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언니랑 나랑은 성격이 매우 다르다.</div> <div>1년 6개월이라고 하자.</div> <div>정확히는 1년 5개월 XX일 이라서 이걸로 어릴적에는 많이 싸웠지만</div> <div>이제 1년 6개월이라고 하자.</div> <div>1년 5개월 XX일이나 1년 6개월이나. </div> <div>나이가 먹어가니 며칠따윈 빠르게 지나가는, 기억도 남지 않은 무의미한 시간일 뿐이다.</div> <div> </div> <div>언니는 장남에서 태어난 장녀이다. </div> <div>매우 가부장적이고 장손을 원했던 할머니는 언니를 매우 미워했다.</div> <div>언니가 태어날때부터 몸이 매우 약했던것도, </div> <div>그래서 일해야 하는 엄마 아빠 손이 많이 필요했기 때문에 미워했던 것 같다.</div> <div>언니는 머리가 땅에 닿으면 울었다. 가리는 음식도 많았고, 병치레도 많았다.</div> <div>언니는 애정과 관심이 많이 필요한 아이었다.</div> <div> </div> <div>나는 장남에서 태어난 차녀이다.</div> <div>언니랑 1년 6개월 차이나고, 연년생이다.</div> <div>매우 가부장적이고 장손을 원했던 할머니는 나를 매우 좋아했다.</div> <div>내가 태어날때부터 우량아로 태어나고, 잘 울지도 않고, 때쓰지도 않아서</div> <div>그래서 일해야 하는 엄마 아빠 손이 전혀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좋아했던 것 같다.</div> <div>나는 머리가 땅에 닿던, 똥을 싸던, 배가 고프던 울지도 않았고. 편식도 하지 않았으며, 병치래도 없었다.</div> <div>나는 관심이 그닥 필요하지 않은 편한 아이었다.</div> <div> </div> <div>얼굴도 보지 못한, 사람만 좋았던 아빠랑 똑같이 생긴 할아버지가 </div> <div>보증을 잘못서고, 돌아가시는 바람에 우리집은 아주 빚이 많았다.</div> <div>새우깡이 200원 하던 시절에 3억의 빚이 있었다.</div> <div>아빠는 은행원으로 일하고, 엄마는 백화점에서 일을 했다. </div> <div>시장에서 야채와 해산물을 팔던 할머니는 나만 데리고 다녔다. </div> <div>관심이 그닥 필요하지 않은 나는 할머니가 사랑을 주셨고,</div> <div>관심이 많이 필요한 언니는 집에 혼자 있을때가 많았다.</div> <div> </div> <div>언니는 사교성이 매우 낮았다. </div> <div>나는 사교성이 매우 높았다.</div> <div>언니는 문방구에서 물건 사는것도 못했다.</div> <div>집 밖에서 우리를 아는 사람이 인사를 해도, 인사를 받아주지 못했다.</div> <div>나는 언니의 말대로 물건을 사고, 인사를 하고 다녔다. </div> <div>어른들 앞에서 애교를 부리며 할머니와 밖에 돌아다니는 동안,</div> <div>언니는 집에 혼자 있었다.</div> <div> </div> <div>언니는 할머니를 매우 싫어했다.</div> <div>장남에서 태어난 장녀라 할머니가 언니를 이유없이 혼냈다.</div> <div>지역에서 소문난 효자였던 아빠가 할머니에게 뭐라 할수 있을리가 없다.</div> <div>엄마는 일하느라 바빴고, 아빠도 일하느라 바빴기 때문에 할머니는 나보다 한살 많은 언니를 쥐잡듯 잡았다.</div> <div>이상하게 나는 혼난적이 없었다.</div> <div> </div> <div>큰삼촌 아래에서, 장손이 태어났다.</div> <div>장손이 그리 좋은지 할머니는 틈만 나면 7시간 걸리는 거리를 버스를 타고 갔다.</div> <div>집에 돈이 없었지만, 그건 문제되지 않았다.</div> <div>장손이 태어나서, 언니를 향한 할머니의 미움이 줄었다. </div> <div>하지만 언니는 할머니를 여전히 싫어했다.</div> <div> </div> <div>매우 추운 겨울.</div> <div>태어나서 무릎이 잠기는 폭설을 처음 본, 매우 추운 겨울.</div> <div>서울에 있는 큰삼촌에게 전화가 왔다.</div> <div> </div> <div>할머니가 쓰러졌다고.</div> <div> </div> <div>병명은 뇌출혈. 추운겨울 장손에게 맛있는걸 먹이겠다고 산책겸 밖으로 나간 할머니는</div> <div>그대로 서울, 차가운 길바닥에 쓰러졌다.