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때는 바야흐로 2010년. 제 대학생활 마지막 학기였습니다.</div> <div>코엑스에 취업박람회를 갔었습니다. 말끔한 정장을 차려입고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전철을 타고 갔죠.</div> <div>사실 거기 나온 업체 중에 가고싶은 회사가 없었지만 그래도 면접 맛이나 보려고 갔었죠.</div> <div>아니나다를까 박람회에서는 한 시간을 둘러보다가 그냥 나와서 더위를 달래느라 빙수가게에 들어갔습니다.</div> <div><br></div> <div>사실 남자 혼자 빙수가게에 들어간다는 게 흔한 일은 아니죠.</div> <div>최대한 구석자리에 앉아서 콩가루가 뿌려진 빙수를 먹으며 노트북으로 연애시대를 보고있었습니다.</div> <div>그때 굉장히 자신감이 넘쳐보이는 여자가 가게로 들어왔습니다.</div> <div><br></div> <div>노트북으로 오래된 드라마를 보면서 혼자 빙수를 먹고있는 제가 희한했는지 자꾸 흘깃 쳐다보더라고요.</div> <div>지금 생각하면 무슨 용기였는지 모르겠는데 노트북을 가져가서 "같이 보실래요?"라고 물어봤습니다.</div> <div>흠칫 놀라더니 "아니요,..".라고 하더라고요. 머쓱해져서 대충 정리하고 빙수를 후루룩 먹고 나가려는데</div> <div>그 여자가 저한테 와서 "경영학과 다니시죠?" 하는데 좀 놀라서 "어떻게 아셨어요?" 하니까</div> <div>"저희 어제도 수업 같이 들었어요. 문철우교수님 수업에서 피피티 하셨잖아요."</div> <div><br></div> <div>이런 시부럴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발표내용 대차게 까이고 교수질문에 대한 대답 하나도 올바르게 못한 그 발표를 봤다니.</div> <div>그래서 우물쭈물 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그냥 베시시 웃으며 식사전이시면 이른 저녁 드실래요라고 물어봤습니다.</div> <div><br></div> <div>제 단골집이었던 돈암동 강풍갈비로 바로 택시로 쐈죠, 오늘 뭔가 되겠다 싶어서!!</div> <div>강풍갈비에서 돼지갈비에 술 많이 먹었는데 저만 취했더라고요ㅋㅋㅋㅋㅋㅋ</div> <div>게다가 그 여자네 집이 성북동이었어요. 소화도 시킬겸 집까지 걸어서 바래다달라고 했어요.</div> <div>그래서 걸어가면서 횡설수설 쓸데없는 소리를 많이 했었죠.</div> <div><br></div> <div>성북동에는 고급빌라만 있는 줄았는데 원룸도 있더군요.</div> <div>그날 거기서 잤습니다. 끝.</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