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며칠전의 일이다.</p> <p>식당에서 일하는 나는 한참 손님과 예약에 대해</p> <p>이야기하고 있는데, 뜬금없이 어제 들어온 소갈비가</p> <p>또 들어왔다. 손님과의 이야기가 대충 마무리되어 보내고</p> <p>나는 소갈비를 가져온 업자에게 물었다.</p> <p> </p> <p>"소갈비가 있는데 왜 또 들어왔어요?"</p> <p> </p> <p>"그게 아니고요. 이번에 사장님께서 라벨 바꾸면서</p> <p>제품도 바꾸셨거든요. 아마 이게 저번것 보다 훨씬</p> <p>괜찮을겁니다. 단가차이는 얼마 없어도 그냥 팩 하나만</p> <p>보셔도 딱 감이 오실거에요."</p> <p> </p> <p>너스레를 떨며 이야기할 만큼 좋은 물건인가 싶었다.</p> <p>나는 업자가 간 뒤 바로 박스를 뜯어 물건을 확인했다.</p> <p>과연 물건은 업자가 말한 대로였다. 한 팩만 봤을 뿐인데</p> <p>진공팩 아래로 영롱한 마블링과 정직하고 두툼한 뼈대가</p> <p>굽기전에 맛을 가늠하게 해 주었다.</p> <p> </p> <p> </p> <p>나도 모르게 군침이 돌았다.</p> <p>그런데 아차, 한달 전 쯤 출산한 동생이 떠올랐다.</p> <p> </p> <p>나는 동생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받지 않았다.</p> <p> </p> <p>'애 키우는게 쉬운일인가. 피곤하겠지.'</p> <p> </p> <p> </p> <p>언젠가 전화가 오겠지 싶어 그냥 뒀는데, 십분 뒤 쯤 전화가 왔다.</p> <p>몇가지의 시시콜콜한 이야기 너머로 느껴지는 귀찮음이 그대로</p> <p>내 귀를 관통했다. 육아스트레스란 참 힘들겠구나 싶었다.</p> <p> </p> <p>나는 본론을 꺼냈다.</p> <p> </p> <p> </p> <p>"다른게 아니라, 소갈비가 좋은게 들어왔다.</p> <p>내가 사갈테니 언제 시간 괜찮겠냐. 양념해가지고 갈 테니까</p> <p>다음날 남편이랑 같이 먹어라. 오늘이라도 양념해서 가지고 가마."<br></p> <p> </p> <p>"집엔 애가 있어서 좀 그렇고... 준비해놔. 나중에 가지러가던지</p> <p>말던지 할 테니까. 그건 그렇고 전에 조카 태어나면 준다던 돈은</p> <p>언제 입금할거야?"</p> <p> </p> <p> </p> <p>나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p> <p>아. 내가....</p> <p> </p> <p> </p> <p>그날 저녁, 나는 술을 마시고 그 내용을 곰씹고 또 되뇌였다.</p> <p> </p> <p> </p> <p>'집엔 애가 있어서 좀 그렇고, 돈은 언제 입금할거야?'</p> <p> </p> <p>'집엔 애가 있어서 좀 그렇고, 돈은 언제 입금할거야?'</p> <p> </p> <p>그렇게 내 뇌리에 세차게 남은 두 마디가 나를 괴롭혔지만,</p> <p>애써 한잔 마시고 마음을 추스렸다.</p> <p>육아 스트레스는 정말로 힘든 것이구나. 서운하지만 어쩔</p> <p>수 없는 일 아니던가. 이해하지 않으면 어쩔 도리가 없다.</p> <p>사람이란 힘들고 괴로우면 의도하지 않는 말이 나오는 법이니.</p> <p> </p> <p> </p> <p> </p> <p>그 다음날 나는 아버지에게 전화를 했다.</p> <p>소갈비 앞전에 들어온 꼬리뼈와 우족 좋은것이 있어서 며칠째</p> <p>연락을 했는데, 아버지는 영 전화할 때 마다 무슨 일이 있어서</p> <p>이쪽으로는 오늘 안간다. 내일은 어쩐다 하는 식으로 피하셨다.</p> <p> </p> <p>운정과 일산서구 사이를 제법 왔다갔다 하는</p> <p>아버지의 루틴과 지금 있는 매장의 위치가 들어맞아 우족과 꼬리뼈를</p> <p>가시는 길에 들러 챙겨가라고 할 요량이였는데 어쩜 그렇게</p> <p>이런 일이 있을 때만 회피하시는지 모를 일이였다.