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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gomin_1786588
    작성자 : 짤줍짤줍
    추천 : 25
    조회수 : 2209
    IP : 58.234.***.110
    댓글 : 15개
    등록시간 : 2021/01/24 18:36:17
    http://todayhumor.com/?gomin_1786588 모바일
    사무실 책상에 앉아서 일을 하다가 병신이 되었다.
    <p>어디에도 쉽게 할 수 없는 이야기.</p> <p> </p> <p>나는 평범한 공장근로자다.</p> <p>여러가지 잡일을 하지만 주 업무는 사무라 대부분 책상에 앉아서 보낸다.</p> <p>20년 12월 30일 수요일 아침.</p> <p>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자료를 만들고 있었다.</p> <p>새로 부임해온지 얼마 안되는 공장장이 내 옆에 오더니</p> <p>가만히 앉아 일을 하던 내 왼쪽 귀를 꼬집었다.</p> <p>자기딴에는 아프게 꼬집겠다고 귀를 접고,</p> <p>접힌 부분을 힘을주어 꾸욱 눌르며 위로 끌어당겼다.</p> <p>많이 아팠다. 속으로 화가 치밀어오를만큼 귀에 통증을 느꼈으나,</p> <p>직장 상사가 꼬집으니 그냥 앉아서 참았다.</p> <p>공장장은 인사발령으로 여기로와 처음봤을 때부터</p> <p>이미 이곳 직원들하고 예전에 같이 근무한 경험이 있어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서로들 친한 사이였고,</span></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장난으로 헤드락을 걸거나, 목 뒤를 손날로 치거나,</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어깨를 꾸욱 눌러 아프게 하거나, 술자리에선 숟가락으로 머리를 때리거나.</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아무튼 부하직원들에게 장난식으로 손을 대는 타입이었다.</span>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나는 이곳 직원들하고 달리 처음보는 사람이여서</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타인의 신체에 손을 대는 것에 아무 거리낌이 없는 그 스타일이</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별로 탐탁치는 않았으나,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는</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선배 직원들이 다 웃음으로 넘기기에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겼다.</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귀가 꼬집히고나서 그날 하루종일 귀에서 통증이 사라졌다 찾아왔다를 반복했다.</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거니 했다.</font> </p> <p> <br></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자고 일어난 날 다음날 아침, 내 왼쪽귀는 퉁퉁 부어있었다.</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20년의 마지막 날 아침에,</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나는 세면대에서 거울을 보고 잠시 멍을 때렸다.</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그때까지만 해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근처 병원에 가서 약을 바르거나, 주사정도 맞으면 되겠거니 했다.</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출근해서 선배들에게 귀를 보여주며 </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어제 공장장님이 꼬집었는데 귀가 2배로 커졌다며 보여줬다.</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귀를 본 사람들도 웃고, 나도 웃었다.</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잠시 병원에 다녀오겠다는 내 보고를 받는 팀장님도 웃었고,</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귀를 꼬집은 공장장도 웃었다.</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나는 이럴때는 대체 어느병원을 가야하는거냐고 물었다.</font>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다들 웃었다.</span>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 </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나는 이 증상이 뭔지 그 당시 알지 못했다.</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귀가 다쳤으니 이빈후과인가? 뼈가 다친거 같은데 외과인가?</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고민하다 어디든 가면 설명해주겠지라는 생각에 </font><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외과로 갔다.</span>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귓바퀴에 물이차서 부어오른거라고 했다.</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부어오른 귓바퀴에 주사바늘을 찔러넣고 물을 빼냈다.</font> </p> <p>주사기를 보니 물이라기보단 핏물이었다.</p> <p>다시 또 물이 찰 수 있다고 했다.</p> <p>2~3일 뒤 경과를 보자고 다시 오라고했다.</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그러겠다고 했다.