</div> <div>발견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았다.</div> <div> </div> <div>뇌출혈로 인해 왼쪽에 마비가왔다. </div> <div>그것보다 무서운건 뇌출혈성 치매.</div> <div>그 당시 유명하지도 않았던 치매를.</div> <div>나는 처음으로 보고 경험하게 되었다.</div> <div> </div> <div>SKY대학교에 다니다가, 학생운동을 하다 잡혀간 뒤 </div> <div>고문을 당해, 정신병에 걸린 큰삼촌은 취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div> <div>5대 명문대학에 다니다가 졸업한 작은삼촌은</div> <div>학벌에 비해 취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div> <div>고모들은 그 당시 모두 잘살지 못했다.</div> <div> </div> <div>치매가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은 20여년전.</div> <div>전문 병원도 없고 치료방법도 없었다. </div> <div>장남인 아빠가 할머니를 당연히 돌보게 되었다.</div> <div> </div> <div>엄마, 아빠. 모두 바빴다. </div> <div>할머니 똥귀저기를 갈고, 욕창을 치료하고, 할머니 밥을 제때 챙겨주기에는 바빴다.</div> <div>나는 알지 못했다.</div> <div> </div> <div>언니가, 그걸 도왔다는걸.</div> <div> </div> <div>할머니는 방에 갖혔다. 밖에 나가면 위험했기때문에.</div> <div>나는 몰랐다. 엄마도, 아빠도 모두 나에게 도와달라 하지 않았다.</div> <div>나는 그냥 천진난만하게 친구들이랑 놀았다. </div> <div>언니는 할머니를 싫어했고, 할머니에게 미움받았지만</div> <div>장녀라는 책임감에 할머니를 도왔다.</div> <div> </div> <div>따스한 봄.</div> <div>길거리에서 친구랑 놀고 있던 모습을 언니가 보았다.</div> <div>언니는 내 뺨을 때렸다.</div> <div> </div> <div>"할머니가 아픈데, 넌 놀고 있어?"</div> <div> </div> <div>그당시 철없던 나는 그냥 친구 앞에서 뺨을 맞은게 너무 억울하고 슬퍼서</div> <div>언니를 이해하지 못했다.</div> <div>그냥 맞은 내가 너무 불쌍해서 언니를 돌아보지 못했다.</div> <div>부모님에게 맞은것을 말했지만, 언니를 뭐라하지 않았다.</div> <div>철없던 나는 그게 미웠다. </div> <div> </div> <div>할머니는 치매가 심해져 말도 한마디도 할수 없었다. 몸은 굳어 하반신을 쓸수 없었다.</div> <div>의학에 대해, 병에 대해 하나의 지식도 없었던</div> <div>빚을 지우기 바빴던 부모님 밑에서 할머니의 병은 빠르게 악화되었다.</div> <div>고모들은 한 빌라에 같이 살기로 하며 할머니를 대려갔다.</div> <div>서울에서 좋은 치료를 받기 위해서, 할머니는 그 좁은 방에서 나올수 있었다.</div> <div> </div> <div>언니는 초등학생부터 매우 머리가 좋았다.</div> <div>그와 반대로 나는 매우 머리가 나빴다.</div> <div>언니는 100점을 받아오면 나는 20점을 받아왔다.</div> <div>나는 학습지진 판정을 받았다. </div> <div>선생님들이 달라붙어, 나에게 공부를 시켰지만 나아지지 않았다.</div> <div>언니는 나를 붙잡고 구구단을 세는법과 시계를 보는 법을 알려주었다.</div> <div>언니는 매일 넘어지고, 신발을 거꾸로 신고, 반응이 느리고, 학습이 느린 나를 끝까지 잡아 알려주었다.</div> <div>엄마, 아빠 모두 나의 학습에는 관심이 없었다.</div> <div>나는 공부를 시키는 언니가 무섭고 미웠다.</div> <div> </div> <div>한글을 못하고, 책에 관심이 없던 나를 책방에 처음 대려갔던 것도 언니다.</div> <div>언니는 추후 이것을 상~~~~~~~~~~~~~~~~~~~~~~당히 후회하지만,</div> <div>내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만들어준건 확실하다.