</p> <p> </p> <p>그 사이 중간쯤에 있는 하나로마트 방문때에도, 그렇게 들러서</p> <p>좋은 고기 사 놨으니 가져가라고 할 때에도 이미 점심을 먹었다는둥</p> <p>깜빡했다는둥 그럴때마다 웃어넘겼지만</p> <p> </p> <p> </p> <p>어느새 내 마음은 어떤 위화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p> <p> </p> <p> </p> <p> </p> <p>오늘이였다.</p> <p> </p> <p>오늘에야 말로 아버지에게 꼬리뼈와 우족을 전달해 드릴 요량이였다.</p> <p>끝나고 집에 갈 테니 받기만 하시면 된다고 전화를 했는데,</p> <p> </p> <p>아버지가 말했다.</p> <p> </p> <p> </p> <p>"오늘 니 엄마 생일이라 니 동생네하고 저녁먹기로 했다.</p> <p>지금 전철타고 가고 있는데 오늘은 시간이 좀..."<br></p> <p> </p> <p>나는 응 알았어요. 그러면 뭐. 하고 전화를 끊었다.</p> <p>단톡방에서는 언제 도착하냐 언제 출발했다 라는 대화를 끝으로</p> <p>정지되어 있다가, 아홉시 사십몇분 쯤 잘 들어갔다 오늘 오느라 고생했다</p> <p>무슨 이런 대화들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p> <p> </p> <p> </p> <p>그제서야 느꼈다. 이런 멍청하긴.</p> <p> </p> <p>나는 이 가족에게서 제외된 인간이였던 것이다.</p> <p>내가 기댈 곳이 없다고 애써 외면했던 것은 이런 태도들 때문이였구나.</p> <p>아 그 전에...</p> <p> </p> <p> </p> <p>내가 동생만큼, 혹은 친척 동생들만큼 성실한 삶을 살아온 적이 있던가?</p> <p>느지막에서야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노력하는데,</p> <p>그게 좋아보이진 않을테다.</p> <p>무릇 자식이란 대성하여 부모가 자식을 이만큼 키웠노라고 자랑할 때</p> <p>그 가치가 증명되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p> <p> </p> <p> </p> <p>'귀하의 자녀는 무슨 일을 하십니까?'</p> <p> </p> <p>라고 물었을 때, 혹은</p> <p> </p> <p>'귀하의 형제는 무슨 일을 하십니까?'</p> <p> </p> <p>하고 물었을 때 당당하게 이야기 할 수 없다면 그것은 내가</p> <p>잘못 살아온 인생이고 아무리 바로잡으려 아등바등 한들</p> <p>평생 나라는 사람을 바라봐 온 가족들의 신뢰를 얻기란 굉장히</p> <p>힘든 일이다.</p> <p> </p> <p>이 나이 먹도록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나는 자랑거리가 아닌</p> <p>숨기고 싶은 존재이며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p> <p> </p> <p>나에게는 고작 '우리아들' 이라던가 뭐 그런 뭐랄까...</p> <p>곰살맞은 표현 몇 개만 던져주면 가족으로써 도리는 다 했다고 믿고</p> <p>그것을 매개로 푼돈 몇 번 뜯어볼까 하는 생각으로 정성은 뒤로 한 채</p> <p>현금이나 바라는 그런 사람들인거다.</p> <p> </p> <p> </p> <p>근데 그게...</p> <p> </p> <p> </p> <p>그냥 술 몇잔 마시고 서운했던것들 떠올라서</p> <p>그냥그렇게 쓴 글일 뿐이다.</p> <p> </p> <p>그 참</p> <p> </p> <p>그냥 그렇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