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xp에서 7으로 갈아타고 프로토타입 돌리면서 안 버벅이는 거 보고 옛날 486 쓸 때 생각이 났습니다.<br />당시 제 컴퓨터 사양은 486DX2(66MHz)에 8메가 램, 500메가 하드에 그래픽은 ET4000을 쓰고 있었죠. 도스 6.0인가 썼고요. 본체에는 터보 버튼도 달려 있었습니다. 저런 사양이라도 95년 당시 180만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샀던 겁니다. 조립품이었는데도요.<br />그땐 한창 게임잡지 사 모으고 있을 때였죠. 그러면서 동생이랑 아만전사록이 딱 우리 사양이다. 나중에 돈 모이면 이거 사자 하면서 페이지 넘기다가 영웅전설4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슬아슬하게 최저사양이더군요. 광고도 몇 페이지에 걸쳐 정말 끌리게 적어 놔서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다음 생일날 아버지랑 형 동생 하며 지내던 아저씨가 생일선물로 뭐 사줄까 하시는 겁니다. 바로 "영웅전설4요!" 외쳤죠. 그리고 받았습니다.<br />설치까지는 문제 없었습니다. 사운드 설정도 제대로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실행이 안 됩니다. 나름 메모리 관리에는 자신이 있었고 EMS 설정별로 himem.sys와 autoexec.bat를 건드려서 부팅할 때 고를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리셋을 반복해가며 하나하나 다 써 봤습니다. 안 되더군요. 결국 반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마 그때 대신 받았던 게 파워돌2 대시였나 그랬을 겁니다.<br />시간이 지나고 중학생이 됐을 때, 동네 AS센터에서 윈도우95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시리얼 아직도 기억나네요. 얼마나 깔고 지우고 한 건지 원. 26495-OEM-0004782-12330. 컴퓨터는 그대로였고요. 저땐 업그레이드는 생각도 못 했을 때였거든요. 본체 여는 것도 무서워서 못 했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리고 윈도우를 깔고 국전에서 주얼로 파는 영웅전설4를 다시 발견했습니다. 당시 주얼시디는 2000~3000원 선에서 살 수 있었죠. 그래서 바로 샀습니다. 혹시 지금 못 돌리더라도 나중에 좋은 컴퓨터에서 돌리면 된다는 생각으로요. 그런데 이게 뭡니까. 잘 돌아갑니다. 도스에서 메모리 624k 확보하고 돌려도 안 돌아가던 게임이 그때 그 컴퓨터인데 잘 돌아갑니다. 뭐, 매뉴얼도 설정집도 반품과 함께 사라졌지만 게임이 있는데 어떻습니까. 바로 돌리고 돌려서 엔딩까지 봤습니다. 알쳄 데리고 더미 써 가면서요. 그땐 참 어렸지.<br />그리고 현재, xp에서 해상도 최저에 옵션 다 죽여도 살짝씩 끊기던 프로토타입은 7에서 해상도 높이고 옵션 타협 없이도 부드럽게 잘 돌아갑니다. 쟁여놓은 게임이 많아서 업그레이드도 생각 안 해 본 건 아니지만 현재 보유한 게임은 아마 돌릴 수 있지 싶네요. 용산에서 중고로 업어온 8800GT가 벌써 2년 넘게 돌아가고 있으니 수명이 다해가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만 말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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