당시 런던 타임즈 대표로 참가했던 나카무라 코지(中村浩二)는 용감하게도 직접적으로 그에게 태평양 전쟁에 대한 책임을 묻습니다.</div> <div><br></div> <div><blockquote style="border:.571428596973419px solid rgb(222,223,223);padding:5px 10px;background-color:#f7f7f7;"><b>"백악관에서 폐하는 '내가 깊이 개탄하는, 불운한 전쟁'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을 폐하가 개인적으로 전쟁 자체에, 그리고 일본이 전쟁을 시작했다는 사실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까? 추가로, '전쟁에 대한 책임'이라는 개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b></blockquote> <div><br></div>히로히토는 다만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런 단어 표현에 대해서 나는 이런 문학적인 면은 그다지 연구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잘 모르므로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대답할 수가 없습니다(1975년 11월 1일자 아사히 신문)"라고 대답합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러나 비록 제대로 된 답을 받지 못했다 하더라도 이 질문은 존재 자체가 중요합니다. 히로히토는 기자회견 후로도 14년을 살았지만 다시는 기자회견을 열지 않았고,<b> 1975년의 회견에서 나카무라 코지가 위 질문을 하지 않았다면 히로히토는 죽을 때까지 단 한 번도 1) 일본 시민에 의해 2) 공개적으로 자신이 전쟁에 가지는 책임에 대한 질문을 듣지 않았을 겁니다.</b></span></div> <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이건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div></div> <div>일본인인 나카무라 코지는 '아무도 묻지 않는,' '그리고 암묵적으로 '아무도 물어서는 안 되는' 질문을 국가의 상징이자 대표인 천황에게 던졌습니다.</div> <div>기자로서, 일본인으로서 해야 할 일이었으니까요. 다른 무수한 기자들은 하지 않았으니까요.</div> <div><br></div> <div>아직 제국주의의 잔재가 사라지지 않은 70년대라 특별했던 걸까요? 지금도 다르지 않습니다.</div> <div> <div style="text-align: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410/14133686367TdUhYrt.jpg" width="800" height="399" alt="dd.jpg" class="chimg_photo" style="border:none;"></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지난 달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일본 궁내청은 총 61권에 1만2000장 분량의 히로히토 실록을 공개했습니다. 그러나 특히 세계 2차 전쟁 전/후 시기에 대한 내용이 크게 편집되어 관련 학계에서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히로히토 개인의 책임에 대해서는 철저히 회피하고 있다고 하는구요.</span></div> <div style="text-align:left;"><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 style="text-align:left;"><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지지난주 <a target="_blank" href="http://www.nytimes.com/2014/09/30/opinion/hirohito-string-puller-not-puppet.html" target="_blank">역사학자 허버트 빅스(Herbert Bix)가 쓴 글</a>도 인상적입니다.</span></div> <div style="text-align:left;"><blockquote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order:.571428596973419px solid rgb(222,223,223);padding:5px 10px;background-color:#f7f7f7;">"[일본의 대형 신문사로부터] 이제까지 공개가 금지되었던 내용을 살피고 다양한 사건에 대한 히로히토의 시각을 평가해 달라는 의뢰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조건이 있었습니다: "히로히토의 세계 2차 전쟁에서의 역할과 책임"은 신문사에서 보도할 수 있는 범위 바깥이므로 논하면 안 되다는 거였습니다."</blockquote> <div><br></div> <div>75년에서 지금까지, 일본은 그다지 변하지 않았습니다.</div> <div>일본에서 세계 2차 대전 이야기를 하는 건 가능합니다. </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다만 일본의 책임은 말할 수 없습니다.</span></div> <div>마치 그 '개탄스럽고, 불운한 전쟁'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마냥 말이죠.</div> <div>전쟁에 대한 책임이 없다면 피해자와 가해자의 구분은 희미해집니다. 전쟁이란 기본적으로 끔찍한 일이니만큼 관여된 모두가 피해자...라고 할 수 있게 되는 거죠. 다 고생했으니까 다 똑같이 불쌍하고. 이 아픈 기억 그냥 덮고 넘어가자고. 잊어버리자고.</div> <div><br></div> <div>그 해이한 책임회피에 대항한,</div> <div>용감한 기자 나카무라 코지를 생각합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P.S. 불편한 사실은 잊고 싶어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일본에서든, 한국에서든, 중국에서든 세계 어디에서든 가장 위험한 '내부의 적'이라 생각합니다.</div> <div>우리 모두 마음을 다잡고 마냥 선량한 피해자로 행세하고 싶은 달콤한 유혹을 떨쳐냈으면 좋겠습니다.</div> <div><br></div> <div>---</div> <div>출처</div> <div>1. 히로히토 일왕 내외 & 포드 대통령 내외 사진: <a target="_blank" href="http://en.wikipedia.org/wiki/Hirohito" target="_blank">http://en.wikipedia.org/wiki/Hirohito</a></div> <div>2. 노리히로 카토 글: <a target="_blank" href="http://www.nytimes.com/2014/10/15/opinion/norihiro-kato-daring-to-ask-hirohito-about-his-role-in-WW2.html?_r=0" target="_blank">http://www.nytimes.com/2014/10/15/opinion/norihiro-kato-daring-to-ask-hirohito-about-his-role-in-WW2.html?_r=0</a></div> <div>3. 허버트 빅스 글: <a target="_blank" href="http://www.nytimes.com/2014/09/30/opinion/hirohito-string-puller-not-puppet.html" target="_blank">http://www.nytimes.com/2014/09/30/opinion/hirohito-string-puller-not-puppet.html</a></div> <div>4. 일왕 실록 기사 캡쳐: <a target="_blank" href="http://www.newsis.com/ar_detail/view.html?ar_id=NISX20140910_0013160764&cID=10102&pID=10100" target="_blank">http://www.newsis.com/ar_detail/view.html?ar_id=NISX20140910_0013160764&cID=10102&pID=10100</a></div> <div><br></div> <div>참고</div> <div>1. 일본 천황을 다룬 영화 태양(Solntse, 2005) 리뷰: <a target="_blank" href="http://ama00ame.egloos.com/m/2363166" target="_blank">http://ama00ame.egloos.com/m/2363166</a></div></div></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