</span> </p> <p>밤에 자려고 누웠더니, 자면서 뒤척이다</p> <p>왼쪽 귀가 혹시 잘못되는게 아닐까 하는 작은 걱정이 들어</p> <p>오른쪽으로 돌아누웠다.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마음 속에 작은 불안이 피어올랐으나,</span></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내가 너무 예민한거겠지.</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자다깨다 선잠을 잤다.</span> </p> <p>새해복 많이 받아야할 21년 1월 4일 아침. 내 귀는 다시 부어있었다.</p> <p> <br></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잠시 시간을 내 다시 외과를 찾아갔다.</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가성낭종이니, 물주머니니 하는 소리들을 해주더니</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역시 주사바늘을 꽂아 핏물을 뽑아냈다.</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수술이 필요할수도 있으니 나보고 선택하라고 했다.</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생각해보고 다시 오겠다고 했다.</font>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다시 회사로 돌아왔다.</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공장장은 내 책상위에 치료비라며 5만원을 올려두었다.</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내가 니 귀를 만지고나서 다쳐서 내가 치료비를 주긴주는데</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솔직히 내가 니 귀를 꼬집기 전부터 니 귀 이상했다고, 알고있었냐고 말했다.</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다들 웃었다.</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나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여기저기서 늦은 새해인사 전화들이 왔다.</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인사했다.</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 </span>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일이 너무 많아 바로 병원을 가진 못했다.</font>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일하는 틈틈히 인터넷으로 이빈후과들을 검색했다.</span>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몇일 뒤 이빈후과에 방문했다.</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언제 이랬냐고 의사가 물었다. 대답했다.</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의사는 내 귀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font> </p> <p>많이 심각한지 묻자, 잠시 후 설명해준다며</p> <p>귀에 주사바늘을 꽂았다.</p> <p>의사는 계속 한숨을 쉬었다. 나는 숨을 쉴수가 없었다.</p> <p> </p> <p>이개혈종이라고 했다.</p> <p>주짓수나 레슬링 운동선수들이 귀가 자꾸 충격을 받고 압력을 받아서</p> <p>주로 생기는 질환으로 사람들은 보통 '만두귀'라고 부른다고 했다.</p> <p>일반사람이 생기는 경우는 보통 외상이라고 했다.</p> <p>운동선수들은 만두귀가 열심히 운동했다는 증표내지는 훈장으로</p> <p>여겨진다고 들은것도 같았다.</p> <p>그러나 나는 평범한 일반인이다.</p> <p>오른쪽 귀는 그대로고, 왼쪽 귀만 만두귀인 내 모습을 떠올리자</p> <p>입술이 말랐다. 의사한테 여러가지 물어보았지만</p> <p>문장이 제대로 구성되지않고 뒤죽박죽 단어들이 섞여 나왔다.</p> <p>의사는 외상으로 귀 연골과 연골막 사이에 틈이 생겼고,</p> <p>그 틈에 피가 차 부풀어 오른만큼 피부를 위로 올려내서</p> <p>귀가 붓는 것이라고 했다.</p> <p>그 틈은 자연치유되지 않는다고 했다.</p> <p>다시 피가 차지 않게 그 자리에 굳으면 고체가 되는 약물을<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 넣어</span></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본드처럼 붙인것으로 이해하라고 했다.</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당시에는 설명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앞으로 귀가 충격을 받지 않게끔 조심하라고 했다.</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앞으로 조심? 얼마만큼? 1주일? 2주일? 1년? 10년? 죽을때까지?</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나는 완치가 되는 것인지, 재발은 걱정안해도 되는 것인지를 물었다.</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의사는 재발위험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고 했다.</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지금 넣은 약물이 성공적으로 붙을지도 알 수 없다고 했다.</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약물로 붙지 않으면 다시 약물을 넣어보고, 그래도 안붙으면</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수술을 해야한다고 했다.</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수술을 하면 재발위험 없이 완치되는 것이냐고 물었다.