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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freeboard_762914
    작성자 : 그렇기에
    추천 : 0
    조회수 : 242
    IP : 14.45.***.33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4/05/15 02:55:20
    http://todayhumor.com/?freeboard_762914 모바일
    말실수.
    나는 방금 내 입에서 소리로 만들어져 나온 말에 깜짝 놀라 말끝을 얼버무렸다. 사장 앞에서 말실수를 한 것이다. 회사 안에서 나도는 소문에 대해서 어떠한 판단도 내리지 않고, 누구에게도 내 생각을 언급 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분명 아까 화장실에서만 하더라도 그렇게 하리라 다짐했었는데! 나는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고, 제발 사장이 내 말의 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했기를 바랐다. 

     사장은 "아." 하고 짧은 탄성을 내뱉은 뒤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식사를 계속했다. 눈앞의 사장은 천천히 김치를 집어들었고 또한 천천히 입으로 가지고 갔다. 이건 먹는다기보다는 어떤 생각에 빠져있다는 신호이다. 나는 혼자 애가 타서 한마디를 더 붙였다. "물론 고용인으로서 고용주가 지시를 내린다면 하는 게 맞겠지요." 이제는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혼란스러웠다. 내가 방금 한 이 말은 '네가 시키니까 하는 거지,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라고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장은 잠시 나를 바라보고 인상 좋은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건 좀처럼 안심할 수 없는 웃음이었다. 여자친구가 이젠 화가 풀려서 괜찮다고 말할 때 쯤 느껴지는 아주 위험한 느낌이 나를 꽉 쥐고 놓아주지 않았다. 나는 쓸데없이 정의를 추구하는 내 태도가 원망스러웠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말한 것에 내가 의도하려고 했던 정의로움이 서려 있는 것은 또 아니었다. 나는 그냥 말하다 보니 어처구니없게도 사장 앞에서 사장의 의견을 공격하는듯한 말을 내뱉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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