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여행을 다녀오고 어수선한 집이 어느정도 정리가 되고</p> <p>숨을 돌릴만 하니 아이가 찾아왔다.</p> <p> </p> <p>결혼식을 올린 그 다음달에 임신 사실을 알았다.</p> <p>연애하면서 더이상 헤어지지 않아도 되니까 밤새 같이 술도 먹어보자고</p> <p>밤새 영화도 같이 보고 주말이면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하고 우리 집에 콕 박혀서 놀아보자고 했는데</p> <p>임신을 하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p> <p> </p> <p>임신초기의 산모는 조심해야될게 너무 많다.</p> <p>아파도 안되고 함부로 먹어도 안되고 스트레스를 받아도 안된다.</p> <p> </p> <p>하루 커피를 2~3잔씩 챙겨먹던 나였는데 하루아침에 커피를 끊었다.</p> <p>하루 한잔은 괜찮다고 하는데 먹히질 않는다. 디카페인도 막달은 되서야 먹었다.</p> <p>임신초기 증상이였는지 커피를 끊어서인지 두통 때문에 힘들었다.</p> <p>지끈지끈 거리며 아프던게 나중엔 오함마로 머리속을 내려치듯 아팠다.</p> <p>아, 타이레놀 한알만 먹고 싶다라는 생각이 간절했지만 먹을 수 없었다.</p> <p>타이레놀도 괜찮다고는 하지만 내가 별난건지 먹히질 않았다.</p> <p> </p> <p>약보단 커피가 나을거 같아서 디카페인 라떼를 반잔정도 마셨다.</p> <p>효과가 있는건지 간만의 커피가 너무 맛있어서 그랬는지 조금 좋아지는거 같았다.</p> <p> </p> <p>입덧은 심하지 않았지만 냉장고 냄새 화장품 냄새가 이렇게 역할 수 있구나라고 처음 알았다.</p> <p>바디워시도 몇번을 바꿨다. 깨달은거 하나 세상에 무향은 없다. 오히려 무향이 더 역하게 느껴졌었다.</p> <p> </p> <p>임신기간 중 그나마 괜찮은 중기를 지나 막달엔 숨쉬는것도 힘들었다.</p> <p>잠도 편히 잘 수 없고 미운 내 몸도 마냥 사랑할 수 없었다.</p> <p> </p> <p>예정일이 지나도 나올 생각이 없는지 아무 소식이 없었다.</p> <p>세상밖이 아직 무서운가 싶어 더 기다려주고 싶었지만 아기는 뱃속에서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시간이 더 지날수록 내가 너무 힘들거 같아 유도분만 날짜를 잡았다.</span>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유도분분 1일차 실패하고 2일차에도 전혀 기미가 없고 의사선생님이</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내진을 하면서 양수를 터트렸다. 그때부턴 정말 살면서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고통이 찾아왔었다.</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자궁문은 3cm가 겨우 열린 상황에 아기 심박수는 불안정하고 태변도 눈 상태라 그대로 수술실로 들어갔다.</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 </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첫째날 유도분만을 통해 자연분만을 시도했으니 1차 제모를 했었는데</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수술을 하게 되니 제모 부위가 다르니 밀려오는 진통을 겪으며 벌거벗긴채로</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제모를 하니 그 아픈 와중에도 뭔가 수치스러웠다.</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여차저차 수술실로 들어가 마취를 하고 누우니 만감이 교차했다.</font> </p> <p> <br></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아기가 으앙하고 울었다.</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나도 눈물이 터졌다. 아기가 무사히 나왔다는 안도감, 뱃속에서 잘 놀던 아기를 내가</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힘들다고 억지로 꺼낸것 같은 미안함, 죄책감이 들었다.</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 </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딸이였다. 나를 꼭 닮은 딸이였다.</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 </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수술 후 회복은 그럭저럭 참을만 했다.</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남편도 3일 동은은 극진히 간병해주더니 4일차 내가 이제 좀 걷고 회복이 되니 본인이 죽겠다고 징징거리기 시작했다.</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와 회복되지 않은 몸을 끌고 2시간에 한번씩 수유하러 불려나갔다 오면</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내침대에 누워 잠이 들어있곤 했다. 깨울까 싶어 소파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보호자 침대가 따로 없어서 소파에 몇일 구겨져 잤으니 고단했겠지하고 말았다.</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 </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조리원 생활이 끝나고 친정집으로 와서 2주간 지내다 집으로 돌아왔다.</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몸은 영 회복이 안되고 직업병이기도 하지만 임신하면서 심해진 손목통증은 육아를 시작함과 동시에</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너덜너덜해진 걸레마냥 망가진것 같았다. 2시간 마다 수유를 해야되고 아직 익숙하지 않은 수유자세에 온몸이</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굳어 하루종일 찌뿌뚱 했다. 뭐 가장 힘든건 잠을 못자는거지만.</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 </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아기가 50일이 지나면 나도 어느정도 육아에 적응이 되서 조금 나아진다. </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그래도 아기는 여전히 신생아같다.</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남편도 새벽수유에도 같이 일어나서 자리를 지켜주고 기저귀를 갈아주거나 트림을 시켜주거나 했다.</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 </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아기가 100일이 지나면 꽤 편해진다. 목도 어느정도 가누기 시작하고 잠도 밤에는 잘자니까</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잠은 길게 잘 수 있지만 젖이 밤새 차올라 자세를 바꿀때마다 욱신거리는 가슴과 젖이 너무 차서 옷이랑 침대를 적실 정도면</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새벽에 일어나서 유축을 해야되니 잠을 깊게 못자는건 사실 똑같다.