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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freeboard_1820383
    작성자 : 검정9홈런
    추천 : 0
    조회수 : 181
    IP : 211.107.***.55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8/11/28 06:35:13
    http://todayhumor.com/?freeboard_1820383 모바일
    반복되는 죽음
    옵션
    • 창작글
    죽음의 반복. 

      어머니는 내게 어릴적 이야기를 많이 해주지 않으셨다. 덕분에 나는 어머니의 과거를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어머니의 과거와 삶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해진 지금도. 또 앞으로도 어머니의 과거에 대해 들을 기회는 없을것 같다. 왜냐하면 어머니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기억 대부분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온양에서 외동딸로 태어나셨다. 외할아버지께서는 어머니가 세살이 되던 해에 돌아가시고 외할머니와 어린시절을 보냈다. 그래도 다행인지 외할아버지는 꽤나 많은 재산을 물려주고 가셨다고. 덕분에 친척들이 그 유산 조금이라도 떼어 먹겠다고 달라붙어 돈도 많이 떼이고 사기도 많이 당하셨단다.  어머니는 어린시절 부산에서 초중고 학창시절을 보냈다. 외할머니의 심각한 천식과 빌어먹을 친척들 덕에 중고등학교 시절부터는 경제적으로도 힘들어져 외할머니와 이 악물고 살았다고 하셨다. 의지할 사람이라고는 단 둘 뿐인 모녀 관계의 끈끈함은 지금의 나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다. 서로 끔직히 애틋하고 각별하지 않았을까 추측 할 뿐이다. 

    외할머니의 천식은 날이 갈 수록 심각해 지셨다. 어머니가 스무살이 되던 해 외할머니는 고향 근처에서 살고싶다며 십 수년을 지낸 부산을 떠나 수원으로 어머니와함께 이사를 가셨다. 거기서 어머니는 아버지를 만났고 사랑했다.  어머니가 스물 셋이 되던 해에 외할머니는 천식으로 돌아가셨다. 아마 외할머니는 고향 근처에서 살고싶은것 보단고향 근처에서 죽고 싶으셨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외할머니는 재가 되어 고향 앞바다와 하나가 되었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정신적 충격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하셨다. 아버지 말로는 그때 홀로 남은 어머니가 너무나 위태해 보였단다. 그렇게 아버지는 기댈곳 없는 사람의 벽이 되어주기 위해 어머니와 결혼하셨다. 

     내가 어린 시절 어머니는 가족이 없다는 것에 대한 슬픔을 단 한번도 비춘적이 없었다. 내가 외할머니에 대해 물어볼때도, 외할머니를 뿌린 바닷가에 들렀을 때도 어머니는 내 앞에서 눈물 한방울. 한숨 한번 보여주지 않아 조금은 의아했던 기억이 있다. 아마 어머니는 마음으로 울고, 속으로 한숨을 뱉었을 것이다.  집에는 어머니의 어릴적 사진이 하나도 없었다. 아버지와찍은 스무살 이후의 사진과 졸업앨범만이 남아있을 뿐인데 어머니 말로는 예전에 사진과 짐들을 넣어두던 집 창고에 불이나서 모두 소실되었기 때문이란다. 그나마 건진 사진은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영정사진 하나였다.  어머니는 외로울 수 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학창시절을 지냈던 부산을 떠나며 친구들과 연락이 끊겼고. 하나뿐인가족을 어린 나이에 잃으셨다. 이젠 추억 할 사진도 남아있지 않다. 그럼에도 항상 해맑고 떳떳하게 살아가는 어머니가 나는 너무도 자랑스럽고, 안쓰러웠다.

     내가 고등학교 2학년이 된 6월. 어머니는 출근길에 교통사고를 당하셨다. 사고 당시 머리의 충격으로 인해 세달간 의식이 없었다 깨어났다. 그 세달동안 우리 가족이 얼마나 울었는가 모르겠다.  깨어나신 어머니는 의식이 없던 시간만큼의 후유증이 생겼다. 왼쪽 신체의 신경이 손상되어 행동이 부자연 스러워 졌고. 새로운 기억이 유입되지 않으며 과거 기억의 대부분을 잃었다. 이렇게라도 깨어난건 천만 다행이었으나 그 때문에 불행히도 어머니는 이미 겪었던 고통을 다시 느껴야 했다. 어머니는 외할머니의 죽음을 반복해 겪었다. 

     어머니가 깨어나고 우리는 병실에서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럴 때면 어머니는 스스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나 기억하지 못하는것을 물어보곤 했는데. 한번은”우리 엄마는 어딨어?”하고 나한테 물어봤었다. 마음이 아팠다. 나는 철렁한 가슴으로 ‘“외할머니 돌아가셨어” 하고 대답했다. 어머니는 그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지 “우리 엄마가 죽었다고? 언제?” 하고 물어보았고. 나는 “나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셨어” 하고 대답했다. 어머니는 그러고 한참을 울었다.  
    어머니는 기억력이 많이 나빠졌다. 그렇게 울다가도 조금있으면 다시금 나한테 우리 엄마는 어딨냐고 물어봤고. 나는 또다시 외할머니는 돌아가셨다는 대답을 했다. 그러면 어머니는 다시 울기 시작한다. 대략 한시간 간격으로 어머니는 이 대화를 반복했다. 어머니는 하루에도 열몇번씩 며칠을 외할머니의 죽음을 새롭게 깨닫고 가슴 무너지게 울었다. 나는 그 곁에서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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