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풍이었을지는 모른다. 전부 거짓이었을지도 모른다.

한 온라인 게임에서 우연찮게 만난 30대의 남성.
수 년간 일하던 공장에서 잘렸다.
300에 2교대, 한 달에 휴일은 단 하루. 식사는 대부분 라면.
죽기살기로 일하던 일상과는 떨어져, 가진 건 쓸 여유도 없어 모였던 3000만원. 
십 수 년의 인생을 바쳐 얻은 게 고작 이정도. 
혹사시킨 손과 스파크에 상한 눈은 당장이라도 치료가 필요하지만, 병원에 가 봤자 남는 건 쓸모없는 신체뿐이라며 집에 틀어박혀 히키코모리 생활.
남은 돈은 전부 쓰고 죽어야겠다고.
비참하게 토해내는 열변에 난 아무 말도 해 주지 못했다.

머리로는 알고 있다. 생명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소중한 것이다. 
그 당연하고도 익숙한 사실을 난 끝까지 입에서 꺼내지 못했다.
뭐라고 말했어야 했을까? 죽지 말라고? 일단 무턱대고 죽지 말라고 해야 했을까?
자신의 목을 졸라 죽고 싶을 정도로 벗어나고 싶었던 현실을 언젠가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조그마한 행복을 위해 살아가라고 했어야 했나? 
자신보다 더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보며 비교하고 합리화해 그나마 이렇게라도 살고 있구나 하고 자위하며 살아가라고 했어야 했나? 남의 불행을 보고 상대적으로 행복해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물도 없이 빵만 꾸역꾸역 밀어넣으며 비참하게 살던 인생이 노력으로 바뀔 수 있다고 했어야 했나? 

적어도 여기선 아니라고 생각했다. 노력을 외치며 사람을 부품처럼 쓰다 버리는 추악한 사회에서 더 살아가라고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도 부품이었으니까. 쓰다가 필요 없어지니 내다 버린 그야 말로 일회용 인간이었다.

난 함께 한 판 하자고 했다.   
실력이 형편없어도 괜찮았다.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고, 함께 즐긴다는 것.
난 그 이상 무언가를 해 줄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해 줄 용기가 없었다. 
난 그와 함께 몇 시간을 즐기고 로그아웃했다. 

그 이후로 그가 접속하는 일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