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r></div> <div><br></div> <div>친할아버지는 생전에 아픈곳 하나 없이 정정하셨습니다.</div> <div>일흔 훨씬 넘은나이에도 운전을 몇시간씩 하고다니시고,</div> <div>몇십년동안 새벽 해뜨기도 전에 약수터에 갔다오시는 분이셨습니다.</div> <div>5년도 안된 그 짧은 시간사이에 할아버진 치매말기가 오셨고</div> <div>확인차 해봤던 건강검진에서 할아버지의 병명은..</div> <div>종이 한장을 채울정도로 이미 속이 엉망이십니다..</div> <div>이미 외가의 어른들의 장례를 치뤄왔지만, 왜 이분만은 계속 건강히 그대로 계실거라 생각한건지</div> <div>초등학교 들어가면서 단 한번도 손녀 버스 태우기 싫어서 고등학교 졸업할때까지</div> <div>당신께서 직접 차로 등교길을 한번도 빠짐없이 태워다주신 둘도없는 할아버지셨습니다.</div> <div>첫손녀라고 어릴때부터 금이야옥이야 티나게 예뻐해주셨는데..</div> <div>그럼에도 당신께 아무것도 해드린게 아직 없는 못난 손녀는 그저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얼굴을 쓰다듬어만 드릴뿐이었네요..</div> <div>누군가를 떠나보내는건 정말 힘든 일이지만 지금 나는 그의 다가오는 죽음조차 외면하고싶어 미치겠습니다.</div> <div>그저 저렇게 아프시다 다시 괜찮아지진 않으시려나 하는 웃기지도 않는 생각만 해댑니다.</div> <div>기차여행은 커녕 내가 직접 차에 태워 운전도 못해드렸는데, 용돈 한푼도 아직 쥐어드리지 못했는데</div> <div>그런 내 무능함이 죄책감으로 변하고 그게 밤마다 저를 괴롭히네요..</div> <div>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영정사진을 똑바로 못쳐다볼거같습니다..</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