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오늘 타 커뮤니티에서 임산부가 쓴 아버지에 관한 글을 보다가 문득 생각이 났는데</div> <div> </div> <div>저는 우리아빠를 떠올릴때마다 머리속에 비디오처럼 재생되는 장면이 있어요</div> <div> </div> <div> </div> <div>저와 연년생인 오빠가 각각 여섯살 일곱살, 아직 학교를 들어가기 전이었을 때, </div> <div> </div> <div>토요휴무 및 '놀토'라는 개념도 없었을 때였는데</div> <div> </div> <div>교사였던 아빠는 토요일마다 맡길곳이 없던 저희 점심식사를 위해 한 중국집에 선금을 주고 (그때당시로 십만원 넘게 넣었던것 같아요)</div> <div> </div> <div>매주 짜장면이든, 볶음밥이든 맛있는거 먹고싶은거 사먹으라고 맡겼어요.</div> <div> </div> <div>지금은 좋은분 만나서 잘 지내시지만 그땐 엄마가 안계실 때라 저희 남매 밥 챙기는게 아빠의 가장 큰 고민이었을 거에요.</div> <div> </div> <div>아무튼 그렇게 맛있는 걸 먹을 수 있는 매주 토요일만 기다렸고, 오빠랑 냠냠 나눠먹고 나면 아빠는 퇴근하시고 집에서</div> <div> </div> <div>오늘은 뭘 먹었니 맛있었니 다정하게 물어봐 주시곤 했죠. </div> <div> </div> <div> </div> <div>그런데 하루는 아빠가 일을 일찍 마치셨는지, 아니면 잠깐 나오신건지 모르겠지만</div> <div> </div> <div>저희 남매가 밥을 먹고 있는 중국집에 선금을 준 이후로 처음으로 찾아오셨어요</div> <div> </div> <div>맛있게 짜장면을 흡입하고 있던 저희는 아빠를 보자마자 '어 아빠다 아빠~~'하면서 반갑게 아빠를 불렀고</div> <div> </div> <div>아빠를 부른 순간 주방에 있던 주방장 아저씨가 흠칫하고 나오는걸 봤어요.</div> <div> </div> <div>입가에 짜장면 묻힌채로 아빠를 부르던 저희 남매를 흐뭇하게 보던 아빠는 식탁위에 그릇을 보더니 멈칫 하시더라고요.</div> <div> </div> <div>아빠는 말없이 저희를 보고 있고 그와중에 다 먹어가던 저는</div> <div> </div> <div>'아빠 나 볶음밥도 시켜도돼? 오빠가 내꺼까지 다 먹어서 나 쫌밖에 못먹었어' 라고 해맑게 아빠를 쳐다보며 말했고</div> <div> </div> <div>아빠는 조용히 물었어요</div> <div> </div> <div>'너네 원래 짜장면 시키면 이렇게 한그릇만 나왔니?'</div> <div> </div> <div>저는 끄덕끄덕 했고 옆에있던 오빠는 말했죠</div> <div> </div> <div>'응! 아저씨가 우린 애기들이라 두개 나오면 너무 많아서 어차피 남긴다고 여기 접시에 나눠먹으랬어~' </div> <div> </div> <div>말이 끝나기 무섭게 저희 남매는 울음을 터뜨릴 수 밖에 없었어요</div> <div> </div> <div>아빠가 아저씨를 보더니 저희가 먹던 그릇들을 다 엎고 던져버렸거든요</div> <div> </div> <div>아빠가 화내는 것도, 욕이 나오는 것도 본 적이 없었던 저희남매는</div> <div> </div> <div>주방장아저씨 앞에서 생전 처음 들어보는 욕을 하고 고함을 지르고, 그릇을 내동댕이 치는 아빠의 모습은 정말 충격적이었어요.</div> <div> </div> <div>영문을 모르던 그때는 아빠 모습이 너무 무서워서 울기만하고 며칠간 눈치를 봤었는데</div> <div> </div> <div> </div> <div>시간이 많이 지난후에야 그 이유를 알게 되더라구요. 아저씨가 애들 음식 가지고 장난쳤다는 걸.</div> <div> </div> <div>애들 둘이 가면 한그릇만 시켜 가게장사 안된다고 생각할까봐 아빠는 미리 선금을 주고 남겨도 좋으니 두그릇값씩 깎아 달라 한거에요</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아빠처럼 교사가 된 오빠한테도 물어보면 20년도 지난 일인데 저와 똑같이 기억하더라고요. </div> <div> </div> <div>사실 자기는 어릴 때 맘으론 그 사건 이후로 토요일마다 먹던 짜장면 볶음밥의 낙이 사라져서 서운했다면서..ㅋㅋㅋㅋ</div> <div> </div> <div>어렸을때는 그 무서운 아빠의 모습이 충격이라 머리속에서 잊혀지지가 않았는데 요즈음에는 그 장면만 생각하면 가슴이 막 울컥해져요 </div> <div> </div> <div>새엄마 만나기 전까지 엄마 없는 애들처럼 안보이게 하려고 얼마나 고생했을까..</div> <div> </div> <div>이외에도 아빠가 저희 남매를 지켜준 기억이 많은데 정년을 앞둔 아빠를 보면서</div> <div> </div> <div>아빠가 우릴 항상 지켜준것처럼 아빠가 늙으면 우리가 지켜드려야지 하는 생각을 요즘들어 부쩍 하게되요.</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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