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가 시기인지라 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조심스러웠다. <div>억울하게 명을 달리하신 피해자분께 실례가 되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였다.</div> <div>하지만, 실체없는 여혐이니 여성 상위시대니 하는 이야기에 분노를 감출 수 없어 몇 자 적어본다.</div> <div><br></div> <div>작년 이맘 때, 나는 자전거를 타고 들어오다가 집 앞에서 묻지마 폭행을 당했다.</div> <div>이유는 간단했다. 여자인데 담배를 폈다는 이유에서였다.</div> <div><br></div> <div>나는 내 집 앞에서, 담배연기조차 새어나가지 않을 곳에서 담배를 폈다.</div> <div>그리고 두들겨맞았다. 주먹에 안경이 날아가고 목이 졸렸다.</div> <div>가해자는 맞은편 집 대문 한 켠을 막아놓은 돌덩이를 들어 나를 내려치려고 했고, 지나가던 사람이 나를 구해주지 않았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글을 쓰고있지 못할 수도 있었다.</div> <div>가해자는 지집년이 자전거를 타고 담배를 피는 게 엿같다고 말했다. 그리곤 간질 발작이 도져서 병원에 실려갔다.</div> <div><br></div> <div><br></div> <div>더욱 비참한 것은 내가 폭행을 당한 이유를 남들에게 설명을 할 수 없단 거였다.</div> <div>가해자가 병원에 가고 나는 혼자 지구대에 도착했다.</div> <div>지구대에서 경찰관들은 사건 경위를 자기들끼리 떠들어댔다.</div> <div><br></div> <div>'왜 때렸대?'</div> <div>'담배펴서 때렸대'</div> <div>'기집애가 담배펴서 그랬구만'</div> <div><br></div> <div>비참했다. 피해자인 내가 여자가 밖에서 담배를 폈다는 이유만으로 폭행을 당한 것이 정당화되었다.</div> <div>지구대 경찰관들은 선처를 종용했다. 혼자 화를 내며 나를 패다가 쓰러진 가해자가 간질발작으로 병원에 실려갔다는 이유만으로 '그를 열받게 했으니 책임이 있다'라고 말했다.</div> <div><br></div> <div>사건은 경찰서로 이관되고 나는 병원과 경찰서를 오가며 며칠간 일상생활을 하지 못했다.</div> <div>주변 사람들은 나에게 자세한 사건 경위를 물었다. 하지만 나는 내가 폭행을 당한 이유를 제대로 설명 할 수 없었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담배를 피다가 맞았다는 사실을 밝히면 남들이 '그럴만했네'라는 반응을 보이는 게 무서웠다.</span></div> <div>인터넷에서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이들에게 조언을 구할 때에도 '담배를 펴서 맞았다'라는 말을 할 수 없었다.</div> <div>많은 이들이 여성 흡연자를 보는 시선을 알기에 나는 스스로 나를 죄인으로 만들었다.</div> <div><br></div> <div>1년이 지났지만 나는 아직도 같은 집에 살고 가해자는 나와 고작 한 블럭 떨어진 곳에 있다.</div> <div>매일 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혹시나 그 사람이 해꼬지를 하지 않을까 불안해하지만 나아지는 건 없다.</div> <div>부모님은 아직도 이 사실을 모르신다. 걱정하실까봐, 그리고 내가 흡연자라는 사실을 아실까 이야기를 드리지 못했다.</div> <div>말씀을 드리고 이사를 가면 나아질까? 그래도 나는 언제 어디서 누군가 나를 폭행할지 모른단 불안감에 둘러쌓여 살아갈텐데.</div> <div><br></div> <div><div style="text-align: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605/1463682799dc35be1e139344ae8b670e82d8e3cedc__mn483972__w720__h960__f104311__Ym201605.jpg" width="720" height="960" alt="KakaoTalk_20160520_033152332.jpg" style="border:none;" filesize="104311"></div><br></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