</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의사는 수술해도 재발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심한 사람은 귀가 간지러워 긁어도, 그 압력에</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붙은 본드가 떨어져 다시 틈이생겨 피가 차 귀가 붓는다고 했다.</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재발이 발생하면 할수록, 귀 외형이 점점 변형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최대한 귀를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너무 걱정하지 말고</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경과를 봐야하니 3~4일 뒤에 다시 오라고했다.</span> </p> <p>밤에 자려고 누우려다,</p> <p>잠을자면 약물이 굳기 전에 귀가 충격을 받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p> <p>그날은 잠을 자지 않았다.</p> <p>유투브를 틀었고, 사람들의 귀만 보였다.</p> <p>긴 밤이었다. </p> <p> </p> <p>회사에 보고했다.</p> <p>나는 일을 하다가 다친 것이고,</p> <p>병원 진료를 위해선 업무 시간 중에 다녀와야하니까.</p> <p>팀장님하고 나 사이에 조금 불편한 공기가 흘렀고,</p> <p>둘 다 담배연기로 애써 덮었다.</p> <p>밤에 자려고 누우니 불안함에 잠들 수 없었다.</p> <p>일어나 편의점에서 소주를 1병 사왔다.</p> <p>나는 술에 흥미가 없는 사람이라 집에 소주잔이 없어서</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소주 1병을 컵에 따라서 나눠마셨다.</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다음날 지각을 했다.</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오늘은 더 일찍 자야겠다고 생각해 밤 9시에 누웠다.</span>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잠을 못들고 못들다 </font><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시계를 보니 밤 11시 40분쯤 이였다.</span>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어제는 안주없이 소주를 마시려니 너무 쓰고 고역이었다.</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오늘은 간단한 안주라도 같이 사야겠다고 생각했다.</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소주2병이랑 육포, 담배 2갑을 샀다.</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다음날도 지각을 했다.</font> </p> <p> <br></p> <p>몇일동안 귀는 다시 부어오르지 않았다.</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병원에서는 치료가 잘 된거 같다고 했다.</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그러나 치료가 된건 나도 알고있었다.</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의사에게 물었다.</span> </p> <p>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이개혈종 완치율 이라는 말들이 있던데</p> <p>왜 선생님은 재발 위험이 있다고 말씀하시는지 물었다.</p> <p>환자들이 기대하는 완치는 치료가 끝났으니 평생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이고,</p> <p>의학에서 말하는 완치는 치료가 성공했다는 의미라고 했다.</p> <p>주입한 약물이 목적을 달성했다 까지가 의학에서 말하는 완치이지</p> <p>그러니 앞으로 평생 떨어지지 않는다는 포함하지 않는다고 설명해줬다.</p> <p>대학병원에 갈수 있도록 소견서를 써달라고 했다.</p> <p>대학병원에 가도 소용없을거라고 했다.</p> <p>이미 치료가 끝났기에, 대학병원도 치료해줄 수 있는게 없을거라고 했다.</p> <p>그래도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써달라고 했다.</span></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제발 누군가 1달만 조심하면 된다고, 1년만 조심하면 된다고,</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1년쯤 뒤에는 재발할거라고 기간이라도 설명해줬으면 좋겠다는 절박함이</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나를 점점 추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span> </p> <p> </p> <p>대학병원 3곳을 예약했다.</p> <p>집에는 말할 생각이 없었다.</p> <p>연로하신 부모님이</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타지에서 일하고 있던 아들 귀를</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직장상사가 </span><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꼬집어서 이모양이 됐다고 하면 속상해서 쓰러지실 것 같았다.</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그런데 대학병원 예약 완료 카톡이 엄마한테 갔다.</span>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숨긴다고 숨겼는데 옛날에 진료할때 엄마가 내 보호자 번호로</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등록되어있던걸 </font><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미처 생각하지 못했다.