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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freeboard_1672120
    작성자 : #글쟁이
    추천 : 0
    조회수 : 288
    IP : 121.147.***.172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7/12/03 22:34:11
    http://todayhumor.com/?freeboard_1672120 모바일
    역할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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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v>1-1</div> <div>고등학교 동창이었던 D에게서 갑작스레 연락이 왔다.</div> <div>D와는 각별한 사이였지만, 나이가 먹고, 서로 바삐 살다보니 연락이 드문드문해졌다.</div> <div>어느정도 나이 먹으면 이런 시기에 온 연락은 뻔하다.</div> <div>"결혼"</div> <div>결혼식장에 같이 갈 사람이 필요했다.</div> <div>혼자 가도 되지만 그럴싸한 근사한 사람이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div> <div>D 때문이었다.</div> <div><br></div> <div>역할대행 사이트를 찾았다.</div> <div>생각보다 나같은 사람이 많았나 보다.</div> <div>부모님 역할. 남친 역할. 결혼식 하객 등 다양한 역할대행이 있었다.</div> <div>그리고 주저없이 신청을 했다.</div> <div><br></div> <div>------------------------------------------------------------------------------------------------</div> <div><br></div> <div>1-3</div> <div>업체에서 자세한 인적사항을 알려달라고 연락이 왔다.</div> <div>역할대행을 하는 사람이 어느정도 배경지식이 있어야</div> <div>갑작스런 상황에서도 들키지 않고 잘 수행할 수 있다고했다.</div> <div>고민을 하다가 문자를 쓰기 시작했다.</div> <div>[성격은 활발하고, 중고등학교때부터 공부를 어느정도 했고, </div> <div>연봉은 7천, 중구 오피스텔거주, 자세한건 만나서 얘기를 하고 싶네요]</div> <div><br></div> <div>막상 쓰다보니 내 얘기가 아닌 얘기를 쓰는게 어려웠다.</div> <div>난 이렇지 않는 사람이고 이런 사람이기도 싫은데</div> <div>D 앞에서 만큼은 이런 사람이고 싶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div> <div><br></div> <div>1-5</div> <div>D의 결혼식이 얼마 남지 않았었다.</div> <div>업체와 간단하게 전화로 미팅을 했고,</div> <div>나는 수입차 렌트카 업체에 차를 빌리러 갔다.</div> <div>하루 대여료만 해도 어마어마 했다.</div> <div>그리고 아무나 대여해 주지 않는다고 했지만</div> <div>결국 난 대여를 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그 차를 끌고 백화점으로 향했다.</div> <div>평소 지나가면서 너무 비싸 눈길만 주고 말았던 원피스를 질렀다.</div> <div>구두, 목걸이, 핸드백, 이 순간 내가 미친것 같았다.</div> <div>D때문에 내 연봉을 쏟아붓고 있었다.</div> <div><br></div> <div>집으로 돌아와 거울 앞에 섰다.</div> <div>이정도면 D가 놀랄만 하다.라는게 내 계산이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div> <div><br></div> <div>1-7</div> <div>연남파출소 앞에서 역할대행분과 만나기로 했다. </div> <div>우리집과 매우 가까운 곳이었다.</div> <div>하지만 나는 차를 타고 한시간가량 빙 돌아갔다.</div> <div>D 때문이야. 이게 다 D때문이야...</div> <div>운전을 하면서 계속 이렇게 자기 암시를 했다.</div> <div><br></div> <div>사이드 미러 속에 비친 나의 모습은 비장하기까지 했다.</div> <div><br></div> <div>연남파출소 앞에 도착을 하자</div> <div><br></div> <div>허우대 좋은 앳된 남성이 기다리고 있었다.</div> <div>꽤 많은 사람들이 그 근처에 있었지만 직감적으로 알았다.</div> <div>이 사람이 내 역할대행이라고.</div> <div><br></div> <div>------------------------------------------------------------------------------------------------</div> <div><br></div> <div>1-9</div> <div>약간 구릿빛 피부, 95사이즈가 잘 어울리는 슬림한 근육질 스타일</div> <div>업체에서 신경을 써준건지 훤칠하고 잘생긴 사람이 온 것 같았다.