</div> <div> </div> <div>내가 만화책에 관심을 가지자, 아빠가 만화책을 사주셨다.</div> <div>아빠는 매주 서점에 들려 주간지를 사와 나에게 주었다. 나는 책에 관심을 가졌다.</div> <div>내가 만화책에 빠져나오지 못하자, 엄마가 과학전집과 위인전을 사주셨다.</div> <div>나는 하루에 3권씩 읽어가며, 집에 있는 책을 모조리 읽었다. </div> <div>그리고 나는 학교 도서실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학원을 다니지도 않았고, 부모님이 나를 찾지도 않았기에</div> <div>하루에 몇페이지나 되는 책을 읽었다.</div> <div>학습지진아가 책을 읽기 시작하며 학업이 올라갔다. </div> <div>내가 공부를 하게 된 계기는 언니가 만들어줬다. </div> <div> </div> <div>하지만 언니는, 만화책을 읽고 있는 나를 보면 머리를 때리며, 발로차며 공부를 하라고 갈궜다.</div> <div>이는 성인이 된 지금도 갈군다. 언니는 아직도 나를 책방에 끌고간걸 후회한다.</div> <div> </div> <div>초등학교 5학년때 팔이 부려졌다.</div> <div>친구랑 놀다가.........돌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div> <div>단순히 팔이 부러진게 아니라, 팔꿈치가 부서졌는데</div> <div>인대에 부서진 뼈가 박히고 연골이 다쳤다.</div> <div>팔꿈치 아래뼈가, 팔꿈치 위에까지 올라왔다. 팔이 완전히 어긋났다.</div> <div>성인이 아니라, 여자아이가 가장 성장할때인 5학년에 다쳐 후유증이 상당할거라 말할정도였다.<br>철심은 6개가 박히고 수술만 3번. 수술시간만 합치면 하루가량 걸릴정도로 크게 다쳤다.</div> <div>다친 시즌이 하필이면 가을, 운동회 시즌이었다.</div> <div> </div> <div>지역 병원에서 처리할 정도가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타지역까지 왔다.</div> <div>엄마는 나를 간병하기 위해 따라왔고, 언니의 마지막 운동회에 참석하지 못했다.</div> <div>엄마가 운동회에서 챙겨주는 도시락, 가족 외식, 가족의 응원.</div> <div>그런거 하나 없이 언니는 마지막 운동회를 마쳤다.</div> <div> </div> <div>후에, 수술이 끝나고 회복하기 위해 우리 지역의 병원에 입원했을때.</div> <div>엄마와 아빠 모두 없을때.</div> <div>언니는 리모콘으로 나를 후드려 팼다.</div> <div>그냥 리모콘도 아니고, 리모콘 뒤에 동그랗게 나와 있는 그걸로 내 머리를 후드려 팼다. 그것도 겁나 찰지게 후드려 팼다.</div> <div>이 XX년은 엄마 아빠, 간호사, 의사 없을 시간을 정확히 노려서 혼자 찾아왔다.</div> <div> </div> <div>부모님은 몸이 약한 언니를 때리지 말라 주입식 교육을 시켜놨기 때문에,</div> <div>언니의 권위에 도전하지 말라고 세뇌시켜놨기 때문에</div> <div>나는 언니에게 차마 반격하지 못하고 미친아이 처럼 엉엉엉 울면서 언니한테 맞으며 </div> <div>언니는 XX년 이라고 생각했다.</div> <div>추후 우리가 자라서 언니가 운동회 이야기 하기 전까지, 나는 병실에 입원해 있는 환자를 후드려 패던 언니는</div> <div>역대 최고 또라이라고 여길정도였다.</div> <div> </div> <div>여담으로 엄마의 말로는</div> <div>언니는 야금야금 잔병치래하면서 병원비 까먹는데</div> <div>나는 한번에 폭탄 터트린다고 </div> <div>오히려 자주 아픈 언니보다 내가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div> <div> </div> <div>그렇게 후드려 맞았고 </div> <div>언니에게 복수하겠다는 일념으로, 지역에서 왕복 3시간 걸리는 병원을 매일 다니며 </div> <div>눈물의 물리치료를 혼자 받으러 다닌 덕분인지</div> <div>나의 후유증은 최악으로 오지 않았다. </div> <div>없는건 아니지만... 