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내게a라는 몇년간 알고 지낸 친우가 있었다.</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내가 그렇듯 그도 게임을 즐겼기에 우리는 하루가 멀다하고 리그오브레전드에서 듀오를 하였고 오버워치가 나온 뒤로는 오버워치에서 호흡을 맞추고는 했던것이다.</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br></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그런데 a는 나보다도 게임을 훨씬더 많이 하는 겜창인생이었기에 내가 오버워치에 접속하면 귀신같이 파티에 초대하고는 하였으나 요사이 통 그의 모습을 볼 수가 없어 연락하니,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요사이 게임을 하지 않던데, 바쁘냐는 나의 물음에 횡설수설하는 그가 이상하고 걱정되어 집으로 찾아가겠다 했고 a역시 부디 그리해달라 했다.</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br></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a의 집에서 마주한 그는 사람의 몰골이 아니었다. 머리는 떡지고 손톱이 길어 wasd는 제대로 누를지 의문이었다.</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그는 참혹한 몰골에도 나를 반갑게 반겼고 그런 그를 보고 나는 약간 안도했다.</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분명 스카이림에서 훌륭한 모드를 받았거나 다크소울에서 부러진직검으로 고행을 했을것이다.'</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나는 그렇게 속으로 지레짐작했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전혀 예상치 못한것이었다.</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br></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지금부터는 내가 a로부터 들은것을 기억나는대로 옮긴것이다.</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이야기는 a가 피시방에 가면서 시작된다.</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딜러에 재능이 없던 a는 이내 장비탓을 하며 수없이 피시방을 들락거리며 맥크리, 위도우 메이커를 전전하였으나 실력은 지지부진 하였다.</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그날도 a는 한숨을 쉬며 피시방에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그런데 떡진머리에 손톱이 길고 개기름에 절어 망령의 모습을 한 자가 그에게 말을 걸더라는 것이다.</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나는 이 대목에서 a가 설명하는 망령의 모습이 a 자신과 다름이 없다고 생각했으나 말하지 않았다.)</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좌우간 a는 그의 모습에 거부감을 느꼈지만, 피시방이라는곳이 으레 사이버망령이 지내는 곳이니 한번 그가 무슨말을 하는지나 들어보려했다는 것이다.</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br></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이봐, 당신 게임 좋아하는 모양이지??'</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피시방에 게임하러오지 웹툰보러 오겠소?? 실없는소리 하시려면 그만 하던 게임이나 하시오.'</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그러나 망령은 아랑곳 않고,</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당신, 디아블로 해봤나?? 스타크래프트는?? 와우 스토리는 얼마나 아는가??'</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교묘하게도 모두 a가 해보았던 것들이어서, a는 성심껏 답하였다.</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a의 대답을 들은 망령같은 자는 입꼬리를 비죽거리며 물었다.</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요즘에는 오버워치나 하고 말겠지?? 그렇지??'</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a는 이자의 모습이 추레하나 신통하다 생각해 놀라워 하였다.</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그러나 추레한 몰골을 한 자는 이내 입에 무서운 소리를 주워섬기는 것이었다.</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그으래, 그럼 자네 히오스는 안하는가?'</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a는 소스라치며 내질렀다</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긋 그런소리 마시오! 그런 것 손에 잡아본 적 없소!'</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하지만 망령은 집요하게 캐물었다.</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그래도 들어본적은 있겠지? 그-그것이 세간에 소문은 안좋지만 그래도 그것만한것이 없는데....'</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이미 노잼에 타격감도 없는 지루한 게임이라고 정평이 나있지 않소? 정녕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맛봐야 알아!'</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a의 말에 망령은 짐짓 화난듯 보였으나 침착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길고 짧은건 대어봐야 아는것이지. 자네 한번도 해보지 않고 함부로 폄하하는가? 혹 두려운가?'</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내가 두려워할것이 무엇이 있겠어!'</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그을쎄, 히오스가 너무 재밌어서 감당 못할까봐, 그래서  시작도 안하는것 아니야??'</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a는 추레한자가 자신을 도발해 꾀어내는것임을 알았지만, 그는 히오스 망령따위가 하는 도발을 피하고싶지 않았다.</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웃기지 말아! 그래 어디 한번 해보자구! 내가 다시는 히오스에 손도 못대게 해주지!'</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a는 피시방비를 그자가 내는 조건으로 세판만 히오스를 하기로 하였다.</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br></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a는 히오스에 처음으로 접속했지만 풍문이 워낙에 자자한 게임인지라 얕은 식견이나마 있었다.</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인터페이스 한번 흉물스럽소, 어찌 이런곳에서 게임을 해!'</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인터페이스는 뒷전으로 두고, 영웅부터 골라보시게. 자네, 암살자영웅 관심없나? 여기 이게 노바라는 것인데....'</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히오스망령은 a에게 이런저런 암살자들을 권했지만 a는 거부했다.</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탱커로 주시오. 상성안타고, 튼튼하고, cc좋은놈으로 내어 봐.'</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흐응, 자네 보통내기는 아닌게로구만.</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좋소, 여기 무라딘이라는 놈인데 한번 써보시오.'</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a가 찬찬히 살펴보기에 스킬셋이 적절하고 스텟이 빼어나며 조작이 용이하여 썩 좋은 영웅이었다.</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그럼 이놈으로 해보지.'</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그러나 a가 침을 꿀꺽 삼키며 빠른대전을 누르고도 300초동안이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것이었다.</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이거, 게임이 안잡혀 못하겠구만! 