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피씨방에서 본 일이다.<br><br>나이든 히저씨 하나가 블리자드 가맹 피씨방에 가서 떨리는 손으로 영웅리그 10등급을 달성후 인쇄한 스샷을 내놓으면서,<br><br>"황송하지만 이 등급이 10등급이 맞는지 좀 보아 주십시오."<br><br>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피씨방 사장의 입을 쳐다본다. 피씨방 사장은 히저씨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스샷을 들여다 보고<br><br>"좋소."<br><br>하고 내어 준다. 그는 '좋소'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인쇄한 스샷을 받아서 가슴 깊이 집어 넣고 절을 몇 번이나 하며 간다. 그는 뒤를 자꾸 돌아보며 얼마를 가더니 또 다른 피씨방을 찾아 들어갔다. 품 속에 손을 넣고 한참 꾸물거리다가 그 스샷을 내어 놓으며,<br><br>"이것이 정말 10등급이 맞는 스샷이오니까? " <br><br>하고 묻는다.<br>피씨방 주인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보더니,<br><br>"어디서 대리를 받았지?" <br><br>히저씨는 떨리는 목소리로<br><br>"아닙니다, 아니에요."<br><br>"그러면 듀오 버스라도 탔단 말이냐?"<br><br>"누가 그렇게 아무하고나 듀오를 해줍니까? 자기 등급 떨어질지 걱정만 하지 않습니까? 어서 도로 주십시오."<br><br>히저씨는 손을 내밀었다. 피씨방 주인은 웃으면서<br><br>"좋소."<br><br>하고 던져 주었다.<br><br>그 는 얼른 집어서 가슴에 품고 황망히 달아난다. 뒤를 흘끔흘끔 돌아다보며 얼마를 허덕이며 달아나더니 별안간 우뚝 선다. 서서 그 스샷이 빠지지나 않았나 만져 보는 것이다. 거친 손가락이 모스트1인 누더기 위로 스쳐 지나갈 때 그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얼마를 걸어가다가 어떤 골목 으슥한 곳으로 찾아 들어가더니 벽돌담 밑에 쪼그리고 앉아서 스샷을 손바닥에 놓고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가 어떻게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가까이 선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br><br>"누가 그렇게 많이 도와 줍디까?"<br><br>하고 나는 물었다. 그는 내 말소리에 움찔하면서 손을 가슴에 숨겼다. 그리고는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달아나려고 했다.<br><br>"염려 마십시오, 리폿하지 않소."<br><br>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 하였다.<br><br>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br><br>" 이것은 대리로 올린것이 아닙니다. 듀오 버스를 탄것도 아닙니다. 누가 저 같은 놈이랑 듀오를 해줍니까? 어느 한 판 버스를 타본적이 없습니다. 1인분 해주는 팀원을 만나기가 백에 한번도 쉽지 않습니다. 나는 한 판 이기고 한 판 지면서 어찌어찌 승률 51%를 간신히 넘겼습니다. 이렇게 51%의 승률로 조금씩 조금씩 등급 점수를 모았습니다. 이러기를 40번을 하여 겨우 이 귀한 10등급 스샷 하나를 건졌습니다. 이 등급을 찍는데 3000판도 더 걸렸습니다."<br><br>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br><br>"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10등급을 만들었단 말이오? 겨우 그 등급으로 무얼 하려오?"<br><br>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br><br>"이글거리는 불꽃 늑대 탈것이 갖고 싶었습니다." <br><br>--------------------------------------------------------------<br><br>나도 어서 10등급 찍어야되는데....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