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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1797998
    작성자 : 익명YmZmY
    추천 : 16
    조회수 : 2398
    IP : YmZmY (변조아이피)
    댓글 : 10개
    등록시간 : 2023/01/26 01:53:38
    http://todayhumor.com/?gomin_1797998 모바일
    엄마가 베란다 난간 위에 올라선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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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어릴 적 
    엄마, 새아빠가 크게 싸우신 그날
    엄마가 아파트 베란다 난간 위에 화분을 딛고 올라선 그 순간
    전 엄마를 세상 그 누구보다 사랑했습니다
    아빠와 이혼한 엄마가 조금 미웠지만
    난폭한 새 아빠를 데려온 엄마가 조금 많이 미웠지만
    저는 엄마를 사랑했습니다 
    엄마의 모든 선택을 사랑했고
    엄마도 저를 사랑함을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엄마가 난간 아래를 내려다 보았을 때 
    망설임 없이 뛰어나가 엄마를 붙잡았을때 
    전 어른이 되고 싶었습니다 
    엄마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었습니다
    그 어린 나이에 전 조금씩 스스로를 갉아먹기 시작했습니다
    엄마를 위해서
    나를 위해서 
    저는 조금씩 저를 잃어 갔습니다
    아빠가 보고 싶었지만 꾹 참았고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너무 무서웠지만 울지 않았고
    새 아빠가 화낼때는 배게 속에 얼굴을 묻고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아주 사소한 부분부터 시작해 저는 저를 버렸습니다
    울지 않고 웃으며 늘 밝은 모습으로 
    엄마가 나를 걱정하지 않게 
    엄마의 짐을 조금씩 덜어서 제가 짊어졌습니다.

     하지만 엄마의 사랑은 나누어 가져야만 했습니다
    결코 모두 제것이 되지 못했습니다 
    조금 버거워 보이는 언니에게 늘 그 사랑이 조금더 흘러갔죠
    엄마는 모를 겁니다.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 
    하지만 전 알고 있습니다 엄마의 시선은 항상 언니에게로
    쏠려있었다는 것을요. 기대도 자랑도 모두 언니의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해했어요 조금 버거워보이는 언니의 짐도
    제가 들어주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때의 저는 너무 어렸습니다 
    그저 주는게 사랑인 줄 알았고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전부 였습니다
    그렇게 저는 조금씩 아주 조금씩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저를 다 잃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걸 너무 뒤늦게 깨달은 지금은 그저 공허하기만 합니다
    엄마와 언니가 제가 준 모든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는 걸 깨달은 후 저는 그렇게 썩어갔습니다
    당연한 것. 어찌 그리 생각했을 까요 
     제 탓일까요? 
    제게 남은 건 없습니다 
    제가 한게 사랑인지 그리고 사랑이라고 굳게 믿었던 그게 사랑이 맞는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한때는 굉장히 혼란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공허하기만 하네요.
    사실 저는 사랑받고 싶었던 걸까요
    그래서 다 내어준 걸까요
    누군가 저를 좀 사랑해줬으면 합니다
    저도 이젠 채워지고 싶어요
    위로받고 싶어요
    제 삶이 결코 의미없지 않았다고
    넌 최선을 다했다고 
    누가 위로해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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