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가을이다.</P> <P> </P> <P>오늘따라 특히 나는 가을을 느낀다.</P> <P>그러다 보니 글을 쓰고 싶다.</P> <P>페이스북에 쓰자니 나의 정체가 드러나, 마음 속의 모든 말을 쑥쑥 털어내기가 힘들 거 같고,</P> <P>그렇다고 혼자 일기에 쓰자니 청승맞기도 하고,</P> <P>누군가는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에 '익명'이라는 것의 좋은 장점을 이용하여 오유에 허세글을 남기고자 한다.</P> <P> </P> <P>나이 26살. 현재 XX대학교 4학년. 막학기. 대학원을 가기 위해 연구실에 미리 들어가 실험에 몰두하는 상태.</P> <P> </P> <P>수업은 수업대로. 공강에는 무조건 실험실.</P> <P>월~금 밤 10시까지. 토 오후 5시까지. </P> <P>과외는 토요일 저녁과 일요일날 랜덤으로.</P> <P>어쨌거나, 저쨌거나 참.. "내 시간"은 오로지 일요일 뿐.</P> <P> </P> <P>이 바쁜생활에 돌입한지, 고작 2개월. 나는 석/박사 통합과정에 들어가려 한다.</P> <P>앞으로 최소,최소 5년은 이생활을 해야하는데, 벌써 나약해지는 기분이다. 왜냐하면 오늘이 가을이기 때문이다.....</P> <P> </P> <P>대학원 입학을 위해 지원서류를 준비해야 했다. 성적증명서와 졸업예정증명서를 뗐다.</P> <P> </P> <P>무심하게 쳐다본 내 성적증명서. ....'한심하군.'</P> <P> </P> <P>성적이 말이 아니다. 특히나 저조한 2학기와 3학기 성적.</P> <P>이 성적표는 그 당시 내 삶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성적표와 함께 내 과거시절이 떠오른다.</P> <P> </P> <P>당찬 고3생활을 끝내고, 나름 좋은 대학교에 들어왔다. </P> <P>나는 '에헴'거렸고, 소위 모든 고등학생들이 원하는 '자유'를 얻었다. 즐거웠다.</P> <P>1학년 1학기는 그럭저럭 괜찮은 성적이 나왔다. 공부도 생각만큼 많이 한건 아닌데 이정도면 뭐. (3.1/4.3)</P> <P> </P> <P>여전히 나는 '에헴'거렸다. 나는 내가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았다.</P> <P>그러다 나는 1학년 2학기 2.09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으며 좌절을 시작한다.</P> <P>그 이후로 갑자기 '자유'라는 것이 무서워졌다. </P> <P>선생님들의 간섭이 없어지면서 '체계'가 사라졌고, 야자를 통한 '보이는 경쟁'이 사라지면서 '자극'을 잃었다.</P> <P> </P> <P>자유가 아니라 방종이었다. 책임없는 자유가 무섭다는 것을 그 때 처음 알았다.</P> <P>마음을 다잡기가 좀처럼 쉽지 않았다. 뭐, 그렇다고 탈선을 한건 아니지만. </P> <P> </P> <P>그리고 2학년 1학기, 2.01의 성적표를 받으며 자신감을 잃는다. 계속 계속 나는 작아졌다.</P> <P>어떠한 과제가 주어져도 "내가 할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앞섰다..</P> <P> </P> <P>뭐.</P> <P>그렇다고, 그 시절을 사실 후회하진 않는다.</P> <P>왜냐하면 - 핑계지만- 그 시절 나는 공부를 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빴기 때문이다. "노느라" 바빴다.</P> <P>하지만 많이 "놀아서" 그 시절을 후회하지 않는다.</P> <P>1. 동아리 활동을 했다. - 가톨릭동아리였다. 일주일에 한번씩 모임을 가지며 자신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가졌다.