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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freeboard_1997472
    작성자 : 시간이들어요
    추천 : 0
    조회수 : 513
    IP : 124.52.***.171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22/10/22 00:22:48
    http://todayhumor.com/?freeboard_1997472 모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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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날 청화루에서-

     

    무역을 해보는건 어때?”

     

    아직 날씨가 쌀쌀할 때였다. 청도의 한 술집 청화루, 친구 동훈과 오랜만에 술을 한잔 하고 있었다. 동훈이는 동네 조선소에 취직한지 3년쯤 되었는데 조선업을 하다보니 이래저래 주워들은 게 있는 모양이다.

     

    무역?”

    응 그게 은근 재미가 좋다고 가끔 우리 가게 오는 손님이 그러드라고

    뭘 팔지?”

    글쎄다. 그건 나도 모르지

    무역을 하려면 배가 있어야 할거 아냐

    그건 내가 어떻게 해줄수 있을거 같은데

    아 정말?”

     

    오랜만에 가슴이 뛰는게 느껴졌다. 백수 2년차 이제 슬슬 집 눈치 봐가며 노는 것도 질릴 무렵이였다.

     

    오빠 무역하게?”

    옆에서 테이블을 정돈하던 세희가 끼어들었다.

    뭐 그냥 술먹고 하는 말이지

    아냐 정말 해봐. 오빠 맨날 이렇게 술만먹고 놀거야?”

    아니 슬슬 놀기 질리긴 하는데, 무역? 갑자기?”

     

    그러고보니 갑자기라는 단어도 심장을 뛰게 만드는 단어였지.

     

    근데 뭐 밑천도 없고

    내가 빌려줄게 한번 해봐.”

     

    ? 너 돈많아?”

    어짜피 배는 동훈오빠가 해준다며. 나 모아둔거 좀 있어

    아 진짜? 갑자기? 근데 세희 많이 컸다. 이제 니가 나한테 돈 빌려주는거야?”

     

    오래전 세희가 어려웠을 때 내가 한번 돈을 빌려준 적이 있었다. 시간은 좀 걸렸지만 결국에는 이자도 꼬박꼬박 내가며 다 갚았고, 매달 갚던 돈은 고스란히 용돈이 되었는지 세희는 요샌 제법 살만해 보였다.

     

    2천은쯤 가능할거 같은데, 이제 오빠가 나한테 이자주는거야?”

    아니 이런, 그래 일단 생각은 좀 해보자

     

    술이 깨는 기분.

    야 배는 어떤건데? 그냥 줄 수 있다고?”

    동훈에게 물었다.

     

    아 가게에 거의 폐선 직전인 배하나 있는데 수리하면 가까운 바다는 왔다갔다 할 수 있을거야

    그거 괜찮은거냐? 가라앉는 거 아니야? 그보다 내가 배를 어떻게 몰아

    내가 가르쳐주면 되지. 나 나름 조선소 에이스야

     

    그 배 뭐 버리는거야?”

    사장님이 폐선해야하나마나 고민하더라고 워낙 누더기라서 중고로도 안 나가. 아 근데 진짜 멀리 나갈 일 없으면 탈만해. 나도 몇 번 몰아봤고. 너 탈거면 내가 한 번 더 수리할 곳 있나 볼게

    아 진짜?”

     

    대신 성공하면 크게 한턱 쏴라.”

    아 그건 당연하고, 대신 나 그거 타다 가라앉으면 니가 나 크게 장사지내주나

     

    옆에서 세희가 깔깔거리며 웃다가 말했다.

    모직물 한번 팔아봐. 그게 북경에서만 나는거라고 들었는데, 다른 나라에다 비싸게 팔아볼 수 있지 않을까

    그래 나도 듣긴했는데, 여기서 다른 나라래봤자 조선이랑 왜잖아. 내가 뭐 가본 적이 있어야지

    뭐 그건 가봐야 아는거지. 어짜피 아무도 몰라

     

    야 너네 가게에 왔다던 무역한다는 사람은 뭐 판대?”

    몰라 안물어봤어. 외국인이였어.”

     

    그렇구만. 2천은? 그거면 니 한달 월급쯤 되냐

    난 그거보단 더 벌지. 나 에이스라니까

    아 그러냐 좋겠다. 2천이면 모직물? 얼마나 살수 있지?”

     

    글세 그건 도매상 가서 물어보면 되지 않을까

    그러네

     

    아 그리고 배에 실을 식량도 준비해놔야돼. 선원도 구하고, 조선까지는 3일쯤 걸린다더라.

     

    음 갑자기 바빠졌네. 야 근데 선원이 모이겠냐? 그사람들 월급은 뭘로주고

    벌어서 줘야지 뭐. 나 아는 백수들 좀 있어

     

    그러다 월급 못주면?”

    욕좀 먹겠지? 소개시켜준 나도 욕먹고? 너도 이제 좀 바빠져야 하지 않겠나. 한번 해보라고

    맞아 해봐 오빠. 나도 우리 손님중에 오빠 배 탈만한 사람 있나 한번 알아볼게

    옆에서 세희가 거들었다.

     

    “10프로? 주면 돼?”

    됐어. 대신 성공하면 나 가게나 하나 차려줘

    ? 이자 안줘도 돼? 그러다 나 망하면?”

    그럼 오빠 여기서 나대신 설거지 해야지 뭐

    오 나 망해도 취직할데 있는거야? 괜찮네

     

    그러니까 해봐 정말로

     

    음 그래. 긍정적으로 생각해보겠어. 일단 배부터 봐야겠다

     

    그래 나 내일 6시에 끝나니까. 우리 가게로 오라고. 사장님한테는 내가 얘기해놓을께

    동훈이 말했다.

    시간이들어요의 꼬릿말입니다
    why so serio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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