</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 </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아기도 어느정도 크고 내가 잠도 밤에는 자기 시작하니 남편은 점점 불만이 많아진다.</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내가 휴직을 6개월밖에 쓰지 못하고 친정,시댁에서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남편이 휴직1년을 신챙해두었다. </font> </p> <p>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임신을하고 남편은 내게 물었었다. 일을 더 하고 싶냐, 아이를 키우고 싶냐라고.</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물론 아기를 더 키우고 싶었다. 크게 내가 하는일에 자부심이 있거나 하지도 않았다.</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또 일자리는 다시 구하면 될일이라 생각했었다.</font> </p> <p>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근데 남편 외벌이로는 생활이 힘들었다. 둘다 모은돈도 크게 많지 않은 상태로 시작해서 여유롭진 못했다.</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남편은 안정적인 직장이지만 급여는 나보다 적었다.</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당장 돈으로만 따지면 남편이 그만두고 내가 일하는게 가계에는 더 도움되는 상황이였다.</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 </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근데 또 이렇게 얘기하면 남편 자존심 상할까봐 내가 그냥 일에 미친 여자가 되기로 선택했다.</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주변에는 아기가 저렇게 어린데 일을 나가냐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앗다.</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나는 일에 미친 여자가 되었는데 남편은 아내 커리어와 아기를 위해 희생한 남편이 되어 있더라.</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또 복직때문에 단유를 생각하며 더 먹일 수있는 모유를 강제로 끊어서 아기에게 먹이지 못하는 죄책감을 가지는건 나뿐이였다.</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후에 호되게 아프고 젖이 말라 어쩔 수 없이 단유하게 되어서 차라리 맘이 편할 정도였다.</font> </p> <p> <br></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아기가 어느정도 크고 시간이 흐르니 남편은 슬슬 약속을 잡고 싶어했다.</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휴직 전에 직장동료들이랑 술한번 더먹고 싶다고 했다. </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내가 그동안 남편을 가둔것도 아니다. 주말에 친구들 결혼식도 다 갔고 남편은 어차피 타지에 친구들이 다 있어서</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평일엔 볼수도 없었다. 요근래 자유가 없다는 둥 아기태어나고 나선 술자리를 거의 안갔다는 둥 회식도 잘 안했다는 둥</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눈치보인다는 둥 얘기를 한다. 안간것도 아닌데 말이다.</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 </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처음에는 그래 당신도 힘들지 하고 말았는데 시간이 지나니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font> </p> <p>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그럼 나는? 나는 아기 낳고 우리 할머니 돌아가셔서 장례치루는 3일 말고는 단한번도 아기랑 떨어진적이 없는 나는이란 생각.</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나도 너랑 똑같이 태어나서 자라고 학교 다니고 너만큼 공부도 했고 너만큼 직장도 잘다니고 있었는데</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아기가 태어나서 왜 나는 이 모든게 눈치보이고 죄책감 들고 내가 하는게 왜 당연한건데라는 생각.</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왜 같이 하는게 당연한게 아니고 내가 하는게 당연한거고 네가 해주는건 내가 왜 고마워해야하는지 모르겠다.</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남편도 내가 하는걸 당연히 생각하기 시작한 시점 부터는 내가 하던 모든게 억울해지기 시작했다.</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산후우울증은 스치듯 지나간거 같은데 육아우울증인지 요즘은 가만히 있다가도 눈물이 난다.</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그냥 눈물이 난다. 아기랑 잘 놀다가도 눈물이 뚝뚝 흐르고 아기 기저귀를 잘 갈아주다가도 눈물을 뚝뚝 흐른다.</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 </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그래도 꾹꾹 눌러가며 참으며 산다.</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배아파 낳은 아기는 너무 예뻐서. 클수록 키울수록 정이 쌓여 그런지 점점 더 예뻐지는 내 아기라서.</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이렇게 집에서 아기만 보고 사니 내 인생의 유일하게 잘한건 아기밖에 없는거 같아서.</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 </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아기만 보고 사는 게 내삶의 원동력이다가도</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아기만 보고 사는 게 내 우울감의 원인인거 같다.</font> </p> <p> <br></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 </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 </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 </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 </font> </p> <p> <font face="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 </font>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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