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20일, 벌써 저저번주 토요일에 있었던 일이다.</div> <div>가만 생각해보면 안좋은 일은 무엇 하나만 잘못되서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div> <div>이것 저것 조금씩 부족했던 상황이 한꺼번에 맞물렸을 때 비로소 일어나게 되는 것 같다.</div> <div> </div> <div>그날 따라 나는 버스가 아닌 지하철을 택했다.</div> <div>물론 기본 전제이자 베이스인 나의 성격 자체가 덜렁거리는 것임이 가장 큰 문제이긴 하다.</div> <div>어쨌든 나는 잠실에서 석촌역이라는 이 짧은 거리를 굳이 조금 더 타러가는 길이 가깝다는 이유로</div> <div>8호선 한정거장 가는 루트를 택했다. 50미터만 더 가면 버스정류장이 있는데 ..</div> <div> </div> <div>그리고 일주일도 되기 전에 난 핸드폰을 바꿨기 때문에 폰케이스가 없어서</div> <div>카드를 따로 넣은 카드 지갑을 이용했다.</div> <div> </div> <div>지하철이 오기 8분전이길래 승강장 뒤쪽에 있는 벤치에 앉아 무거운 가방을 내려놓고 </div> <div>잠시 언니와 통화를 하고 끊고는 멍하니 핸드폰을 하며 지하철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고</div> <div> </div> <div>지하철을 탔다.</div> <div>석촌과 잠실은 한 정거장이다. </div> <div>그리고 8호선은 노선 구간도 짧고 역 간 간격도 좁다.</div> <div>고작 1~2분 남짓이었다.</div> <div> </div> <div>석촌역에서 올라와 카드를 찍으려는 나는 </div> <div>그때서야 내 손에 카드 지갑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div> <div>나는 주머니도 없었고 가방은 백팩이라 넣기 불편했기 때문에 가방에 넣지도 않았다.</div> <div> </div> <div>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난 의자에 앉으며 가방과 카드지갑을 옆에 두었고, 그대로 카드 지갑은 덩그라니 놓고온것이었다.</div> <div> </div> <div>역무실에 찾아가 이 사실을 얘기했다. 잠실역에 전화를 걸어 바로 공익요원을 보내 찾아본다고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했다.</div> <div> </div> <div>그 사이에 잠실역으로 가는 지하철 하나가 지나쳤다.</div> <div> </div> <div>그리고 연락이 오기를,</div> <div>없었다고 한다.</div> <div> </div> <div>나는 다시 6분을 기다려 잠실역으로 가는 지하철을 탔다.</div> <div>그리고 내 눈으로 직접 다 둘러보고 찾아봤으나 역시 내 지갑은 없어져있었다.</div> <div> </div> <div>일단 교통카드로 쓰던 아버지 신용카드 정지를 위해 아버지한테 전화를 했고</div> <div>내 체크카드 정지를 위해 우리은행에 전화를 걸고..</div> <div> </div> <div>씨씨티비를 볼 수있을까 해서 물어봣지만 경찰 대동 하에 볼 수 있다고만 했다.</div> <div> </div> <div>열받고 짜증나고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가져간 그 년놈이 너무 밉고 </div> <div>어떻게 그 짧은 사이에 없어질 수 있지?</div> <div> </div> <div>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div> <div>지하철을 나와보니 갑자기 소나기가 내렸다.</div> <div>우산이 없던 나는 그냥 맞으며 집에 와서 잠시 열을 식히다가</div> <div>이대로 넘어갈 수 없다고 생각해서 경찰에 전화했다.</div> <div> </div> <div>그리고 다시 잠실역을 갔다. 교통카드 여분이 없었기에 왕복 일회용 카드를 발급해서.</div> <div> </div> <div>애써 경찰까지 불러서 기필고 절도범이든 점유이탈물횡령범이든 잡아처넣고 싶은게 내 심정이었다.</div> <div>그렇게 해서 10분 후 경찰이 오고 </div> <div> </div> <div>역무원은 그제서야 이 말을 했다.</div> <div>그런데 아가씨가 앉았던 벤치는 씨씨티비에 안찍힌다고.</div> <div> </div> <div>왜 이제서야 그런말을? 아까 상황 설명 하고 씨씨티비 물어봣을때 얘기해주었음 좋았을 것을..</div> <div> </div> <div>헛된 마음을 안고 씨씨티비를 돌려보았다.. 다행히 언니와 통화한 기록이 있었기 떄문에 시간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div> <div>승강장에 서는 나, 승강장으로 내려오던 내 모습은 찍혀있었으나</div> <div>뒤편 의자는 찍히지 않았다.</div> <div> </div> <div>망할.</div> <div> </div> <div>굵지만 조금씩 떨어지던 비는 바닥에 빗물이 튕겨오를 정도로 대차게 오고 있었다.</div> <div>모든 것이 뒤틀린 그런 날이었다.</div> <div> </div> <div>하루 종일 공부가 손에 잡히지도 않고 그저 멍하니 누워있기만 한것 같다.</div> <div> </div> <div>그 뒤로 24일에 체크카드 재발급 신청을 하고, 7500원을 주고 운전면허증도 재발급 신청했다.</div> <div>그리고, 다시 다이어리형 폰 케이스를 주문했고 바로 오늘 도착했다.</div> <div> </div> <div>그리고 오늘, 우체부 아저씨에게 전화가 왔다.</div> <div>잃어버린 카드 지갑을 내일 배달해준단다. 3300원 착불로.</div> <div> </div> <div>정말로, 감사함보다 착잡함이 앞섰다. 왜 이제서야....왜 이제와서..</div> <div>누군가 따뜻한 배려로 내 카드 지갑을 우체통에 넣어주던가 했을 것이다.</div> <div>그 점은 정말 감사하다.</div> <div>애초에 내 카드지갑안에는 운전면허증, 체크카드 하나, 신용카드 하나 밖에 없었기때문에</div> <div>어지간한 멍청이가 아닌 이상에야 아무 쓸모도 없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div> <div> </div> <div>잃어버린 것은 20일인데 이제서야 연락이 왔다.</div> <div>그 동안 지하철 유실물 센터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일일히 게시물을 클릭하며 내 카드지갑이 혹시 올라오진않았을까 찾아봤었다.</div> <div>역시 찾을 수 없었지만.</div> <div> </div> <div>처음 주운 사람이 우체통에 넣어준건지 아님 다른 누군가가 해준건진 모르겠다.</div> <div>하지만 9일은 의외로 긴 시간이었다.</div> <div> </div> <div>나는 모든걸 재발급 받고, 새로 사고 , 다 바꿨는데 </div> <div>이제야 돌아왔다.</div> <div> </div> <div>기쁘면서도 착잡하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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