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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1534251
    작성자 : 익명YWFiZ
    추천 : 10
    조회수 : 1160
    IP : YWFiZ (변조아이피)
    댓글 : 157개
    등록시간 : 2015/10/15 02:33:13
    http://todayhumor.com/?gomin_1534251 모바일
    오늘 지하철에서 자리양보 강요당하고 쌍욕 들었는데 계속 생각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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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지하철에서 너무 심한 욕설을 들었는데
    자꾸 생각이 나고 눈물나고 후회되고...
    하루종일 그 생각만 나서 글 써봐요.
     
    오늘 1호선 타고 학교가는데 
    신도림에서 자리가 생겨서 앉았어요.
    저는 봉 바로 옆자리, 그러니까 가장 끝자리에 앉았어요.
    (신도림역 도착하기 전 사람들 일어날 때)
    그리고 신도림역 도착해서 사람들이 많이 탔구요.
     
    저는 임산부나 나이가 많은 노인분들이 타시면 조용히 일어나는 편이구요.
    반대로 좀 시끄러운 분들 타시면 잘 안 일어나요.
    지하철에서 크게 떠드는거 싫어하거든요..
    제가 체구도 작고 그런편이라 자리 눈치주는것도 가끔 겪는데, 진짜 싫어해요..
    그냥 가만히계시면 오히려 양보하게 되는데
    자꾸 눈치주고 발차고 그러면 괜히 오기 생기고..

    아무튼간에 지하철이 엄청 시끄러워졌고,
    저는 그냥 음악들으면서 공부를 하고있었어요.
    제가 내년 초에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거든요. 
    제가 음악을 듣고 있었고 한군데 집중을하면 다른건 진짜 신경을 못 쓰는 편인데요.
    지하철 탈 때부터 제 발을 밟으면서 탔던 할머니? 할줌마? 되게 건강해보이는 할머니가 계셨어요.
    그런데 그분이 제 가방을 치고 뭐라뭐라 말하는 거 같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양보해달라는건가? 싶어서
    '제가 가방이 무거워서요^^;' 라고 했는데
    또 뭐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종점까지 가서요^^' 라고 대답했어요.
    그랬더니 표정이 무섭게 바뀌시면서 본인이 허리수술을 하셨대요.
    근데 하필 저도 발목이 엄청 안좋거든요.
    오른쪽 발목만 세 번을 다쳤고 심지어 마지막엔 엄청 심하게 다쳤어요.
    게다가 최근에 왼쪽 발목을 또 다쳤구요.
    그래서 '저도 발목 수술했는데요.. ' 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그래서? 안된다는거야?' 라고 하시더라구요.
    바지를 걷어올려 맨 무릎까지 보여주시면서요.
    거기엔 보호대같은게 있었구요.
    솔직히 그거 보는순간 
    '아.. 진작 일어날 껄' 하는 생각과 동시에
    '그렇게 힘들면 그냥 택시타시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진짜 솔직히...
    저는 제 몸 아픈걸로 남한테 피해주거나 강요는 안하거든요.
    본인이 힘들고 못버티겠으면 다른 방법을 찾는게 정상이죠..
    타인이 선의를 베푸는건 말 그대로 선의구요..
      
    그때 제가 전철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한번 다 살펴봤어요.
    제 맞은편만 해도 젊은 남자분 앉아있었고 젊은 여자분도 있었는데 그분은 좀 쎄보이셨어요.
    그리고 동시에 제 옆옆자리에 앉아있던 중년 남성분이 일어났고요.
    그 할줌마는 신나서 거기 앉으셨어요.
    거기까지 저는 멍하게 벙찐 상태였어요.
    일어나야겠다 싶었고.. 그렇게 노골적으로 계속해서 자리양보 요구받고 강요받은것도 처음이라.. 정신이 없었어요.

    근데 제가 문 바로 옆자리에 있었던건데
    내리려고 서계시던 할아버지가 갑자기 욕을 하셨어요.
    '공부는 해서 뭘해? 뭣하러 해? 저런년은 시집가도 시댁에서 쫒겨날년이야. 시댁에서도 예쁨 못받을 년, 시집도 못갈 년...' 이런 식으로 욕을 했구요.
    진짜 목소리가 엄청 컸고 아마 그 칸에 계셨던 분들이 다 쳐다봤을거예요.
    저는 무서워서 쳐다보지도 못하고 그냥 안들리는척 하고 말았는데,
    바로 다음역에서 그 할아버지가 내렸고
    다른분들은 계속 욕하더라고요.
    독한년부터 시작해서 자리앉는게 그렇게 좋나 등등..

