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아직 더위가 채 가시기 전인 9월 쯔음...</div> <div><br /></div> <div>날도 선선해지고 기분전환 겸 해서 집청소를 감행했었다.</div> <div><br /></div> <div>늘 거의 창고처럼 쓰다시피 하는 옷방엔 고장난 가전이나 폐품들이 몇개 널브러져 있었다.</div> <div><br /></div> <div>이제나 저제나 언제 치우나 생각만 하다가 </div> <div><br /></div> <div>퇴근하고 오는길에 눈에 들어온 동네 고물상을 보고는 마음이 굳혀졌지 싶다..</div> <div><br /></div> <div> </div> <div> 다음날 점심 즈음...집에서 걸어서 1분남짓 걸리는 고물상을 찾아가 리어카를 빌려왔다.</div> <div><br /></div> <div>고장난 선풍기..모니터...컴퓨터케이스...큰 액자...</div> <div><br /></div> <div>버릴게 몇개 없는 줄 알고 그냥 구루마나 한개 빌려달라 해야지..생각 했었는데</div> <div><br /></div> <div>'구루마는 없고 리어카나 하나 가져가봐라'...하는 고물상 주인의 말에 약간 주저했지만</div> <div><br /></div> <div>이내 나는 불편하고 무거운 구루마를 서툰 실력으로 이리저리 끌어가며 좁은 골목을 지나 집에 도착했다.</div> <div><br /></div> <div>'정말 만약 구루마가 있어서 빌려왔다면 고생깨나 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던건</div> <div><br /></div> <div>생각외로 리어카가 작았고 내 짐들은 꽤 부피들이 커서 이미 리어카를 꽉 채운 후 였다.</div> <div><br /></div> <div><br /></div> <div> 항상 출퇴근 하거나 편의점 가기 위해 지나는 동네 골목을 </div> <div><br /></div> <div>한짐 가득 실은 리어카를 끌고 다니는건 </div> <div><br /></div> <div>혹시나 아는 사람을 만나서 왜 이런 행색으로 이런 일을 하는지에 대한 불필요한 해명을 하는 일이 생기지나 않을까...하는</div> <div><br /></div> <div>약간의 걱정이 들게끔 했다..</div> <div><br /></div> <div>역시나 서툰 실력인지라 그냥 걸어서 1분거리를 이리저리 장애물을 피해가며 어렵사리 고물상에 거의 다 다다랐을때</div> <div><br /></div> <div>내 앞엔 그간 살아온 세월을 고스란히 짊어진 양 구부정한 허리로 느릿느릿 걸어가는 노파 한분이 있었다.</div> <div><br /></div> <div>한손엔 역시 고물상에 갖다 팔 요량인지 박스떼기 몇장이 들려있었고</div> <div><br /></div> <div>그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내 앞길을 막고 있었다.</div> <div><br /></div> <div>내가 딱히 눈치를 주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이내 노파는 길 한편으로 비껴나 내 길을 터 주었고</div> <div><br /></div> <div>나는 감사하단 인사 대신 재빨리 그 할머니를 지나쳐 주었다.</div> <div><br /></div> <div><br /></div> <div> 3500원...</div> <div><br /></div> <div>그날 내가 판 고물의 가격이었다.</div> <div><br /></div> <div>리어카 채로 계근대 위에 올려놓으니 고물상 사무실 창문 위에 계기판에 무게가 표시되었고</div> <div><br /></div> <div>고물상 사장은 빠른 계산으로 무게에 따라서 (때로는 종류에 따라서) 값을 쳐 주었다.</div> <div><br /></div> <div>딱히 돈을 벌려고 판 것도 아니고 그냥 집에 굴러다니는 애물단지 몇개 빨리 치웠으면 좋겠다 는 생각 뿐이었는데</div> <div><br /></div> <div>돈까지 받으니 왠일인가..싶기도 했다.</div> <div><br /></div> <div>이윽고 아까 길에서 만난 노파가 박스떼기와 함께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고물상 안으로 들어왔다.</div> <div><br /></div> <div>고물상 정리하는 아저씨가 할머니를 보자 반가웠는지 인사대신 큰소리로 외쳤다.</div> <div><br /></div> <div>"할매 이거 팔아봐야 1원도 안돼 1원도...허허허"</div> <div><br /></div> <div>할머니는 뭐라뭐라 알아듣지 못할 말로 응수 하고는 고물상 사무실앞 의자에 앉았다.</div> <div><br /></div> <div>그리고는 힘이 들었는지 약간 거칠어진 숨소리를 내뱉는 입가엔 옅으면서도 씁쓸한 미소를 띄며</div> <div><br /></div> <div>고물쟁이 아저씨와 연신 툭탁툭탁 대화를 하셨다.</div> <div><br /></div> <div>그때 내가 뭔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실례가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도)</div> <div><br /></div> <div>그 할머니에게 선뜻 3500원을 내밀었다.</div> <div><br /></div> <div>역시나 할머니는 손사래를 치며 거절했고 </div> <div><br /></div> <div>신경쓰지 말고 그냥 가도 된다..