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또래는 대부분 마찬가지겠지만, 저는 2002년 월드컵 때 군대에 있었습니다. <p> </p> <p>휴가도 직전에 써버렸고 외박도 명분이 없어서 군대에서 짤없이 월드컵을 봐야했죠.</p> <p> </p> <p>기억에 남는 상황이 몇 개 있는데...</p> <p> </p> <p> </p> <p>보안병이었던 저는 포르투갈 전 때 저는 비밀문서 합동보관소에서 근무했습니다. 대대 행정과 사무실에 비문보관소가 있었고 저는 그냥 과장실에서 혼자 TV로 보고 있었죠. </p> <p> </p> <p>월드컵이란 게 그렇지만, 혼자 보면 별로 기분이 안 납니다. </p> <p> </p> <p>박지성이 골 넣었을 때도 혼자 소소하게 좋아하고 말았는데...</p> <p> </p> <p>갑자기 창 밖에서 "우와아아아아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 소리가 나더군요.</p> <p> </p> <p>뭔가 싶어서 창문을 열었습니다. </p> <p> </p> <p>창문을 열면 위병소가 보이는데요.</p> <p> </p> <p>라디오로 축구 듣고 있던 위병조장이 골 소식이 들리자마자 위병소를 뛰쳐나와 환호하고 있었습니다. </p> <p> </p> <p>저희 중대 고참이었죠.</p> <p> </p> <p>저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축구를 즐기는 고참을 보자마자 저도 창문 앞에서 "우와아아아아아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했습니다. </p> <p> </p> <p>위병조장도 저를 보고 같이 "우와아아아아아아아ㅏ아ㅏ아아아앙" 했고 우리는 서로 그렇게 "우와아아아아아아아ㅏㅏㅏㅏㅏㅏ" 했습니다. </p> <p> </p> <p> </p> <p>월드컵에 맞춰 휴가를 다녀온 CP병 후임이 있었습니다. </p> <p> </p> <p>얘가 고향도 서울이고, 누가 봐도 서울놈처럼 생긴...잘 생긴 녀석이었는데요. </p> <p> </p> <p>휴가 때 거리 응원 갔다가 여자 꼬신 썰을 들려주는데 그때부터 뭔가 부러워지더군요. </p> <p> </p> <p>그러나 그와 별개로 큰 시련이 찾아왔습니다.</p> <p> </p> <p> </p> <p>군대에서의 6월은 다들 아시다시피 유격 시즌입니다. </p> <p> </p> <p>저희도 마침 유격을 떠났는데요. </p> <p> </p> <p>첫날 훈련을 마치고 유격장 연병장에서 교관이 "올빼미, 박수 다섯번" 하는데</p> <p> </p> <p>저희는 누구 하나 의심없이 "짝!짝!짝!짝!짝!" 쳤습니다. </p> <p> </p> <p>갑자기 교관이 "앞으로 취침, 뒤로 취침"을 시키더군요.</p> <p> </p> <p>그리고 조교를 부릅니다. 조교가 "유격자신"하면서 올라오더니 박수 다섯번의 시범을 보여주네요.</p> <p> </p> <p>"짝짝! 짝짝짝!"</p> <p> </p> <p>그리고 교관이 한마디 합니다. 오늘 경기 결과에 따라 내일 훈련 강도가 달라질 거다. 오늘 지면 올빼미들의 응원이 부족했던 걸로 간주하고 내일 빡세게 굴려주겠다. </p> <p> </p> <p>그날은 16강 이탈리아전이 하는 날이었습니다. </p> <p> </p> <p> </p> <p>군대에서, 그것도 유격장(산 속)에서 TV를 어떻게 보나 싶죠?</p> <p> </p> <p>군대에서는 뭐든지 가능합니다. </p> <p> </p> <p>우선 시설과에서 여분의 TV와 안테나선을 챙깁니다. </p> <p> </p> <p>그리고 안테나선을 어깨에 맨 시설병들이 나무를 타죠. </p> <p> </p> <p>나무 꼭대기에 안테나선을 설치하고 발전기에 TV를 연결하면 됩니다. </p> <p> </p> <p>화질도 구진 흑백 브라운관 TV였지만, 어쨌든 축구는 나옵니다. </p> <p> </p> <p>그런데 이 안테나선이라는게 놓으면 안 나오고 들어야 나오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p> <p> </p> <p>인원이 많아서 TV 3대를 설치했는데 그 중 1대가 딱 그랬죠. </p> <p> </p> <p>이거는 어떡하느냐? 막내가 안테나선을 들고 있어야 합니다. 걔는 TV 옆에서 그거 들고 고개 빼꼼 돌려서 봤죠. </p> <p> </p> <p>한 두어번 손에 힘 빠져서 안테나선 내려오길래 갈구다가 막내의 동기끼리 교대해서 들었죠.</p> <p> </p> <p>어쨌든 산 속에서 축구를 즐긴 저희는 이겼다는 생각에 안도했습니다. ...그러나 다음날 훈련도 개빡셌습니다. </p> <p> </p> <p> </p> <p>군대에서 전 경기를 다 봤습니다만 생각 나는 건 이 정도네요. 낮에 했던 미국전은 전 중대원이 내무반에 모여서 봤는데...별로 즐거운 기억은 아니었습니다. 그땐 저도 일병 나부랭이라서...</p> <p> </p> <p>아무튼 저는...2002년 월드컵 세대인데도 거리응원을 못해봤습니다. </p> <p> </p> <p>나중에 제대하고 복학해서 2006년 월드컵 때 거리 나가봤는데 느낌이 안 살더군요.</p> <p> </p> <p> </p> <p>2002 월드컵...즐거웠겠죠?...즐거웠을거야...부럽다아..</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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