그렇게 평상시에 움직이는데 후유증이 오지 않았지만</div> <div>언니를 성인이 된 아직까지 한대도 때리지 못하고 있다 (세뇌교육이 이렇게 무섭습니다!)</div> <div> </div> <div>참고로 언니는 그렇게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생을 무지막지하게 패는 사람이기도 했지만</div> <div>병실에 있는 동생이 심심하지 않도록</div> <div>도서실에서 책을 빌려주고, 읽으라고 했던 </div> <div>동생을 공부시키고자 노력했던 사람이기도 하다.</div> <div>물론, 그 당시 나는 언니가 미저리같이 느껴져서 공부 안하겠다고 언니한테 반항하다 더 맞았다.</div> <div>언니가 그당시 빌려준건 세계사 책이었는데, 언니가 빌려준 세계사 책을 읽고 전쟁 소설에 빠지게 되었다.</div> <div>그리고 그 뒤에 십자군 전쟁 관련된 책을 중심으로 세계사에 관련된 책을 읽게 되는데</div> <div>초등학교 6학년때 세계사가 수업에 나오더라.</div> <div>언니의 빅-픽쳐였다.</div> <div> </div> <div>중학생때</div> <div>언니는 공부에 매진하게 되었다. 우리집은 옛날보다 더더욱 못살았다.</div> <div>아빠와 엄마가 직장을 그만뒀기 때문이다.</div> <div>언니는 전교에서 1,2등을 하지 못하면 스트레스를 상당히 받았다. </div> <div>공부하다가 코피 난다는걸 실제로 봤다.</div> <div>학습 부진아였던 나는, 전교에서는 10등안에 들고, 반에서는 1-2등을 하는 학생이 되었다.</div> <div>달리 공부를 한건 아니었다.</div> <div> </div> <div>언니는 노력을 많이 했다. 학원을 남들보다 적게 다니기 때문에, 혼자서 열심히 공부를 했다. </div> <div>선생님들이 모두 좋아하고, 심지어 기대하는. </div> <div>학원에서도, 학교에서도 매우 열심히 수업을 듣고 공부를 하는 우등생이었다. </div> <div>언니는 반장이나 부반장을 하고, 동아리에서는 회장을 하고</div> <div>인망이 두터운 사람이었다.</div> <div> </div> <div>나는 노력을 많이 하지 않았다. 학원을 남들보다 적게 다녔기에, 나는 공부도 조금 했다.</div> <div>그렇다고 수업시간에 자거나, 숙제를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기에 </div> <div>딱히 선생님에게 미움받거나 칭찬받거나 하는것은 아니었기에</div> <div>평범하게 빈둥거리는 사람이었다.</div> <div> </div> <div>언니는 모든것을 외우려고 했다. 언니는 암기에 능했다.</div> <div>나는 모든것을 기억하려고 했다. 나는 기억에 능했다.</div> <div>언니는 영어를 잘했다. 외우는것을 잘했다.</div> <div>나는 수학을 잘했다. 기억하는것을 잘했다.</div> <div> </div> <div>언니는 나에게 말했다.</div> <div>"어찌 하루에 영어단어 500개를 못외울수 있어?"</div> <div> </div> <div>나는 언니에게 말했다.</div> <div>"어찌 예전에 예시 풀어본걸 못풀수 있어?"</div> <div> </div> <div>언니는 노력을 정말 많이 했다. 언니는 자신이 평범하다고 여겼다. 그래서 노력을 많이 했다.</div> <div>노력은 재능이다. 언니는 정말 그 재능에서 최고였다.</div> <div>하루에 영어단어 500개를 넘어, 1000개를 기억할 수 있는건</div> <div>언니가 그 자리에 앉아서 쉬지 않고 외우려고 노력했기 때문이었다.</div> <div> </div> <div>나는 노력을 정말로 하지 않았다. 나는 스스로가 조금 특별하다 여겼다. 그래서 노력을 않했다.</div> <div>나는 기억력이 좋았다. </div> <div>암기하는 능력이 아니라, 기억력이 좋았다.</div> <div>유치원생일때부터 카드를 뒤짚고 똑같은걸 맞추는 게임을 하면 상당히 높은 점수가 나왔다.</div> <div>선생님이 수업시간에 한말, 행동을 기억했다. 시험 직전에 필기를 한번 보며, 떠올리면</div> <div>암기과목이 아닌이상 선생님이 하신말과, 행동이 머릿속에 대부분 떠올랐다. 물론 세밀하게 떠오르는게 아니라 흐름이 기억났다.