라는 고물상 사장의 눈치에 머쓱해져서 그냥 집으로 향했다.</div> <div><br /></div> <div>깨끗해진 옷방을 보니 다시 마음이 개운해졌고 </div> <div><br /></div> <div>3500원은 어디다 썼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div> <div><br /></div> <div><br /></div> <div> 그로부터 몇달전</div> <div><br /></div> <div>4월 쯤 이었나?....</div> <div><br /></div> <div>봄 이라고 하지만 밤 11시가 다 되어 가는 그시간의 골목은 약간 쌀쌀했다.</div> <div><br /></div> <div>난 집에서 하릴없이 맥주를 마시고...영화나 드라마 를 보다가...화장실도 갔다가...게임도 했다가...</div> <div><br /></div> <div>문득 집 현관 안쪽에 모아놓은 재활용 쓰레기가 넘쳐나는걸 보고 충동적으로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div> <div><br /></div> <div>빈병들, 패트병들, 피자박스 등등을 커다란 마트봉지에 쑤셔넣고 대문을 열어 골목으로 나오니</div> <div><br /></div> <div>저어쪽 골목 어귀에 동네 쓰레기 모아놓는 곳에 조그만 두 사람의 실루엣이 보였다.</div> <div><br /></div> <div>가까이 가 보니 이제 겨우 초등학교 3~4학년쯤 돼 보이는 아이와 그 동생으로 보이는 꼬마아이가 있었고 </div> <div><br /></div> <div>둘은 조그만 손수레에 몇장 되지도않는 신문, 박스 조각을 실고 있었다.</div> <div><br /></div> <div><br /></div> <div>"너네 뭐하냐?"</div> <div><br /></div> <div>"재활용품 모아요.."</div> <div><br /></div> <div>보통 이시간이면 집에서 잠을 자던가 닌텐도나 스마트폰 하면서 뭉개고 있을 법 한 아이들이</div> <div><br /></div> <div>폐지를 모으고 있다는게 약간 의야했던 나에게 아이는 보면 모르겠냐..라는 눈빛으로 대답했다.</div> <div><br /></div> <div><br /></div> <div>"그런데 너네가 이걸 왜 하고있어?"</div> <div><br /></div> <div>"할아버지가 시켰어요..할아버지 아프다고.."</div> <div><br /></div> <div>그러자 동생으로 보이는 아이도 거들었다.</div> <div><br /></div> <div>"네 이거 안해가면 혼나요.."</div> <div><br /></div> <div>두 아이의 표정이나 눈빛은 10살 남짓 한 아이의 그것이라고 보기에는 힘들만큼</div> <div><br /></div> <div>지쳐있었고 어두웠다.</div> <div><br /></div> <div>난 별말 없이 내가 들고나온 폐품을 아이들의 손수레에 실어주었다.</div> <div><br /></div> <div>그런데 그 손수레는 흔히 장 보러 갈때 쓰는 짐 싣는 바구니가 없었고 너무 불안했다.</div> <div><br /></div> <div>아이는 노끈을 꺼내서 이걸로 고정을 해서 간다고 했다.</div> <div><br /></div> <div>난 노끈으로 폐품을 수레에 고정하는걸 도와줬고</div> <div><br /></div> <div>아이들은 예의 그 힘없는 표정으로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만 하고는</div> <div><br /></div> <div>골목 저편으로 걸어갔다.</div> <div><br /></div> <div>듬성듬성 가로등 아래를 지날때 마다 보이는 두 아이의 그림자와 실루엣이 </div> <div><br /></div> <div>더이상 보이지 않을때까지 나는 그자리에 멍 하니 서있었다.</div> <div><br /></div> <div>그리고는 담배를 한대 꺼내 물었다.</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 그때 그 할머니의 옅은 웃음이나 아이들의 힘없는 표정은 이제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div> <div><br /></div> <div>하지만 한번씩 그때 일들을 생각하면 마치 내가 무게를 달려 값이 매겨지는 듯 한 기분이 들었다.</div> <div><br /></div> <div>이유는 모르겠다.</div> <div><br /></div> <div>그냥 머릿속이 복잡했다.</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 그날 이후로 그 할머니나 아이들을 다시 보진못했다.</div> <div><br /></div> <div>아마 내가 안보는것 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도 모르는새 골목 어귀에서 조용히 폐지를 모으는</div> <div><br /></div> <div>그들의 삶의 무게는 오늘도 계근대에 달려지고 있을듯 싶었다.</div> <div><br /></div> <div><br /></div> <div>그때 그 아이들은 얼마나 받았을까?</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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