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가난이 싫어 사랑도 버렸다</p> <p><br></p> <p><br></p> <p>구구절절 변명은 많지만 가난이 싫어 사랑을 버렸다</p> <p>대학에서 만나 꽤 유명한 연인이었다</p> <p>둘의 집은 형편없이 가난해서 그토록 서로가 애틋했나보다</p> <p>많이 의지하고 많이 보탰으며 많이 시달렸다</p> <p>그러나 그런 가난도 사랑에겐 해가 되지 않았다</p> <p><br></p> <p>대학졸업 후엔 더이상 주위에서 유명한 연인이 아니었다</p> <p>곧장 취직해서 가난을 벗어나려 애썼다</p> <p>힘들고 피곤한 나날 속에서 만남도 줄어들었다</p> <p>지친 마음을 위로받고 싶지만 옆엔 그가 있질 않았다</p> <p>그러나 그런 가난도 사랑에겐 해가 되지 않았다</p> <p><br></p> <p>그는 두번째 시험마저 낙방했다</p> <p>나조차 가난한 와중에 힘껏 바라지를 해왔다</p> <p>이젠 더이상 힘이 나질 않는다</p> <p>둘 앞의 어떤 미래도 가난이 동반될 것 같았다</p> <p>그녀는 그토록 따라다닌 가난이 싫어 사랑을 버렸다</p> <p>그녀는 또다시 따라다닐 가난이 싫어 사랑도 버렸다</p> <p><br></p> <p>이별 통보는 생각보다 쉬웠다</p> <p>4년의 만남도 가난이 싫어 쉽게 무너진다</p> <p>난 더이상 사랑만 뜯어먹고 살 순 없다</p> <p>서로의 갈림길 안에서 그가 들은 한마디였다</p> <p>다른 남자가 생겼다</p> <p>온전히 수용하고 만다</p> <p>그는 그녀와 나눌 가난이 싫어 사랑을 버렸다</p> <p>그는 그녀에게 나눠줄 가난이 싫어 사랑도 버렸다</p> <p><br></p> <p>비가오면 항상 그녀와 김치전을 먹었다</p> <p>아무런 얘기 없이 부침가루를 사가면 그걸로 되었다</p> <p>그런 추억은 가난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p> <p>그런 기억은 가난과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p> <p>약속도 맹세도 향수도 온기도 도무지 서툴다</p> <p>가난은 그런 것이다</p> <p>나는 가난이 싫다</p> <p>가난이 싫어 사랑을 버렸다</p> <p>가난이 싫어 사랑도 버렸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