</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혹시 대학병원 진료 예약했냐고 엄마한테 카톡이 왔다.</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머리가 어지러웠다.</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응 엄마. 아니 저번달에 귀에 뾰루지같은게 갑자기 크게 생기더라구.</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그래서 동네 이빈후과가서 치료는 다 잘 끝냈는데,</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혹시나 왜 생기는건지, 다시 안생기게 하려면 어떻게 관리해야하는지</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대학병원가서 물어보려구.</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의사가 치료 끝났다는데 뭐하러 시간쓰고 돈써가며 대학병원을 또 가냐며</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엄마한테 잔소리를 한참 들었다.</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아 몰라요. 나 19일날 생일이라 하루 쉬어.</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치킨먹고 싶으니까 생일선물로 치킨이나 사줘요.</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전화를 끊었다.</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귀를 다친 이후로 처음으로 울고 싶다고 느꼈다.</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진짜로 울지는 않았다.</span> </p> <p>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집에 갔더니, </span><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엄마가 어느쪽 귀냐고 물었다.</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왼쪽 귀라고 대답하면 자세하게 보실 것 같아서</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오른쪽 귀라고 거짓말을 했다.</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식탁에 앉아서 과일을 먹었다.</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나랑 마주보고 이야기하면서도 엄마의 눈동자는</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계속 내 오른쪽 귀를 왔다갔다 했다.</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집에 있기가 힘들게 느껴졌다.</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회사에 급한일이 생겨서 가봐야한다고 나갈 채비를 했다.</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뭔놈의 회사가 생일날 쉬라고 해놓고</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다시 불러내 일을시키냐고 뒤통수에 대고 엄마가 투덜대셨다.</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돈 버는게 어디 쉬워요. 모르는 사람처럼 왜그래.</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밖으로 나왔다.</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숙소로 돌아가는 고속도로 위에서</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를 틀었다.</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 </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대학병원 3곳을 다녀왔다.</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3곳 모두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내게 말해줬다.</span>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그러나 그 끝은 모두 </font><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귀에 충격이 가지 않게 앞으로 조심하라는 말이었다.</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잘때 최대한 푹신푹신한 배게로 자야한다고 했다.</span>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헤드셋이나 헬멧은 사용하면 안된다고 했다.</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이어폰도 안되냐고 묻는 내 모습은</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사실상 이어폰은 써도 된다고 말해달라고 의사에게 비는 꼴이었다.</font>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앞으로 조심히가 도대체 언제까지인지, </span><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듣고싶은 말은 들을 수 없었다.</span>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회사에 보고했다.</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일하다 다친 건데 회사에서는 아무 조치도 안해주는거냐고 물었다.</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나는 가만히 앉아서 일하다가, 평생 귀를 조심해야하는 불편함을 가지고</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살게되었는데 회사는 아무 조치도 없는거냐고 물었다.