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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freeboard_2013677
    작성자 : Re식당노동자
    추천 : 11
    조회수 : 1041
    IP : 112.161.***.67
    댓글 : 17개
    등록시간 : 2023/09/04 11:39:07
    http://todayhumor.com/?freeboard_2013677 모바일
    차박 후기... 제목부터 지쳐보이는건...

    진짜 지친게 맞음 ㅇㅇㅇ

     

     

     

    어젯밤 끼야아아악 하면서 출발한 차박.

    이젠 그냥 세월이 너무 많이 흘러버려서

    '그래 우리끼리 안놀면 누가 우릴 놀아주냐'

    하는 친구와 같이 출발함.


    잠깐 이야기하자면 나는 입담이 남들보다

    좀 출중한 편임. 자랑아니고 진짜로.

    내 몇 안되는 장점 중 하나임.

     

    근데 얘는 어마무시함. 대체 왜 이 입담을 가지고

    개그맨을 안했지? 싶을정도로 무시무시함.

    참고로 이 친구는 예전에 개그맨시험에 도전한

    적이 있는데, 탈락했음. 사유는 이력서 사진에

    뒤통수 찍어올렸기 때문임.

     

     

    "야 그건 너무 예의없는거 아니냐?"

     

    "근데 형 얼굴도 한 십년 전 쯤부터 예의가 없었잖아?"

     

    "뭔소리야. 니 면상이나 내 면상이나 예의없는건 똑같은데.

    넌 거기다가 사람으로써 지켜야 할 도리까지 없으니까

    사실상 니가 패배한거 아니냐?"

     

    "뭐래 미친 흑룡강성 면정학같은 대사는, 개멋없게?

    아맞다 면상이 면정학이지?"

     

    "응 다음 면정학옆에 개장수 어서오고."

     

     

    아니 진짜 이게 실제 대화임.

     

    뭐 아무튼 이친구... 아니... 이놈? 이새끼?

    아 그래그래. '이거' 이거가 좋겠다. 이거하고 온갖

    개드립을 치면서 한시간 반 가량을 달려 도착한 궁평항에서

     

     

    자 술도 샀고 물도 샀고 라면도 샀고

    젓가락도 샀고 일회용 수저도 샀고

    숯피울 때 쓸 장갑도 샀고

     

    자 짐풀고 고기굽자!

     

     

    "야 ㅈ된거같아."

     

    "왜?"

     

    "부탄가스를 안샀는데?"

     

    "형은 진짜 존경받아야돼. 사람이 이렇게까지

    일관되기가 참 힘들거든? 형은 왜 이렇게 병신이야?"

     

    "라이터로 어떻게 안되겠냐?"

     

    "밤새 해봐라 밤새. 뭐? 우리가 해리와 로이드라고?

    이제 해리는 없어. 형 혼자 로이드 해.

    난 좀 더 스마트해질거니까."

     

    "꺼져 병신아. 니가 아까 편의점 사장님한테

    '이 형 지금 돈안내고 물건 훔쳐갈려고해요!' 라고

    드립만 안쳤어도 부탄가스 진작에 샀다. 너때문에

    까먹었잖아 민머리 빡빡이새끼야!!"

     

    한참 그렇게 티격태격 싸우고 있는데 저쪽에 차박중인

    두 남자를 발견함. 저거다 저거! 나는 "야 잠만. 묘수가

    떠올랐어." 하며 차박하는 두 남자에게 미친듯이 뛰어감.

     

    난 경계심을 풀기 위해 "안녕하세요!!!" 를 외치며 다가갔고

    두 중년의 남자는 허허 웃으며 "아 예 안녕하세요." 라고

    정겹게 인사를 받아주셨음.

     

     

    "일단 전후사정을 설명하기엔 저희가 좀 급해서 그러는데

    혹시 남는 부탄가스 있으시면 한개만 파실 수 있을까요?

    부탁드립니다!" 하고 인사를 박으려고 하는데 의외로 그쪽에서

     

     

    "저... 그냥 드릴 수는 있는데 혹시 냄비 있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서로 쳐다보며 한참 웃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 당신들은 냄비가 없고 우리는 가스가 없지.

