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나쁜 놈이 나타났다. ㅂ은 손가락으로 나쁜 놈을 가리키며 욕했다. 그리 대단하거나 기발하지는 않은 욕설이다. 흔해 빠진,</div> <div><br></div> <div> “개*끼!” (필터링 때문에 마킹)</div> <div><br></div> <div> 이런 욕설과 그 변주 몇 가지쯤이다.</div> <div><br></div> <div> 하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나쁜 놈은 정말 나쁜 놈이었다. 개의 부모형제자매아들로 취급하는 정도는 나쁜 놈이 들어 마땅한 수준에 비교해 한참이나 부족하다. 더 해야 한다. 아는 욕이 없어 아쉬웠다. </div> <div><br></div> <div> 어찌할까. ㅂ는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자고 생각했다. 집단지성이 유행을 지나 상식으로 자리 잡은 지도 꽤 됐지 않나.</div> <div><br></div> <div> “세상 사람들! 여러분! 여기에…”</div> <div><br></div> <div> 효과가 있었다. ㅂ의 목소리가 크기도 했거니와 반복해서 떠드니 시선을 모으지 못할 리 없다. 게다가 나쁜 놈은 정말 나쁜 놈이었거든. ㅂ의 말에 이끌려 다가온 사람들도 거기에 동의하는 듯했다. 사정을 듣다가 하나씩 둘씩 욕설을 내뱉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 “소새끼!”</div> <div><br></div> <div> 암, 그렇고말고. 개 다음으로는 소다. 여러 동식물 순회를 시작으로 창의적이고 격렬한 욕설들이 쏟아졌다. 이제 웬만한 욕설로는 박수를 받지도 시선을 끌지도 못할 정도다. 더 격렬하게 비난하고 더 창의적으로 욕해야 한다. 자기 욕설이 더 창의적이라고 뽐내는 스포츠 경기 같았다. ㅂ은 그 현장의 모든 걸 눈과 귀에 담았다. 무엇 하나 놓치기 아쉬워 꾹꾹 눌러 담았다.</div> <div><br></div> <div> 담은 걸 다시 꺼낸 것은 그날 밤의 일이다. ㅂ은 발가벗고 침대에 바로 누워 낮의 일을 떠올렸다. 곧 성기가 부풀었다. 마치 다시 현장으로 돌아간 듯한 몰입감을 느낄 때쯤 그는 성기를 쥐고 위아래 위위 아래로 흔들었다. 점차 ㅂ의 숨결이 거칠어졌다. 너무 좋아. 짜릿해. 그는 한순간 벌벌 떨었고, 마침내 사정했다.</div> <div><br></div> <div> ㅂ은 가만히 숨을 고르며 여운을 즐겼다. 그러다가 내일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div> <div><br></div> <div> 내일, 내일 또 나쁜 놈이 나타나 주어야 할 텐데. 내일도 욕할 만큼 나쁜 놈이 생겨주어야 할 텐데. 욕 들어 먹어도 싼 인간의 존재란 이 얼마나 고마운 것이란 말인가.</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