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3대 스포츠라면 야구, 농구, 미식축구를 손꼽는다. 리멤버 타이탄은 60년대 시민권 운동이 끝나고 흑-백의 고교가 통합되던, 71년의 버지니아 주 알렉산드리아에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버지니아 주에서 고교 미식축구란 삶의 한 방식 그 자체이자, 경의와 숭배의 대상이며, 시즌의 플레이오프 게임이 있는 날은 크리스마스를 포함한 그 어느 공휴일보다도 더 축제 분위기가 연출된다. 1971년 버지니아 주 알렉산드리아 주민들에게도 이는 마찬가지이다. 미식축구는 자식들의 장래를 보장받는 유일한 수단이었고, 또 그들에게는 경이로운 연승기록을 만들어가는 전설적인 감독 요스트가 있었기에, 미식축구에 대한 신봉이나 자긍심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역 교육청이 모든 흑인 고등학교와 백인 고등학교를 통합하라고 지시가 내려오고, 더군다나 백인 코치 대신 사우스 캐롤라이나 출신 흑인감독인 허만 분을 T.C 윌리엄스 고교의 타이탄의 헤드코치로 임명하자 알렉산드리아는 묘한 긴장감에 휩싸인다.

그러나 허만 분 감독은 강력한 통솔력과 카리스마로 무장하고, 인종에 대한 차별과 지역 주민의 편견에 맨몸으로 맞선다. 또한 자신에게 적대적이었던 코칭스태프를 성공적으로 규합하고 통제 불능일 것 같았던 학생들을 장악한다.

결국, T.C 윌리엄스의 ‘타이탄(Titan)’은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13승 무패라는 완벽한 기록으로 주 예선을 통과하게 되고 전국 대회 결승전까지 진출하여 No. 2까지 오른다.

이런 위업이 가능했던 것은, 선수 개개인의 투혼과 자질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서로 다른 배경을 인정하고 통합하려는 ‘코칭(Coaching) 스태프’와 선수들 화합이 큰 힘으로 작용하게 된 것이다. 선수들의 이런 협동은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을 뿐 아니라, 편견과 편협함으로 분리-점철되었던 알렉산드리아 주민까지 하나로 뭉치게 만들었다는 스토리가 이 영화의 내용이다.

리멤버 타이탄은 영화사에서도 드문 주제로서 ‘리더쉽’이라는 덕목을 표방한다. 이러한 진지한 주제를 어찌보면 클리셰(Cliche)적인 스토리일 수 있는, 단순하지만 교훈적인 내용으로 풀어가는 스토리 라인이 기억에 많이 남았다. 나는 스토리에서 ‘상황적 코칭(Situational Coaching)’에 대해서 계속 생각해보게 되었다. 피상적인 가르침을 주는 ‘티칭(Teaching)’은 그 사람의 인간성이나 태도를 바꾸기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나 허만 감독은 선수들과 스태프들을 장악하는 불도저마냥 강한 리더십과 편협함을 맞서는 용기를 통해 피부색이라는 이데올로기를 깨부숴버렸다. 또한 나는 스토리에서 내포하는 팀워크의 ‘leadership’만큼이나 ’followership’의 역할에 대해 강조하고 싶다. 나는 중고등학교 시기에 숱한 조별 레포트들을 했었지만 절대 리더 혼자 통솔을 잘한다고 전체적인 팀워크가 잘 돌아가지는 않더라. 팀워크가 완벽하게 완성될 가능성과, 완성에 소요되는 시간이 단축되는 것일 뿐. 구성원인 팔로워(follower)들은 세심할 수 있지만 그 속에서도 구성원으로서의 리더쉽, 즉 followership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축구경기의 감독, 골키퍼, 미드필더 이상으로 전체적인 공격, 수비수 포지션의 전체적인 단합이 중요한 것처럼. 본 영화에서 요스트 감독, 허만 분 코치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게 묘사되었으나 스포트라이트에 가려진, 처음에는 통제 불능적인 학생과 선수들이 리더십 있는 감독의 말에 “그래. 이런 무식한 방법은 별로야. 장벽(barrier)에 부딪혀보자.” 라며 설득당할 용기를 가진 것도 인간이 마음 깊은 곳에 내포하는, ‘소속감에 대한 욕구’와 ‘교화’라는 중요한 가치가 비춰지고 있다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