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MF의 영향이 아직 온전했던 12년 전,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내나이 26..</P> <P>홀로 남은 생활력 없는 어머니를 부양하기 위해 박봉이든 뭐든 월급만 나온다면 어떤 회사든 간절했다</P> <P>먼저 결혼한 누나들이 셋 있었지만 어머니의 부양은 온전히 내 몫</P> <P>힘들고 외로운 생활의 연속이었지만 누나들로부터의 도움은 기대하지 않았고 그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다</P> <P>나이가 들어갈 수록 독립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할 수 없었다</P> <P>홀로 남게될 어머니에 대한 걱정.. 혹여나 자신들에게 부양의 짐이 돌아올까 걱정되는 누나들의 반대..</P> <P>독립을 하더라도 어머니에게 경제적 도움은 계속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모두 소귀에 경읽기..</P> <P>그래도, 그때까지만 해도 별다른 원망 없이 '그래, 남아야겠지? 남아야지.. 남아야 하는 거야..'</P> <P>하지만 아들이라는 이유로 모든 부양의 책임과 가장 역할을 홀로 지고 살아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P> <P>나의 또다른 위치인 막내라는 이유로 '존중'은 받을 수 없었다</P> <P>어머니 뿐 아니라 누나들, 매형들, 조카들의 대소사를 챙겨왔지만 돌아오는 것은 언제나 무시 뿐..</P> <P>의사와 자존심을 짖밟힐때마다 왜 이러냐고, 내 생각 좀 들어보라고 이야기해봤지만</P> <P>안들어봐도 뻔하다고, 네가 받아들여야 하는 거라고, '네까짓것' 이라는 태도만 있을 뿐이고</P> <P>대소사에 소요되는 모든 경비를 내야 할 때에는 순식간에 가장으로서의 아들로 스위치 되어</P> <P>모든 부담과 지출은 당연히 모두 내 몫.. 심지어 매형들과의 식사에도..</P> <P>어린 나이 때부터 가장으로서 노력한 모든 것들은 한순간에 부정되거나 폄하되기 일쑤였다</P> <P> </P> <P>길다면 긴 시간동안 우둔하게도 이 모든 것들이 아들로서, 막내로서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받아들였지만</P> <P>내가 간절히 바란 최소한의 존중마저도 그들에게는 무리라는 것을 깨닫게 된 순간, 나는 무너져버리고 말았다</P> <P>내가 바란 것은 가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왕대접을 받는 것이 아니라,</P> <P>어른 대 어른으로서, 사람 대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존중을 바랬던 것인데..</P> <P>어머니마저 누나들의 입장만 되풀이해서 받아들이라고 이야기 할 뿐..</P> <P>모두 모인 자리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신 12년 전부터 우리집에는 가장이 없다' 라는 말씀을 듣고</P> <P>나는 쥐고 있던, 들고 있던, 짊어지고 있던 모든 것을 내려놓기로 결심했다</P> <P> </P> <P>오늘, 어머니께 그동안 내가 불만이었던 부분을 다시금 말씀드리고</P> <P>가족관계로 인한 우울증으로 정신과 상담을 받았던 것까지 털어놓았다</P> <P>그리고 봄이 오기 전까지 독립해서 나가 살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렇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아서..</P> <P> </P> <P>홀로 집에 남겨질 어머니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P> <P>하지만 변화하지 않는, 변화될 수 없는 가족들의 기대와 압박, 그리고 계속되는 실망을 더이상은 견딜 수가 없다..</P> <P>오래 살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이렇게 고통 속에서 살고 싶지는 더더욱 않기 때문에..</P> <P>착잡하다.. 먹먹하고.. 이게 과연 잘한 일일까.. 어머니 혼자 사실 수 있을까..</P> <P>누나들이 과연 어머니 부양을 함께 나누려고 할까..</P> <P>힘들다.. 다 놓고 싶다..</P>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