</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팀장님이 기분나쁘게 듣지 말라고 했다.</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지금까지 치료비는 주겠다고 했다.</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생각이 어디까지 정리됐냐고 내게 물었다.</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내가 잘못한 것이 없기에 회사를 그만둘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그럼 앞으로 마음 잘 추스리고 다같이 즐겁게 일하자고 말씀하셨다.</font> </p> <p>소주 2병을 마셨더니 얼굴이 너무 뜨거웠다.</p> <p>나는 씻지도 않고 누웠다.</p> <p>물론 오른쪽으로 돌아눕는걸 잊지는 않았다.</p> <p>마음 잘 추스리고.</p> <p>다같이 즐겁게.</p> <p>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주말이라 계획대로</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숙소 방안에서 혼자 노트북으로 엑셀 인터넷 강의를 들었다.</span> </p> <p>엑셀이랑 파워포인트를 더 자세하게 배워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업무속도를 높이고 싶어서,</span></p> <p>귀가 다치기 전에 결제했었다.</p> <p>강사의 귀만 보였다.</p> <p>방안에는 빈 소주병이 가득 쌓여있었다.</p> <p>세어보니 25병이었다.</p> <p>밤 9시에 밖으로 나와서 그냥 걸었다.</p> <p>충동적이었다. 그냥 갑자기 1393 자살예방상담전화가 떠올랐다.</p> <p>상담사 인원수에 비해 너무 많은 전화가 와서</p> <p>상담사들의 업무 피로도가 너무 높다는 뉴스를 본적이 있다.</p> <p>내가 전화를 해도 될까 한참을 고민했다.</p> <p>걸어봤자 안받겠지 하는 생각에 전화를 걸었는데</p> <p>정말로 전화를 받아서 놀랐다.</p> <p>상담사분께서 무슨 일인지 이야기해보라고 하셨다.</p> <p> </p> <p>사무실에서 앉아서 일하다가, 직상 상사가 왼쪽 귀를 꼬집었는데요.</p> <p>귀 연골이 다쳤는데, 자연치유가 안되는 부분이라네요.</p> <p>귀에 충격이 가지않게 앞으로 조심하는 수 밖에 없대요.</p> <p>귀를 다치기 전에는 몰랐는데, 생활이 정말 불편해졌어요.</p> <p>옷을 입고 벗을때도 조심, 전화를 받을때는 오른쪽 귀로,</p> <p>머리를 감을때도 왼쪽 귀는 손 안닿게 조심,</p> <p>귀가 간지러워도 살살,</p> <p>미용실에서 이발할때도 왼쪽 귀는 조심,</p> <p>소파에 눕고 싶어도 참구, 정말 눕고싶으면 오른쪽으로 돌아눕구요,</p> <p>잘때 맘편하게 눕고싶은데 귀가 신경쓰여서 불안해서 잠을 못들어서</p> <p>소주를 마시고 자요.</p> <p>대학병원 진료를 부모님께 들켰는데, 속상해하실까봐 거짓말로 숨겼어요.</p> <p>앞으로 살 날이 많은데, 매일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고요.</p> <p>회사에 말했더니 해줄수 있는게 없대요.</p> <p>지금까지 들어간 치료비는 주겠대요.</p> <p>앞으로의 치료비는 얘기가 없네요.</p> <p>제 귀를 꼬집은 사람이</p> <p>내가 일부러 그런것도 아니고 장난이었는데, 그럼 뭐 어떻게 해줄까래요.</p> <p>제 귀는 원래부터 이상했대요.</p> <p>누구는 항암치료 받으면서도 다녔는데,</p> <p>귀 그거 조금 다친거 가지고 왜케 난리냐고 뒷얘기를 하는 직원도 있더라고요.</p> <p>자기들은 귀를 안다쳐봤으니 모르는거지요.</p> <p>그사람이 제 귀를 잡아뜯기전에</p> <p>모두 웃으며 밥을 같이 먹고, 농담도 같이 하던 직원들인데</p> <p>갑자기 저는 이야기하기 불편한 사람이 되어버렸어요.</p> <p>잠을 자려고 누우면 귀를 꼬집히던 그 순간이 생각나요.</p> <p>만약 그때 제가 참지않고, 아프다고 그만하시라고 손을 뿌리쳤다면,</p> <p>연골이 손상되기 전에 손을 쳐냈다면,</p> <p>그럼 이렇게되지 않아도 됐을까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아요.</p> <p>제가 일하는 제 자리에서 다친거라,</p> <p>일하면서도 계속 그 순간이 머리속에 생각나요.</p> <p>저는 가만히 앉아서 일을 하고 있었을 뿐이에요.</p> <p>저는 정말로 가만히 앉아서 일을 하고 있었을 뿐이에요.</p> <p>제가 잘못한 것이 없는데, 너무 많은게 힘들어졌어요.</p> <p>귀가 다친걸로 끝나는게 아니라.</p> <p>하나 둘씩 도미노처럼 무너져요.</p> <p>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힘든 상황들을 견뎌야 하는데,</p> <p>저는 정말로 잘못한게 없어요.</p> <p>저보다 큰 장애를 가지고도 견디시는 분들도 계신데,</p> <p>겨우 이런 사소한 걸로 바쁘신데 전화드려서 죄송합니다.</p> <p> </p> <p>상담사 분은 친절하게 경청해주셨다.</p> <p>나는 귀가 이렇게 된 후로 처음으로 울었다.</p> <p>한참을 울고나니</p> <p>사실 상담사들은 무조건 상대의 말을 들어주고</p> <p>좋은 말만 해주는게 직업이라 내 말을 들어줬을 뿐,</p> <p>바로 다음 전화통화로 넘어가 내 이야기는 머리에서 지웠을거라는</p> <p>생각이 들었다.</p> <p>세상에서 갑자기 버림받은 서러움과 억울함이 머리를 채웠다.</p> <p>아무리 절망에 빠져있어도 추운건 추운거라</p> <p>방에 들어왔다.</p> <p>내가 방금 뭘한건지 모르겠다.</p> <p>자자.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마음 추스리자.</span></p> <p>내일도 출근해서 다같이 즐겁게 일해야 하니까.</p> <p> <br></p> <p>아무개의 긴 한탄을 읽어주신 분들께</p> <p>감사말씀드립니다.</p> <p>너무 속상하고 답답해서요.</p> <p>귀 조심하시고,</p> <p>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p> <p>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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