</div> <div>나는 운전대를 그에게 넘겨주었다.</div> <div><br></div> <div>"뭐라고 부르면 되죠?"</div> <div>"이름은 알 필요 없고 그냥 '자기'라고만 하면 될 것 같네요. 어차피 제 남친역할 하시는 거니까요"</div> <div>"아.... 네 알겠습니다."</div> <div>"그리고 지금부터 하는거라고 생각하고 존칭은 쓰지 마세요"</div> <div>"아.. 네..아니 예... 아니 응"</div> <div>"네비 찍어 놓은 곳으로 가기만 하면 돼요."</div> <div>"예 알겠습니다. 아니 응...."</div> <div><br></div> <div>------------------------------------------------------------------------------------------------</div> <div><br></div> <div>1-11</div> <div>나는 이 사람앞에서 연극을 하고 있다.</div> <div>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난생 처음 기가 센 사람 연극을 하고 있었다.</div> <div>내 차도 아닌 차를 운전하고 있자니 손이 떨려서 운전을 더는 못하겠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내가 아닌 나를 연기하는게 어려울 때마다.</div> <div>이게 다 D때문이야라고만 맘 속으로 되뇌이고 있었다.</div> <div>우리는 차 속에서 서로 조심해야 될 사항과 내 요구사항을 이야기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차는 고속도로를 탔다.</div> <div>남자는 운전에 맛이 들린듯,</div> <div>"자꾸 자기야 나 이거 쫌만 밟아봐도 되?"하면서 물어봤다.</div> <div>"맘대로 해 대신 사고내면 넌 죽어"라고 간단히 대답해줬다.</div> <div>직선도로에선 조금 밟는 듯 하더니 코너가 나오자 바로 감속을 했다.</div> <div><br></div> <div>뭔가 조심스러운 모습이 귀여워보였다.</div> <div><br></div> <div>------------------------------------------------------------------------------------------------</div> <div><br></div> <div>1-13</div> <div>거리가 있어서 일찍 출발했는데 일일남친이 시원하게 밟아준 덕분에 아주 일찍 도착했다.</div> <div>"결혼식까지 시간도 널널한데 어디 들렸다 갈래요? 커피는 내가 살게요."</div> <div>"좋죠."</div> <div>"자기는 반말써야 된다니까 그러네..."</div> <div>"아.. 좋아"</div> <div>"근처 보이는 카페 있으면 아무데나 세워봐요"</div> <div>"응 알았어"</div> <div><br></div> <div>운전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런 사람이 내 남친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div> <div>살짝 걷은 소매 사이로 보이는 핏줄하며 앙다문 입을 보고 있자니 </div> <div>이남자 꽤 매력있게 생겼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div> <div><br></div> <div>------------------------------------------------------------------------------------------------ </div> <div><br></div> <div>1-15</div> <div>커피를 카페에서 마실 생각이었는데 이 남자 드라이브 쓰루를 이용했다.</div> <div>"어디로 갈거에요?"</div> <div>"바다로 가자! 여기서 쫌만 더 가면 동해 나오잖아."</div> <div>"그래 그렇게해요."</div> <div><br></div> <div>이 남자를 보니 느낌이 엠티 놀러온 신입생 새내기 같았다.</div> <div>D때문에 실행한 계획이지만</div> <div>이 남자를 보면서 한 순간 잊어버렸다.</div>
    출처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위험하다는 것을 온 몸이 찌릿찌릿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러다 감정에 빠지게 된다.
    자꾸 부르게 된다.
    내 앞길도 막막한데...

    처음엔 단순한 역할대행이었다.

    내 앞길도 막막한데...
    자꾸 기다리게 된다.
    그러다 감정에 빠지게 된다.
    위험하다는 것을 온 몸이 찌릿찌릿하게 느끼고 있었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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