</div> <div>그래서 복습을 할때 모르는 부분이 없었다. </div> <div>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은, 기억을 떠올리면 되었다.</div> <div> </div> <div>언니는 나를 이해하지 못했고, 나를 시샘했다.</div> <div>언니가 보기에 나는 빈둥빈둥 놀고만 있는데 성적이 잘나오는 사람이었다.</div> <div>언니는 그래서 내가 만화책을 보고 있으면 때렸고</div> <div>내가 만화책을 사는걸 일일히 체크할정도로</div> <div>나를 감시했다.</div> <div>심지어 주말에 자고 있으면 발로 차서 깨웠다.</div> <div>부모님도 컴퓨터 게임할때 가만히 있는데 언니는 두눈 시퍼렇게 뜨고 날 감시했다.</div> <div>우리 언니 고집도 대단하지만</div> <div>더욱더 대단한건 그 갈굼과 폭행...속에서 전혀 공부를 하지 않은 나다.</div> <div> </div> <div>그건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변하지 않았다.</div> <div>언니의 핍박속에서 나는 꾸준히 만화책을 구매했다. 부모님이 용돈을 주신돈, 명절때 받은돈 모두다 만화책을 구매했다.</div> <div>문제집 사고 남은 적립포인트도 모두다 만화책을 구매했다.</div> <div>나는 만화책 사이에서 매일 살았다.</div> <div> </div> <div>언니는 문제집 사이에서 살았다.</div> <div>언니는 고등학생인데 농땡이를 부리고 있는 나를 보며 항상 노발대발 했다.</div> <div>부모님도 공부하라고 뭐라 하지 않는데, 언니만 뭐라했다.</div> <div> </div> <div>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우리집은 잘살지 않았다.</div> <div>빚은 이제 없었지만 농사일을 해서 번돈을 아빠가 친구한테 빌려줬다가, 이웃한테 엄마 몰래 빌려줬다가 때였다.</div> <div>때인돈만 몇억이 될거다.</div> <div> </div> <div>아빠는 사람만 좋던 할아버지를 쏙 닮았다.</div> <div>돈이 모일려고 하면 아빠 주변 사람들은 돈냄새를 기가 막히게 맡고 찾아와</div> <div>아빠한테 돈을 빌려갔고, 아빠는 돈을 받지 못했다. 아니 아빠는 받을 생각도 없었다.</div> <div>돈 빌려갔다가 절반만 갚은 사람이랑 아직도 친하게 지낸다.</div> <div> </div> <div>반만 갚은 아저씨가 연락이 안되면 바로 그 집으로 찾아간다.</div> <div>돈받으로 가는게 아니다.</div> <div>아저씨가 자살할까봐 걱정해서 뛰어간거다. 아빠는 꾸준하게 아저씨한테 찾아가며</div> <div>술한잔을 먹으며 같이 놀았다. 돈받을 생각은 전혀 없다.</div> <div>나는 그 모습을 옆에서 보았다. 몇백만원 안갚은거라도 화가날건데</div> <div>몇천만원 안갚았는데 아빠는 넉살좋게 그 아저씨랑 하하호호 거렸다.</div> <div> </div> <div>금전감각 안드로메다로 던저버린 아빠 아래에서</div> <div>언니와 나는 갈라졌다.</div> <div>언니는 돈에 목숨을 걸게 되었고</div> <div>나는 돈에 해탈하게 되었다.</div> <div> </div> <div>그건 대학교에 지원할때도 반영되었다.</div> <div>언니는 분명 좋은 대학에 지원할수 있었다.</div> <div>하지만 언니는 등록금이 무서워 국, 공립만 넣었다.</div> <div>분명히 서울권 대학에 충분히 합격할 수 있었는데 등록금이 무서워 넣지 않았다.</div> <div>그 당시 등록금은 어마무시했고, 국가 장학금 제도는 없었다.</div> <div>언니는 싼 등록금을 찾으러, 하향지원했다.</div> <div>언니는 돈에 더 목숨걸게 되었다.</div> <div> </div> <div>나는 아무곳이나 좋았다. 이공계라서 등록금이 어차피 많이 나가는데</div> <div>국공립이나 사립이나 상관이 없었다. </div> <div>어차피 농어촌 학자금 대출 땡기면 무이자로 10년 버틸수 있으니 </div> <div>10년뒤에 시세생각하면 그리 비싸지 않을거라 생각해서</div> <div>나의 성적에 맞는 서울에 있는 사립대에 지원했다.