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부터 지금까지 게임을 개발하는 곳에 일하면서 모진 야근과 학대와
험담까지 겪어가며 입에서 욕 나오는 거 꾹 참고 일했습니다.
그저 재미있는 게임 하나 만들어보겠다고 원래 했던 일 접고 시작했는데
돌아온 건 배신, 뒤통수, 연이은 회사 부도로 인해 텅텅 빈 제 은행잔고와
얼마 없는 월세 보증금뿐이더군요.
내가 무능해서? 어리석어서? 고민 정말 많이 했습니다.
제가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웃기게도 그게 아니었어요.
최근 스마트 폰 게임의 열풍으로 많은 유저 분들은 게임회사 살림 많아 나아지셨네요
좋으시겠네요 라고 생각하죠.
절대 안 그래요.
아직까지 게임 만드는 거 좋다고 일하는 친구들 태반이 집에 못 가고 야근해요
툭하면 술 먹으며 한숨 기울이며 어쩌냐 제길 이러고 살아요.
옛 말에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서커스주인장이 챙겨간다 하듯이
게임회사도 마찬가지에요. 게임이 돈 벌면 재미 보는 사람은 사장님들뿐이고요
개발자들은 지금도 박봉과 야근에 시달려 살아요.
사장님들은 늘 그래요
“신입은 뽑기 그렇고 똘똘한 놈들 뽑자니 머리통 좀 커졌다고 말 안 듣고 비싸기만 해.
왜 이렇게 사람이 없어?!!”
네 없겠죠. 월 200도 안 주려고 하면서 개 부려 먹듯이 부려먹는데 누가 와서 일해요?
대리급 경력 사람들이 호구입니까? 아니죠~
요새 게임구직 사이트 풍경 가관입니다.
경력자 뽑는다며 싼 애들 뽑을라 하고
경력 트집 잡을 거 있으면 그거 갖고 연봉 깎으려고 하고
신입이 소화하기 어려운 밸런스 시스템 업무 죄~~다 그 친구들한테 강요하면서
님들아 게임회사 오려면 이 정도는 해야죠! 우린 이런 신입 원해요.
이러고 앉아있더군요.
경력자들이 취직 안 된다고 힘들어하면
“우린 옛날에 라면 먹고 월 50만원도 못 받고 일했어.
게임 뜨면 인센 준다니까?” 라면서 그런 사람들을 헐 뜯기 바쁜 윗선분들…
더럽고 역겹네요.
이제 3개월 5개월 안에 게임 찍어내야 해서요.
요즘 개발자들은요 더더욱 집에 못 가고 야근에 시달려요.
좋아서 하는 일인데 왜 징징대냐? 남의 돈 버는 게 쉬운 줄 알아?
남의 돈 버는 게 어려운 거 아는데요.
야근수당도 안주고 점심도 내 돈 주고 사먹어야 하고
박봉에 야근에 체불에
세상에 온갖 더러운 수모와 고통 겪어가면서 일하는데
이젠 남의 꺼 백날 베끼라고까지 하니 그게 더 싫어요.
야근도 참을 수 있어요. 야근수당 없어도 됩니다.
근데 돈 되는 게임은 원래 표절을 해야 제 맛이다 라는
쓰레기 논리 펼치면서 경력자들 연봉 3천도 주기 아까워하면
그냥 게임회사 접고 커피숍 차리세요.
기분 더러워서 담배나 한 대 피러 가렵니다.
얼마 전에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미안하다. 너한테 좋은 남자가 못 되어서 정말 미안하다.
나 같이 비전 없는 남자 만나지 말고 절대 게임회사 다니는 남자 사귀지 마라
행복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