</P> <P> 여름에는 농활을 열흘 갔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우리끼리의 프로그램을 하며,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P> <P> 너무나 소중했던. 너무 고마웠던 시간.</P> <P>2. 밴드도 했다. - 드럼을 쳤다. 즐거웠다. 혼자 이어폰을 들으며 치던 순간, 모두와 합주하던 순간, 단독공연을 하던 순간,</P> <P> 박수소리, 함성소리. 뭉클했었다. 길거리를 오가며 듣는 모든 음악을 들으며 항상 생각했다. </P> <P> ' 이 곡, 합주해도 재밌겠는데?'.. 음악은 그 당시 나에게 전부였다.</P> <P> </P> <P>3. 주말에는 편의점 알바를 했다. - 당시에는 담배도 피지 않던 시절인데 모든 담배를 외웠다. 재밌었다.</P> <P> 하루 지나 폐기한 삼각김밥을 먹는 재미도 쏠쏠했다. 그 좁은 공간에 다양한 사람들이 오고 갔다.</P> <P>4. 또, 주말에 교리교사를 했다. </P> <P>5. 연애도 했다.</P> <P>....</P> <P> </P> <P>하- 정말 바빴던 시절이다. 그래도 요즘 너무 공부만 하는 1,2학년들을 돌아보면 그저 불쌍해보인다. 갑갑해 보인다.</P> <P>유일하게 다양하게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 20대 초반일 텐데 라는 생각과.</P> <P> </P> <P>-------------------------</P> <P> </P> <P>3학기까지 망치고, 군대에 갔다. </P> <P>제대를 하니, 집안이 어려웠다. 등록금도 많이 올랐다.</P> <P>4학기를 진학하지 못하고, 한학기 휴학을 했다. </P> <P>집 근처 종합병원에서 일을 했다. 경비업체에서 일을 했다.</P> <P>나는 '아르바이트'라고 하는 일이지만, 그 곳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직장'이었다.</P> <P>나는 순식간에 '직장인'이 되었다. </P> <P> 그 시절 삶은 고통스러웠다. 주-야간 교대 근무에, 늘 서있어야 하고, 사람이 모자라 쉬는 날에도 일을 했다.</P> <P>군대보다 더 힘들었던 시절이다. 중간에 말도 없이 그만두는 사람들이 수두룩 했고, 그 곳의 주임들은 그런 모습들이 익숙한 듯 "개새끼"한마디 털어내며 무심하게 근무를 계속했다. </P> <P> 죽고 싶은 날들이었다. 선배들의 온갖 욕설이 무전기를 통해 들리고, 하루하루가 스트레스였다. </P> <P>'그만둘까'라는 생각을 하루에 수십번 하며, 매일 출근하는 아버지의 고통을 10분 이해하던 시절이었다.</P> <P> </P> <P>그렇게 빡시게 일하고 한달에 130만원 정도를 받았다. 5달을 일하니, 생활비를 제외하고 600만원을 모았다. ..</P> <P>놀라운 사실은, 그곳의 8년차 주임의 월급이 나와 고작 100만원도 채 차이가 나지 않았다.</P> <P>내가 복학을 위해 그만두던 날, 주임이 내게 이야기했다. "공부 열심히해."</P> <P>....찡했다. 사회는 생각보다 냉혹했다..</P> <P> </P> <P> </P> <P>그리고 복학을 하여 4학기부터 7학기까지 쉼없이 달리며, 지금 8학기를 맞고 있다.. </P> <P>어찌보면, 평범한 삶을 살아왔지만- 이렇게 차근차근 돌이켜보니 은근히 재미난 일들이 많았다.</P> <P> </P> <P> </P> <P>.</P> <P>..</P> <P>.</P> <P>가을이다. 외롭다.</P> <P>연애하던 시절도 떠오른다. 연애의 일상도 나열하고 싶지만, 너무 길어질 것 같다...</P> <P>괜시리 혼자 글쓰고, 혼자 우울해 질 것도 같다.</P> <P> </P> <P>쨌든. 좋은 밤이다.</P> <P>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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