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글입니다.<br><br>주말이고, 특별히 할일도 없어서 저녁에 먹으려고 집앞 편의점에서 맥주 한캔을 샀습니다. <div>맥주를 계산하면서, 문득 담배를 좀 사려고하니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합니다.<br>'뭐지,맥주는 되는데 담배는 안되나...?'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하</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는 생각을 하며 맥주와 담배를 사들고 나왔습니다.</span></div> <div>아마 담배가 단속이 더 심한가 봅니다.<br><br>실은 저는 술도 별로 안좋아하고, 담배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br>어질어질한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몸이 약해서 다음날 숙취를 이기지 못합니다.<br>그래도 맥주 정도야 가끔 시원한 맛에 마시고,<br>사람들끼리 모이면 어쩌지 못해서 분위기에 취하려 같이 마시긴 한다지만,<br>담배는 저도 정말 왜 피는지 모르겠습니다.<br><br>제가 담배를 처음 피웠던 것은 군대였습니다.<br>선임이 권하는 담배에 호기심에 몇번 피워봤지만,<br>그 때는 흥미도 없고 속만 메스꺼워져서 곧 그만두었습니다.<br>시간이 좀더 지나, 재작년쯤부터 다시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습니다.<br><br>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br>자세한 사정을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br>그냥 몸도 마음도 조금 지쳐있었습니다.<br>담배를 핀다고 딱히 나아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피웠습니다.<br><br>그런 기분을 아실지 모르겠습니다.<br>시외버스를 타면 싸구려 느낌이 드는 낡은 시트 의자가 있습니다.<br>시트는 인조가죽인 레자로 되어있는데, 싸구려라 그런지 모서리 이음메나 가운데가 터져있는 경우가 흔합니다.<br>속에는 낡아서 푸석푸석한 스펀지로 채워져 있습니다.<br>그런 의자가 답답할 정도로 버스를 가득 채우고 있고, 나는 그 속에 앉아 있습니다.<br>좁디좁은 공간에 앉아있다 보면 손을 둘데가 마땅치 않아서 다리 아래로 손을 깔고 앉습니다.<br><br>심심한 손은 의자를 더듬다가 의자가 터진 구멍을 찾아냅니다.<br>그리고는 손가락을 집어넣고 후비기 시작합니다.<br>실제로 의자에 들어있는 스펀지를 보셨으면 알겠지만,<br>커다란 한덩어리의 스펀지가 들어있는게 아니라 조그만 스펀지 조각들이 뭉쳐진채 들어있어서,<br>조금만 후비면 스펀지 조각들이 떨어져 나오기 시작합니다.<br>아주 낡고 오래된 의자의 경우에는 스펀지가 삭아서 손가락이 살작만 닿아도 부스러져 가루가 되어버립니다.<br><br>비슷한 재질의 싸구려 소파가 집에도 하나 있었습니다.<br>소파를 자꾸 후벼파다보면 속을 채우고 있어야 할 스펀지가 빠져나가서<br>소파는 점점 앙상해지고 너덜너덜해집니다.<br>소파 주변은 온통 터져나온 스펀지들로 지저분해집니다.<br><br>담배를 핀다는 건,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적어도 제게는<br>낡은 싸구려 소파에 앉아 스펀지를 후벼 파는 것과 비슷합니다.<br>인생이 남루하고 너덜너덜하게 느껴지는 그 순간의 의미 없는 몸짓입니다.<br>그럴수록 몸도 마음도 더 망기지고 너덜너덜해진 다는 것을 알지만,<br>원하는대로 되지 않아 답답하고 가지지 못한 것들에 허전해 할수록<br>점점 더 허전해 질 것을 알고 있지만,<br>바보같은 습관을 쉽게 버릴 수가 없습니다.<br><br></div>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