</div> <div> </div> <div>언니는 돈에 목숨걸며 외부장학금과 교내장학금을 받아 결국에는 학자금 없이 졸업했고</div> <div>나도 돈에 해탈하여 외부장학금과 교내장학금을 받아 결국에는 1학년 1학기 학자금만 빌리고 졸업했다.</div> <div> </div> <div>언니는 해탈한 나의 모습을 보고 운빨 좋은 X 망해봐야할 X 등꼴 빼먹을 X이라고 대학생때 악담을 퍼부었다.</div> <div>내가 공부를 안했던 것도 아니었다. 나는 그냥 언니가 나한테 악담만 말한다고 생각했고, 언니와 나의 사이는 악화일로를 걸었다.</div> <div>나는 언니가 그렇게 나오는 이유가, 내가 학벌이 더 좋아서 그렇다고 생각했다.</div> <div>언니의 돈에 대한 트라우마가 곪았다고 생각했다.</div> <div> </div> <div>언니는 공부를 열심해 해서, 자격증에 붙어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취직을 했다.</div> <div>나는 해탈해서, 졸업뒤에 그냥 알바를 하며 살았다. 취준생도 아니었다. 계속된 낙방에 해탈을 했다.</div> <div>언니는 나에게 용돈을 주며, 옷을 사주며 취업활동을 하도록 부추겼다.</div> <div>몇년간의 취준생 생활에 해탈했기에 나는 그런 언니의 모습이 짜증났다. 차라리 아무것도 안해주고 잔소리도 안하는게 좋았다.</div> <div>언니와 나의 사이는 절대로 붙여질수 없을거 같았다.</div> <div>나는 언니를 비꼬았고, 언니는 나에게 화를 냈다. </div> <div>취준생 생활에 지친 나는 툭 건들면 터질것 같은 상태였다. 언니는 상처를 많이 받았고 나도 상처를 받았다.</div> <div>부모님은 언니와 나의 사이를 걱정했다.</div> <div>엄마는 다른집은 잘지내는데~ 하며 항상 수를 띄웠고</div> <div>나는 그런 엄마까지 미워졌다.</div> <div>그게 언니랑 나랑의 20대 중반 이야기다.</div> <div> </div> <div>그리고 20대 후반.</div> <div>나는 2년동안 언니랑 사적인 연락은 하지 않았다.</div> <div>슬픈 터닝포인트가 찾아왔다.</div> <div> </div> <div>금전감각 안드로메다로 보낸 아빠가 쓰러졌다.</div> <div>할머니랑 똑같은 뇌출혈.</div> <div>그리고 할머니랑 같은 왼쪽 마비.</div> <div> </div> <div>언니와 나는 아빠가 쓰러지고 나서야</div> <div>서로의 고집을 풀고 서로를 보게 되었다.</div> <div> </div> <div>언니는 내가 대학생때 장학금을 받는지 몰랐다. 엄마 아빠가 학비를 지원해 주는지 알았고</div> <div>언니는 학비를 지원받지 못했기에 사립대 다니면서 아무렇지 않는 나를 보고 화가났다.</div> <div>언니는 내가 대학생이 되어서 백분률이 96%가 나올정도로 공부를 했다는것을 모르고</div> <div>중고등학생때 처럼 피둥피둥 놀며 세월을 소모하고 있을거라 생각했다.</div> <div> </div> <div>부모님이 언니에게 국공립을 가라고 말한건 알지 못했다.</div> <div>부모님은 나에게 아무말도 안했기 때문이다.</div> <div>나는 단순히 언니가 돈에 목숨걸어서 하향지원을 했다 생각했다.</div> <div> </div> <div>언니는 엄마와 아빠의 관심이 힘들었다고 한다.</div> <div>내가 지지리 말도 안듣고 공부도 자발적으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div> <div>나에게 와야 했던 관심이 언니한테 갔던 것이었다.</div> <div> </div> <div>엄마 아빠는 내가 이과인지 문과인지도 관심없고, 내가 무슨 대학을 지원하는지도 관심없고</div> <div>내가 몇등인지도 관심없는 사람이었지만</div> <div>언니 성적표는 일일히 다 감시를 했다고 한다.</div> <div>그래서 언니는 나에게 공부를 강요했던 것이다.</div> <div> </div> <div>언니랑 나 서른즈음</div> <div>서른에 무슨 마법이 있는지</div> <div>서로를 조금은 이해하며</div> <div>변해가는거 같다</div> <div> </div> <div>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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