그러면 그렇지, 이런 흉물스런 게임을 누가 해!'</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a가 고개를 가로지르며 자리를 박차려 할때, 거짓말같이 게임이 잡혔다.</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망령은 그럴줄 알았다는듯이</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원래 저랩구간이 다 그런것 아니겠소'</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하며 너스래를 떠는것이었다.</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a가 게임을 시작하고 조작법을 익히자 이내 적에게 착실히 스턴을 넣고 킬을 올렸다.</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자네, 역시 소질이 있군그래. 내사 사람보는눈은 틀리질 않으이.'</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웃기지 마시오, 내 게임에 잔뼈가 굵고 저놈들 무빙이 단조로우니 그것을 누가 못맞추오??'</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게임이 진행되는동안 a와 망령은 이런식으로 주거니 받거니 했지만 양쪽 모두 만만치 않았다.</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게임이 중반이 되어 한타를 하는데, 갑자기 a의 시야에 이상한것이 들어왔다.</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저기 저놈은 겐지가 아니요??'</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맞소! 겐지를 좋아하는가?? 얼마전 시공에 합류했네만.'</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탱커유저였던 a는 내심 오버워치를 하며 겐지들의 활약을 눈여겨 보았으나 그 자신은 재능이 없어 포기했던 참이었다.</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겐지놈들은 모두 실력은 없고 겉멋만 들었지. 킬 하나 먹은것이 유세인줄 알고...'</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a는 그렇게 말하고는 적 딜러진에 들러붙었다.</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그러나 후방에 있던 겐지가 질풍참 한번에 아군딜러에게까지 이동해 용검으로 무참히 베어 재끼는 것이었다.</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한타는 필히 패했고, 팀원은 a를 나무랐다.</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a는 어이가 없고 속이 타 하소연했다.</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아니 저것 좀 보시오!! 무슨놈의 질풍참이 저리도 기오?? 질풍참 한번에 맵 삼 분의 일은 족히 가로지르겠소!!'</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이에 히오스망령은 게걸스럽게 웃으며 말했다.</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그러면 자네가 겐지를 하면 되지 않은가??'</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a는 겐지를 하라는 말에 말이 턱 막히고 말았다. 겐지를 하라는 말을 난생 처음 들어 무어라 대답하기가 곤란한 것이었다.</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히오스망령이 겐지를 고르고 빠른대전을 멋대로 시작해버렸지만 a는 이미 정신이 혼란하여 미처 막지 못하였다.</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br></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a는 이때부터 더욱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 표창이 타겟팅이라는 둥, 아니 타겟팅이 아니라는둥, 나중엔 qqqdqqqw같은 말도 안되는 콤보를 주워섬기기 시작했다.</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결국 그때 a는 알수없는 기묘한 두려움에 휩싸여 식은땀을 흘리며 결국 그 두번째판을 마지막으로 세 판을 채우지 못하고 그만 도망쳐 나오고 말았다는 것이었다.</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br></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a의 이야기가 비록 난잡하고 믿기 힘들었지만 나를 겁에 질리게 만들기는 충분하였다. 무엇보다 귀신에 홀린듯한 a의 눈동자가 나를 소름끼치게 하였다.</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하지만 나는 애써 담담한 목소리로 a에게 오버워치를 한 판 권했다.</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로드호그로 손맛 좀 보며 느긋하게 생각을 정리하게. 그저 지나간 한나절간의 소나기같은 것 뿐이야.'</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그것은 내게 하는 소리이기도 했다.</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a는 좋은 생각이라며 베틀넷을 켰다.</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그런데 문득 내게,</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이-이봐, 자네는 패치노트를 자주 들여다보지??'</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하며 묻는것이었다. 패치대법관이나 다름없던 나는 그렇다. 하고 대답했다.</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그러자 a가 </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그래, 그래서 자네에게 묻는것인데 말이야...겐지가 상향된 일이 있나??'</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나는 최근에 겐지가 상향된 바가 없으므로 그러한 사실을 전했다.</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그러자 a가 떨리는 목소리로</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에이, 장난 말어, 요즈음 겐지놈들이 설치는것이, 상향받은것이 틀림없네. 수리검 날리는것이 백발백중이야!!'</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나는 문득 등골이 서늘해졌다.</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아닐세, 겐지는 패치노트에 올라온지 두 달도 넘었어. 겐지 유저들 실력이 올라간 것이겠지.'</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그러자 a는 갑작스럽게 발작하듯 소리쳤다.</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허튼소리 말아!! 겐지놈들 질풍참도 버프받은게 틀림 없잖아!! 이걸보아!! 맵의 거진 삼 분의 일을 지나가잖아!!!'</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a가 발작하는 모습에 나는 두려워져 그만 그의 집을 도망치듯 빠져나왔다.</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a는 내가 나가던 말던 모니터를 가르키며 끔찍한 소리를 주워섬기고 있었다.</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히히히...그래...불의 세례를받아라....벌레같은 놈들....'</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a의 집을 빠져나오며 닫히는 문틈으로 보였던 모니터에는, 무언지 알 수 없으나 확실히 오버워치가 아닌 게임이 돌아가고 있었다.</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br></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나는 황급히 집으로 돌아와 몸을 씻고 간단히 요기를 하였다.</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a의집에서 있었던 일이 자꾸만 떠올라 음식을 먹는둥 마는둥 하고는 컴퓨터 앞에 앉았다.</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그래, 잊자. 다 잊는거야. 오늘도 그저 오버워치나 하다 잠들고 내일이면 모두 잊는거야.'</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그렇게 마음을 추스르는 사이 어느새 게임이 시작되었다.</div> <div style="font-family:Verdana, Arial, Gulim;">하나무라군....화물을 밀어야겠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