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문학과지성사 시집 중 사랑에 관련된 좋은 시가 있는 시집 추천 부탁드립니다.</div> <div>위 출판사의 시집이 아니라도 도서들이 워낙 방대하다보니 무작정 다 읽을 수가 없어서요.</div> <div> </div> <div>최근 읽은 시 중 좋았던 것은 심보선 시인의 '새'라는 시입니다. 아래 함께 올립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새 - 심보선</div> <div> </div> <div> </div> <div>우리는 사랑을 나눈다.</div> <div>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른 채.</div> <div>아주 밝거나 아주 어두운 대기에 둘러싸인 채.</div> <div><br></div> <div>우리가 사랑을 나눌 때,</div> <div>달빛을 받아 은회색으로 반짝이는 네 귀에 대고 나는 속삭인다.</div> <div>너는 지금 무엇을 두려워하는가.</div> <div>너는 지금 무슨 생각에 빠져 있는가.</div> <div><br></div> <div>사랑해. 나는 너에게 연달아 세 번 고백할 수도 있다.</div> <div>깔깔깔. 그때 웃음소리들은 낙석처럼 너의 표정으로부터 굴러떨어질 수도 있다.</div> <div>방금 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간 미풍 한 줄기.</div> <div>잠시 후 그것은 네 얼굴을 전혀 다른 손길로 쓰다듬을 수도 있다.</div> <div><br></div> <div>우리는 만났다. 우리는 여러 번 만났다.</div> <div>우리는 그보다 더 여러 번 사랑을 나눴다.</div> <div>지극히 평범한 감정과 초라한 욕망으로 이루어진 사랑을.</div> <div><br></div> <div>나는 안다. 우리가 새를 키웠다면.</div> <div>우리는 그 새를 아주 우울한 기분으로</div> <div>오늘 저녁의 창밖으로 날려 보냈을 것이다.</div> <div>그리고 함께 웃었을 것이다.</div> <div>깔깔깔. 그런 이상한 상상을 하면서 우리는 사랑을 나눈다.</div> <div><br></div> <div>우리는 사랑을 나눌 때 서로의 영혼을 동그란 돌처럼 가지고 논다.</div> <div>하지만 어떻게 그럴 수 있지?</div> <div>정작 자기 자신의 영혼에는 그토록 진저리치면서.</div> <div><br></div> <div>사랑이 끝나면, 끝나면 너의 손은 흠뻑 젖을 것이다.</div> <div>방금 태어나 한 줌의 영혼도 깃들지 않은 아기의 살결처럼.</div> <div>나는 너의 손을 움켜잡는다. 나는 느낀다.</div> <div>너의 손이 내 손안에서 조금씩 야위어가는 것을.</div> <div>마치 우리가 한 번도 키우지 않았던 그 자그마한 새처럼.</div> <div><br></div> <div>너는 날아갈 것이다.</div> <div>날아가지 마.</div> <div>너는 날아갈 것이다.</div> <div class="autosourcing-stub-extra"></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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