    제가 너무 후회되는데 
    그 할아버지가 저한테 쌍욕할 때 바로 핸드폰 동영상 켜고 '계속하세요 신고할테니까' 라고 말하지 못한게 너무 후회되고요..
    할아버지 말에 그냥 안들리는척 하고 있었던것도 너무 후회돼요.
    제가 공부하는건 할아버지처럼 몰상식한 사람 되지 않으려고 공부하는것도 있고, 시집은 저 모셔가겠다는 곳 있으니 참견마세요...라고 하고싶어요.
    할아버지 내리고 나서 계속 궁시렁거렸던 분들도 다 싫고 미워요.
    제가 진짜 독한년이었음 바로 동영상 촬영부터 하고 진짜 경찰 불렀을껄요..
    그리고 자리에 앉는게 별게 아니라면서 왜 그렇게 집착하세요? 문 열리자마자 달려들면서...

    처음엔 아무렇지 않은 척 했는데 나중엔 저절로 눈물이 났어요.
    참으려고 했는데 잘 안되더라구요..
    궁상맞게 지하철에서 질질 짰네요.
    저는 제가 몇번씩 완곡하게 거절했음에도 비킬때까지 계속 강요한 게 너무 싫었고요.
    공부하는거 뻔히 보이는데 그런애 자리까지 뺏고 싶을까 싶고요,
    다른자리에도 젊은 사람 많이 앉아있었는데 왜 굳이 저한테만 그랬는지ㅋㅋ
    제가 오늘 엄청 수수하게 입고 화장도 엄청 연하게 했는데 그래서 더 그랬나 싶기도 하구요.
    제가 앉아있으면 특히 더 체구가 작은편이라, 만만하게 보였나 싶기도 해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제가 그런 욕 들을만큼 잘못한 건 아닌 거 같은데...
    거기에서 저 욕한분들은 다 그게 합리적인거라고, 정당한거라고 생각하는게 가장 무서웠어요...
    거절하면 그냥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비킬때까지 계속...
    막말로 나이먹었다고 무조건 비켜드려야 할 이유는 없잖아요, 더군다나 그런식으로 늙은거라면 더 더욱..
    자리에 앉아서 신나서 쩌렁쩌렁 큰 소리로 말하길래 듣기 싫어도 들렸는데 의정부에 있는 교회까지 가신다고...
    저는 가톨릭 신자라 교회에서 그렇게 가르치는지는 몰랐네요..
    하루종일 이 생각밖에 안났어요.. 
    특히 할아버지가 큰 소리로 욕하신 거, 그 목소리와 톤이 자꾸만 재생돼요. 완전 각인되었나봐요.
    할줌마 표정도 자꾸만 생각나고...
    강의를 듣다가도 눈물이 저절로 나서 계속 눈물 닦으며 수업듣고
    집에 오는내내 멍하니.. 집에 와서도 계속 멍하니 그 생각 뿐...
    저 원래 밥 좋아하고 잘챙겨먹어야 되는데, 그 이후로 한끼도 안먹었네요..
    근데 배도 크게 안고파요 충격이 너무 컸는지

    원래 노인분들에 대해 별 이미지 없던, 오히려 좋으면 좋았던 사람인데요.
    서울 1호선타면서 진짜 인식 많이 바뀌고 편견도 많이 생겼어요.
    앞으로는 돌아가더라도 다른 호선 타고다니려고요
    시간도 비용도 더 들고 억울하지만 이런일 또 안겪으려면 제가 피하는 방법밖엔 없을 듯 싶네요..
    저도 인터넷상에서만 봤지 실제로 일어나는 일인지, 그리고 제가 겪을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다른분들도 조심하세요..
    저도 그동안 많은 글 보면서 충분히 시뮬레이션 돌렸던 상황인데
    이렇게까지 욕먹고 당한건 처음이라 그냥 충격에 멍해지더라구요...
    주절주절 쓰다보니 너무 길어졌는데 
    최대한 사실대로, 제3자가 서술한대도 큰 차이없도록 작성했구요. 
    제 입장 속마음 이런건 어쩔 수 없이 포함되었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뭔가 털어놓고나니 그나마 괜찮네요.
    제 글 읽고 불쾌하신 분 있다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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