    좋은 거래가 될거야 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다시 우리 사이트쪽으로 뛰어와서

     

     

    "야! 냄비! 냄비!" 하고 냄비를 꺼내가는데 이놈이 날 붙잡음.

     

     

    "왜? 냄비 왜?"

     

     

    "자. 이렇게 된거야. 우린 가스가 없잖아? 근데 저긴 냄비가 없어.

    그래서 서로 바꾸기로 한거야."

     

     

    "와... 저분들도... 상당하시구나... 최첨단이네... 우리처럼..."

     

     

    "암튼 그렇게 된거야! 다녀온다!"

     

     

    그렇게 기적적으로 중고나라 당근거래를 마치고 돌아온 우리는

    고기를 구울 수 있었고...

     

    KakaoTalk_20230904_110804340_06.jpg

    역작이

     

     

     

     

    KakaoTalk_20230904_110804340_05.jpg

    탄생하게 되었다.

     

     

     

     

     

     

     

    하지만 고기를 한 번 구워도, 술을 한 번 마셔도 운치란걸

    또 빼 놓을 수 없는 우리는

    KakaoTalk_20230904_110804340_04.jpg

    그래 캠핑은 이거지 이거야. 얼음가득 아이스박스에 술과 음료수!

    근데 주변을 둘러보니까, 사실 초상권이나 이런거 때문에 사진은

    못찍었는데 다들 장비들이 상당함.

    막 차 트렁크에서 식탁도 나오고 의자도 나오고

    무슨 조명달린 어쩌고도 나오고 하는데 우린 걍

    돗자리도 없이 쪼그려앉아서 고기굽고 박스깔고 앉음 ㅇㅇ

     

     

    "형 이거 차박이야 노숙이야?"

     

     

    "누가보면 우리 방송 나갈지도 몰라.

    왜 '세상에 이런일이' 같은거...

    아니? 10년 넘게 차에서 산 형제가 있다?

    이런 제목으로 말이야."

     

     

    "이게 차박이 아니고 지아이유격대 특수훈련인줄은

    알고 있었는데 와보니까..."

     

     

    놈은 잠시 미친듯이 웃더니

     

     

    "존나 재미있어 ㅆ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개꿀잼이라그랬지 ㅋㅋㅋㅋㅋㅋ"

     

     

    우린 그렇게 생갈비 1.5키로와 안창살 300그램

    돼지갈비 800그램을 둘이서 도륙내고

     

     

     

    KakaoTalk_20230904_110804340_03.jpg

    오징어짬뽕도 조지고

     

     

     

     

     

     

    다음날 하염없이 떠오른 해를 감상하며 자리도 깨끗하게 치우고

    화장실 갔다가 자리가 없어서 으아악 으아악 외치며

    뛰어다니다가 겨우 볼일을 해결하고

     

    그렇게 차박... 아니 노숙...을 무사히 끝마치고 집으로

    올 수 있었다.

     

     

    아참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 갔는데 사장님이

    키우는 퍼그가 완전 귀여워서 쳐다보고 있으니까

    "쓰다듬어보실래요?" 하길래 미친듯이 쓰다듬고 옴 ㅇㅇ

     

    같이 쓰다듬던 친구가 말함ㅇㅇ

     

    "형 얘랑 맞짱뜨면 이길 자신 있어?"

     

    "없지. 내가 개발리지. 인류 먹이사슬 중 최하위권이라"

     

    "솔직히 나도 이길 자신은 없다. 왼팔의 흑염룡 봉인을

    풀면 가능하긴 한데 그럼 세계가 파괴될거야."

     

    "어이어이 넣어두라구 그런건.

    네녀석 어디까지 파괴할 셈인거야?"

     

    "미친 형이 이야기하니까 진짜 씹덕같잖아."

     

    "나 원래 씹덕 맞어 사리분별 못하는 농심사리면같은새끼야"

     

    "미친 형 욕할때 입모양 어묵탕에서 퍼질대로 퍼진 어묵닮았네?"

     

    "오뚜기 폰트닮은 새끼가?"

     

    우린 그렇게 끝까지 티격태격하고 집으로 돌아왔음 ㅇㅇ

    KakaoTalk_20230904_110804340_0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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