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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1736046
    작성자 : xx=xx
    추천 : 0
    조회수 : 199
    IP : 124.60.***.71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7/12/18 22:24:46
    http://todayhumor.com/?gomin_1736046 모바일
    나는 치열했다.
    성격 자체가 설렁설렁한 성격이랬다. 좋으면 좋고, 아니면 말고. 
    스트레스 받는 성격도, 무언가 나쁜 일을 토로하는 성격도 아니라 주변에서는 늘 너처럼 살고싶다고. 너 참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바쁜 삶을 사랑했다. 스케쥴이 꽉꽉 채워져 하루가 늘 짧은 삶. 왜 이렇게 일주일이 빨리 지나가지. 속수무책으로 지나가는 시간을 미처 잡을 새도 없이 22살이 되었다.

    봉사를 시작했다. 일주일에 여덟시간 공부방에 가서 아이들과 공부를 했다. 학교 근처의 공부방인지라 집에서 2시간, 왕복 4시간이 걸리는 길이었지만 재밌었다.

    알바를 시작한 건 21살 3월부터였다. 여행을 가고싶었다.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고 여행을 가고싶어 적금을 넣기 시작했다. 한달에 사십만원, 이년 만기의 적금이었다. 

    주말에 놀자는 친구들의 말에 알바가 있다며 거절하기를 수차례, 친구들은 더 이상 주말에 놀자며 내게 물어보지 않았다. 그럼에도 행복했다. 통장에 들어온지 하루만에 적금으로 들어가 고작 만얼마가 남았지만 스스로 돈을 모으고 있다는 충족감이 행복했다. 동기 부여가 되었고 주변에서 너는 될 애다, 라고 말하는 데 심취했을지도 몰랐다.

    방학 때마다 여행을 갔다. 주변에서는 금수저라며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점심을 굶고 커피 대신 편의점 우유를 마시고, 모임을 줄였다. 다행인건 나와 내 친구들은 술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여행을 갔다. 스물 둘. 다녀 온 도시는 이제 일곱개가 되었다. 

    휴학을 했다. 봉사는 여전히 하고 있고 새로운 알바를 시작했다. 그러니까 이른바 투잡. 주말에는 카페 마감 알바를, 평일에는 카페 오픈 알바를 했다. 알바 첫주만에 감기에 걸렸다. 목소리가 쉬었는데도 나는 잠긴 목소리를 하고 대기번호와 음료 이름을 연신 호명해야만 했다.

    새로 시작한 카페는 텃세가 심했다. 매장 위치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일지도 몰랐다. 바쁜 사람들 틈에서 누구 하나 무엇을 하라 일러주지 않아서 눈치를 보며 잡일을 찾아댔다. 퇴근 시간은 끝없이 늘어나는 기분이었다. 지쳐 퇴근을 하면 하루가 끝나있었다. 

    저녁에 다시 출근을 했다. 오전 알바가 끝난 지 두시간 만이었다. 뻐근한 발목을 움켜쥐고 출근을 했는데 매장 화장실 문이 고장이 나 있었다. 출근한지 고작 십분. 손님들은 내게 왜 매장에 화장실이 두개뿐이냐며 화를 냈다. 문을 왜 빨리 고치지 않느냐며 내게 짜증을 냈다. 내 잘못이 아니지만 죄송하다 말을 했다. 계단을 내려오는데 눈물이 났다. 

    이상하게 그 날은 진상 손님이 많았다. 여전히 감기에 걸려 이상하게 쉬어버린 목소리로 몇번이고 술 취한 고객에게 음료는 뜨거운 것인지, 휘핑크림은 괜찮은지 물었다. 술에 얼큰하게 취해 볼이 빨갛게 달아오른 손님은 내 말을 듣지 않았고 나는 삑사리 나는 목을 움켜쥐며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콜택시를 불러달라는 손님에게 양해를 구했다. 마감 할 시간이 되어 홀 청소를 하는데 난잡하게 어질러진 테이블에 다시 눈물이 났다. 손님은 많았고 알바는 나 하나였으며 직원까지 총 두명의 사람이 2층 매장을 지켰다. 서비스 테이블을 정리하고 주방의 모든 것을 정리하고 쓰레기를 버리고 화장실 청소를 하고 2층 매장을 청소하는 것은 모두 나 혼자의 일이었다.

    엄마에게 문자를 했다. 나 적금 깰래. 와중에도 엄마가 걱정할까봐 수백번을 고민했다. 그리고 문자를 보냈다. 왜? 라는 물음이 돌아왔고 답장하지 못했다.

    결국 다시 감기에 걸렸다. 지독한 감기였다. 아침에 하는 알바를 그만두었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탈이야. 동생은 나한테 그렇게 말했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하고싶은 것고, 가고 싶은 곳도 너무 많았다. 

    친구들에게 말을 하니 너는 좀 쉴 필요가 있다고 했다. 너무 열심히 살아서 멘탈이 버티지를 못한다고 했다. 엄마는 돈의 노예가 되지 말라고 말했다. 이미 된 것 같은데. 장난삼아 말했지만 진심이었다. 

    치열하게 사는 삶이 좋았다. 이제 좀 쉴 필요가 있다는데 어떻게 쉬어야하는지 모르겠다. 그냥 누워만 있으면 더 몸이 아파오는 것 같아서 부러 아픈 몸을 이끌고 마트에 갔다. 그냥 그랬다. 
    출처 알바를 그만두자마자 알바몬을 뒤적거리고 있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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