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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gomin_1598273
    작성자 : 사랑하는징어
    추천 : 2
    조회수 : 372
    IP : 203.212.***.59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6/03/01 01:16:37
    http://todayhumor.com/?gomin_1598273 모바일
    한 십년 전이지 우리 외갓집 가족들이 다 살아있을 때 말야
    정말 십년이네

    우리 외할머니가 재작년 꽃피는 삼월에 돌아가셨고
    외할아버지는 생전에 그랬듯이 할머니가 싫다거나 말거나 쫓아다닌 것처럼 저세상도 쫓아가셨지
    거참 그 길이 뭐가 좋은 길이라고 이모가 작년 팔월에 돌아가셨고 말야

    서럽고 서럽다
    그 좋던 우리 가족들이 왜 이렇게 떠났는지 말이야

    십 년전, 그래 딱 십 년전
    할머니가 다리는 저실지언정 당신 잡수고 싶은거 말하고 싶은거 다 하시고
    할아버지가 손녀 손자 사위들 자식들 다 기억하셨고
    우리 사랑하는 이모, 젊고 예뻤을 때 그 때지

    외삼촌 이모 울엄마
    10살 8살 나이차이는 큰데 용케도 사촌들끼리는 주루륵 또래지
    게다가 남자는 두 명 뿐이라 여자 사촌들끼리 키득키득 얼마나 재밌게 놀았나 몰라

    십 년전 즈음에는 여름만 되면 강원도 어느 산자락 끝에 있는 계곡으로 가족들끼리 나들이를 갔지
    천막이 둘러쳐진 커어다란 평상을 두개 빌리었고 말야

    엄마는 넉살 좋게 언니야 언니야 하면서 이모 허벅다리를 베고 있고
    이모는 저리가 요년아 하고 있고
    할머니는 철좀 들어라, 너는 엄마 말 좀 들어라 타박을 하고
    저기에서 이모부랑 외삼촌은 드르렁 코를 골고 울아빠는 할아버지의 옛날 옛적 금송아지 얘기를 듣고 있었지

    그동안 우리 8명의 꼬맹이둘은 참방 참방
    그 전날 아빠의 얼굴이 홍시만큼이나 뻘개지도록 불어넣어준 튜브를 타고 물놀이를 했지
    동생 머리를 물속에 처넣었다가 계곡에서 엄마한테 호되게 야단 맞은 적도 있었고
    누군지도 모를 남자아이들을 따라 다리에서 뛰어내렸다가 아빠한테 눈물 쏙 빠지게 혼난 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런게 슬프게 남지 않을 정도로 즐거웠어

    사촌언니가 질질질 튜브를 끌어주면
    나는 오징어처럼 흐물흐물 거리며 팔을 움직이기도 했고
    사촌남동생하고 내 여동생하고 나랑 생일이 열흘 밖에 차이 안나는 사촌하고 계곡 바닥에 딱 붙어 가자미 잠수도 했었다

    한참을 놀다 미역처럼 젖고 엉킨 머리로
      "엄마아 이모오"
    평상시에는 쓰지 않는 어리광으로 가족들을 부르면 
    엄마도 이모도 외숙모도 할 거 없이 뛰어와
    내 새끼 니 새끼 없이 큰 수건으로 온몸을 돌돌 말아주고
    뚜거운 물이 담긴 컵라면 사발이 쥐어주었어
    엄마는 꼭 한 입씩 내 라면을 뺏어먹었는데 어린 맘에 그게 너무 아깝더라

    밤이 되면 외삼촌이 거대한 바베큐 장비를 꺼내고 이모부가 두툼한 고기를 꺼내고 아빠가 집게랑 가위를 잡았지
    그럼 우리는 그냥 마구 먹는거였어

    입가 가득 번질번질한 고기 기름이 묻으면
    할아버지가 흥얼 거리시기 시작하시고
    할머니가 주책이라고 타박하시면
    막둥이인 엄마가 애교스러운 콧소리도 노래를 부르고
    그 옆에서 이모가 엄마랑 짝짜꿍 맞추듯 장난을 치고 있으면
    어느새 밤이 먹치마처럼 너울거리는 하늘에서는 별이 송송 솟아나 머리 위에서 뱅글거렸다

    사랑하는데 참 사랑하는데
    아직도 내 살갗이 아리도록 그리운 가족들이라 이 밤에 나는 그저 추억을 헤집어보았다

    한 십 년전이지
    그리 오래된 건 아닌데 말야
    아아 그 때로 돌아가고 싶다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6/03/01 01:58:19  59.151.***.24  민물장어의꿍  337871
    [2] 2016/03/02 06:51:25  121.183.***.21  우리동네한량  364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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