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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freeboard_1691356
    작성자 : 얼굴이아파요
    추천 : 0
    조회수 : 186
    IP : 103.22.***.97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7/12/23 01:59:15
    http://todayhumor.com/?freeboard_1691356 모바일
    어짜피 묻히는 글#5.세번째 만남
    다행이다. 
    지난밤 너의 용기를 붇돋아준 알콜에 내가 뱉은 상처되는 말은 지워졌나보다.
    다시금 밝아진 너의 대화와 미소에 나는 묵묵히 웃고만 있었다.
    다시 약속을 잡았다. 너에게 살짝 거짓말도 했다. 네가 오빠와 약속을 잡았노라고, 나의 욕심에 작은 거짓말을 했지만 싫진 않은 눈치다.

    갑작스럽게 잡힌 지방출장과 조금씩 내리는 눈은 나의 발걸음을 더욱 부채질 했다.
    지난번 생긴 작은 헤프닝을 기억하며, 핑크덕후인 너를 위해 강남역의 가게를 4곳이나 헤매이다 내가 원하는 걸 찾았다.
    조금이라도 빨리 보고싶어 회사에 전화도 던지듯 나와 서둘러 재촉한 발걸음에 시간은 넉넉했다.
    뜻밖에 기상청의 말이 들어맞은 듯 내리는 눈과 내 귀에서 들러오는 잔잔한 음악소리, 그리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너를 기다렸다.
    무슨말을 할까, 지난번 일을 티 안내고 있을 수 있을까, 나는 어떤 사람으로 보일까 등등의 수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쳐갔다.
    그럼뭐하냐..네 웃는 모습한번에 하얀 백지처럼 다 날아가버렸는데..

    곱창집에서 마주 앉아 가볍게 술한잔 하며 시작된 대화. 티내지 않으려 애는 쓰지만 내 속에선 자꾸만 궁금증이 늘어간다.
    지난 밤 전화내용을 궁금해 하는 너에게 시덥지 않았던 일들 만 얘기하려 애쓰느라 말이 자꾸 헛나온다.
    2차로 간 맥주집. 결국은 티가 났나보다. 너는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내 마음을 담담하게 이야기 했다.
    '나는 네가 다른사람들이랑 술먹을 때 걱정하고, 애태울 수 있는 사람이였으면 좋겠다.
    계속 걱정되도 혹여 네가 싫어할 까봐 문자하나 눈치보며 보내는 사람이 아닌 마음껏 걱정하고 데리러 갈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네가 좋아하는 영화얘기를 할 때 반짝반짝 빛나는 눈처럼, 나를 보는 네 눈이 그렇게 빛나는 사람이 되고싶다.
    그리고 네가 나와 처음해보는 것들이 앞으로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너의 기억에는 없겠지만, 담담하게 얘기하러 애쓰며 전화로 했던 얘기들을 다시한번 조곤조곤 얘기했다.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길에 잡은 너의 손은 무척이나 따뜻했고, 짧은 뽀뽀였지만 네 입술은 달콤했다.

    혹여 졸다가 정류장을 지나치진 않을까, 집은 잘 들어갈까 걱정되어 돌아서며 한 전화에 너는 밝게 웃어주었고 집에 오는 내내 따뜻했다.
    안다. 네가 술에 조금 많이 취했고, 아마 내가 한 얘기를 다 기억하진 못할 것이란걸.
    집으로 돌아와 씻고 누어 다시 시작한 통화에 너는 다시 물었다.
    그래도 걱정이 된다고..아직은 잘 모르겠다고..
    나는 다시 조곤조곤 너의 얘기를 들으며 내 마음을 담담하게 표현했다.
    '내일 아침에 일어났을 때 오빠가 한 말 기억할까?'
    '음..해볼게요.'
    '괜찮아 못해도 되. 그럼 다시 얘기해주면 되니까. 다음에 또 얘기 할 때는 좀 더 담담하게 얘기할 수 있을거 같다ㅎ..'
    『첫키스만 50번째』라는 영화같다며 웃는 너에게 언젠가 이 글을 보여줄 날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래도 50번은 좀 많은데....ㅠ
    전화를 끊기 싫어 잠의 나락으로 떨어지려는 정신줄을 붙잡으며 애써 통화를 하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2017.12.21 5시간동안 전화기 통화눌러놓고 잠든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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