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1편 : <a target="_blank" href="http://todayhumor.com/?freeboard_715835" target="_blank">http://todayhumor.com/?freeboard_715835</a></div> <div><br /></div> <div>내 왼 팔에 블라우스가 닿는다.</div> <div>당연한 얘기지만 나도 그녀도 일부러 닿게 하고있는건 아니다.</div> <div>...당연한 얘기인것이다.</div> <div>둘이 같이 버스의 왼쪽에 서서 가고있다.</div> <div>'이 아이는 어디까지 가는걸까?'</div> <div>이대로 두시간을 서서가도 피곤하지 않을것 같다.</div> <div><br /></div> <div>버스가 정거장에 설 때 마다 내 뒤로 지나가는 사람들이 날 밀친다.</div> <div>인파에 밀려 내가 옆에서 그녀를 자연스럽게 볼 수 없는 위치로 움직이는게 싫었다.</div> <div>인파에 밀려 내가 그녀의 시야에 드러나는걸 원치 않았다.</div> <div>나는 메고있던 백팩을 벗어 앞에 들었다.</div> <div>내가 백팩을 앞으로 든 이유는 뒤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불편함을 덜기 위해서다.</div> <div>내가 여학생보다 앞으로 밀려나지 않기 위해서다.</div> <div>내가 보다 자연스럽게 그녀를 관찰하기 위해서다.</div> <div>그런거다.</div> <div><br /></div> <div>바로 옆 사람이 가방을 벗어서 앞으로 고쳐들었다는것을 그 아이도 알아챘다.</div> <div>하지만 잠깐 고개를 돌려 나의 넥타이만 봤을 뿐, 그 뿐이다.</div> <div>그 아이는 여느 또래들 처럼 맛폰을 만지작 거리지도 않고</div> <div>귀에 이어폰을 끼우지도 않고 친구들과 떠들지도 않았다.</div> <div>여대생이 다소 무거워보이는 전공책을 앞에 안고 도도함을 뿌리는듯한 자세로,</div> <div>전공책 대신 실내화주머니인지 도시락 주머니인듯한 가방을 손에 든 채</div> <div>창 밖으로 지나가는 경치만 바라보는듯 했다.</div> <div>다만 그 아이는 아직 도도함의 오라를 내뿜기에는 어린것 같다.</div> <div><br /></div> <div>문득'혹시 나한테서 홀아비 냄새 나는거 아냐? 향수라도 뿌리고 나올걸...'</div> <div>하는 생각에 불안해진다.</div> <div>하지만 자기 전엔 언제나 샤워를 하니까, 옷도 제대로 깨끗하게 관리하니</div> <div>그정도는 아니겠지?</div> <div>그 아이에게서도 아무 향기도 느껴지지 않는다.</div> <div>기초화장품 냄새는 커녕 흔하디 흔한 샴푸나 비누향 조차 없다.</div> <div>내 코가 막혀있는것은 아니다.</div> <div>내 앞에 앉아있는 할아버지의 냄새를 확실히 맡을 수 있으니까.</div> <div><br /></div> <div>묘하게도 반팔을 입은 내 팔에 닿는 그녀의 블라우스 위로</div> <div>그녀의 체온이 느껴지지 않는다.</div> <div>따뜻한지도 차가운지도 모르겠다.</div> <div>그렇다는것은 그 학생도 내 드러난 팔에 대해, 나의 존재에 대해</div> <div>내가 우려하는만큼 신경 안쓰고 있을지도 모르겠다.</div> <div><br /></div> <div>그렇게 나와 여학생은 팔을 맞댄 채 15분 가량을 갔고</div> <div>내가 내리기 전 전 정거장에서야 나에게 아쉬움을 남긴 채 뒷문으로 향했다.</div> <div><br /></div> <div><br /></div> <div>아... 그제서야 깨달았다.</div> <div>그녀는 여중생이었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