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r></div> <div>어젯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술을 마셨다.</div> <div>올해는 술을 줄이기로 다짐했던만큼 술 한 잔 한 잔이 쓰게 느껴졌다</div> <div><br></div> <div>여느 술자리와 마찬가지로 단 둘이 술잔을 기울일 때면</div> <div>여럿이 모여있을 때와는 달리 분위기가 사뭇 무거워지는 때가 오기도 하는데</div> <div>어제가 그러했다. </div> <div>무거운 분위기에 맞춰 친구의 하루하루 이야기들이 거칠게 풀어졌다. </div> <div>몇 년 있으면 30이 될 나이. 어떤 일이든 쉬운 일은 없지만, 어렵게 번 돈이 쉬이 빠져나가는게 일상이었다.</div> <div><br></div> <div>이 친구는 뚜렷한 목표도 없고, 공부에 큰 열정은 없었지만 수업시간엔 졸지 않아 중상위권을 유지했었고,</div> <div>그렇게 나온 성적에 맞춰 대학에 들어갔다. 그리고 마냥 놀기 좋아하고 철없는 녀석은 아니었기에 </div> <div>자신이 있는 학과에서 나아갈 수 있는 진로를 설계했고, 남들보단 조금 늦더라도 설계한대로 취직을 했지만</div> <div>나와 술잔을 주고 받는 불쌍한 솔로였다.</div> <div><br></div> <div>하지만 뚜렷한 목적없이 흐름에 따라 흘러가기엔 사회라는 곳이 녹록치 않았던 탓에 내 친구는 힘들어했다.</div> <div>근무환경, 불투명한 미래 등 흔하디 흔한 걱정이 있었지만, 가장 뻔한 말은 '이 일이 내게 맞지 않는 것 같다' 는 것이였다.</div> <div>다른 사람이 봤을 땐, 목적, 꿈도 없이 산 게 잘못이라고 지적할 도 있었겠지만, 난 하고 싶은 일, 꿈이 없었다는 말에 잘못을 씌우긴 싫었다.</div> <div>나도, 내 주위의 많은 친구들, 형들, 동생들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들은 얼마 없었으니까. </div> <div>게다가 이 친구가 정말 꿈이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꿈과 돈을 버는 일은 다른 거니까.</div> <div>단지, 친구의 꿈은 직업으로 엮이지 않았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div> <div><br></div> <div>그래서 위로를 겸해 대답을 해줬다. </div> <div>설령 하고 싶은 일을 하더라도 힘든 일이 될 수도 있고, 지금 일도 나중가면 지겨울지언정 덜힘들지 않겠냐고 했다.</div> <div>친구도 동의를 했고, 술잔을 들이켰다.</div> <div><br></div> <div>그리고 말했다. </div> <div>'알아. 근데, 그래도 하기 싫다' ㅋㅋㅋ</div> <div><br></div> <div>대답은 웃겼지만, 이후에 나온 말들은 씁쓸했다. </div> <div>누구나 일하기 힘들고, 자기한테 맞는 일을 하고 있진 않다는 건 알지만 </div> <div>다들 그런다고 나도 그렇게 살아야 하는건 아니잖아. 계속 참고 사는게 답이냐</div> <div>난 철없다는 소리를 들어도 내가 즐겁게 살고 싶어. 지금은 내가 어떤 이유로 일을 하는건지 모르겠어. </div> <div><br></div> <div>지금 생각해보니 친구성향과 맞지 않는 일 자체도 문제였겠지만, </div> <div>친구가 충분히 쉴 수 없었던 근무환경의 문제가 더 힘들게 한 건 아니었나 싶다.</div> <div>어젯밤엔 술 때문인지 이 생각까지 떠올리지 못했었다.</div> <div>그래서 별다른 생각없이 물어봤다. </div> <div>'그럼 앞으로 어떻게 하고 싶은건데'</div> <div><br></div> <div>잠시동안 친구는 말을 잇지 않았다. </div> <div>아마 본인도 어떻게 결정할지 모르는 무수한 고민들을 해왔을테고,</div> <div>그 고민들 끝에 간신히 도달한 대답마저도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을거라 생각한다. </div> <div>끝내 입을 연 친구는 그저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고 했다. </div> <div>물론 자신도 이 일을 하게 되면 똑같이 힘들 수도 있다는 건 알지만,</div> <div>이전처럼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살아오면서 깨달은게 있다고 했다.</div> <div>후회도 후회지만, 장애물에 부딪쳤을 때, 그 책임을 비겁하게 다른 곳으로 돌리게 되더라는 것이다. </div> <div>처음엔 몰랐지만, 그렇게 탓만 하다보니 힘들면 힘들어 질수록 자신이 부정적으로 삐뚤어진 사람이 된 것 같다고 했다. </div> <div>그래서 어쩌면 새로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일 수도 있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고 그렇게 멋진 일도 아니지만,</div> <div>온전히 내 뜻대로, 내가 정해서 해보고 싶은 일을 하는게 좋지 않을까 하는 것이 고민이라고 했다.</div> <div><br></div> <div>듣고난 후 어떤 말을 해줘야 할지 조금 고민했다.</div> <div>더 어렸더라면, 으쌰으쌰하며 치킨 하나 더 시키고 넘어갔을지도 모를 일이었지만, </div> <div>친구 말처럼 선뜻 뭔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라고 응원하기엔 망설여졌다. </div> <div>전체적으로 보면 20대 후반은 아직 젊은 축에 속한다고 할 수 있지만, </div> <div>왠만한 애들이라면 일을 하고 경력을 쌓고 있을 우리 또래에서 뒤쳐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div> <div>원래 하던 직종에서 이직을 하는게 아니라, 뭔가 처음부터 배워서 새로 시작하고 싶다는 것은 왠지 선뜻 응원하기 어려웠다.</div> <div>남들보다 늦게 시작한다는 초조함, 나이를 생각하니 준비기간이 주는 부담감, 가족, 지인들의 시선 등등 </div> <div>마음을 옥죌 것들이 너무 많았고, 이렇게 앞으로 겪을 상처들을 생각하니 </div> <div>친구의 고민이 몇몇 어르신들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끈기'와 '인내'의 문제가 아닐까도 싶었다.</div> <div><br></div> <div>이렇게 내가 생각한 것들을 하나둘 이야기했고, 친구도 좋은 뜻에서 하는 말이라는 걸 알기에 진지하게 내 말을 들어줬다.</div> <div>그런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전철 배차시간에 맞춰 술자리를 마무리할 즈음</div> <div>술기운 때문인지.. 아니면 본심은 그랬던건진 몰라도 친구에 대한 걱정으로 일관했던 그간의 말들과는 다르게</div> <div><br></div> <div>'그런데...진짜 어쩌면, 정말 더 늦기 전에 지금이라도 해야 하는게 맞는 걸지도 몰라' </div> <div>라고 맥락에 맞지 않는 응원을 하고 말았다.</div> <div>친구도 갑자기 나온 응원에 '읭?'이라는 반응이었지만, </div> <div>'그것 때문에 고민했던거임ㅋㅋ'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ㅋㅋㅋㅋㅋㅋㅋ 어제 있었던 일인데, 여러모로 많은 생각이 들어서 </div> <div>생각을 정리할 겸 써봤어요... 자게보니까 왠지 정리하고 싶어서 써봤네여</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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