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많이 깁니다.</div> <div>일기장처럼, 회고록처럼 쓰인 글입니다.</div> <div><br></div>제 생애 첫 이사를 한지 한달만에, 옛집에 대한 글을 남겨봅니다. <div><br><div>1996년. 외조부모님 댁에서 함께 살기 시작했습니다.</div> <div>단독주택이었고, 맨처음엔 마당위로 포도 덩굴이 자라던 집이었습니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작지 않은 동네의 큰 놀이터가 보이는 집입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거실 창이 커서 거실에서 멍때리고 있을때가 많았던 집입니다.</span></div> <div>명절 때, 김장할 때 모든 친척들이 모여 함께 할 수 있었던 집입니다.</div> <div><br></div> <div>초등학교부터 모든 학교를 그 집에서 다녔습니다.</div> <div>지하셋방에 홀로 계셨던 할머님과 잘 놀기도 하고, </div> <div>옆 셋방에 이사왔던 동급생과는 친구가 되기도 했죠.</div> <div>할머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친구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모르겠네요.</div> <div><br></div> <div>시장에서 만두가게를 하시던 할머니와 만두피 뽑는 일을 하셨던 할아버지.</div> <div>두분 다 제가 대학교 재학할 때 돌아가셨습니다.</div> <div>묘에 모시기 전 집에 들를때의 느낌이 참 어렵더라구요.</div> <div>나도 이집을 마지막으로 들를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div> <div>외조부모님께서 많이 아프시다가 가셨어요.</div> <div>집안 사람들도 많이 힘들어했지만, 어머니께서 제일 힘들어하셨고.</div> <div>많이 우셨죠.</div> <div><br></div> <div>초등학교 저학년 때 포도 나무때문에 벌레가 많이 생기는 것 같다는 이야기에,</div></div> <div>둘째 외삼촌께서 감나무를 가져오셨어요.</div> <div>납작한 감이 열리는 그 감나무는 작년에도 많은 결실을 맺었습니다.</div> <div>올해도 많이 열릴텐데.. 그 감을 다시 볼 수 있을지..</div> <div><br></div> <div>10년전, 우리 동네는 재개발 사업에 들어갔어요.</div> <div>많은 웃돈을 줄테니 본인에게 팔아달라는 부동산 아줌마들도 많았죠.</div> <div>동네 가운데쯤 위치한 우리집이 유독 그랬구요.</div> <div>하지만 할머님은 본인이 돈벌어 처음 사셨던 그 집을,</div> <div>아들들과 딸을 키우고 결혼시켰던 그 집을 팔지 않으셨습니다.</div> <div>작년말, 10년 이상의 재개발 지연이 문제가 되자</div> <div>재개발회사에서 갑자기 속도를 내더라구요.</div> <div>보상금이 적어졌지만, 큰 사업을 막기에 작은 서민들은 역부족이었죠.</div> <div>할머님 명의로 되어있던 집이 삼촌들과 엄마의 공동명의로 바뀌고</div> <div>올해 7월까지 이사를 하라는 공문이 집집마다 날라졌습니다.</div> <div>동네에 매일 이사차들이 다니고 사람들이 떠나기 시작했습니다.</div> <div><br></div> <div>그중에 우리집도 포함되게 되었죠.</div> <div>저번달 25일. 처음으로 아파트에서 살게 되었지만, 전혀 기쁘지 않았습니다.</div> <div>우리가족에겐 돈이 없어서 보상금이 고스란히 전세자금으로 들어갔거든요.</div> <div>빚내지 않고 집을 얻은 것만으로도 다행인걸까요.</div> <div><br></div> <div>20년을 넘게 살았던 그 집을 떠나는 날.</div> <div>이사하느라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너무 씁쓸했습니다.</div> <div>저는 우리 동네가 너무 좋았거든요.</div> <div>집집마다 심어져 있는 온갖 나무들이 계절을 알려줬고,</div> <div>놀이터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보면서 동심을 다시 깨닫기도 하고,</div> <div>놀이터에 심어져있는, 제가 동네에 오기 전부터 있던 그 큰 나무들이 아름답기도 했습니다.</div> <div>놀이터는 모래밭에서 벽돌길로 바뀌었지만,</div> <div>도둑놀이를 하고 놀던 미끄럼틀도, 둘이 함께 타던 그네도 바뀌었지만,</div> <div>저는 우리동네가 너무 좋았어요.</div> <div>라일락 향기가 은은했고, 고양이들이 귀여운 동네.</div> <div><br></div> <div>첫째 동생과 친구여서, 엄마들끼리도 친했던 옆집도 금방 이사를 했다고 합니다.</div> <div>엄마들이 다시 집에 함께 보여 하하호호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요.</div> <div><br></div> <div>요즘 조금 우울합니다.</div> <div>이사를 그렇게 급하게 하고, 정든 집이 더이상 우리집이 아니게 되었으니..</div> <div>재개발하는 거 너무 싫습니다.</div> <div>우리 동네에 살고 계시는 주민분들, 최소 20년은 사신 분들인데..</div> <div>대기업 브랜드 아파트.</div> <div>그게 뭐 그리 중요한걸까요.</div> <div>물론 지역이 발전되는 것은 좋지만, 굳이 사람들이 잘 살고 있는 지역을 해야하는지 의문이에요.</div> <div><br></div> <div>어렵네요.</div> <div>어른들의 사정이라는 것은..</div> <div><br></div> <div>이사한 집은 2년이라는 기한이 정해져 있어서.. 정이 안갈것같아요.</div> <div>감나무.. 할머니 할아버지 선산에 심고 싶은데..</div> <div>재개발이 시작되면, 매일 아침 지저귀던 참새들은,</div> <div>야옹거리며 재잘거리던 동네 고양이들은 어디로 가게 될까요.</div> <div><br></div> <div>안녕. 우리집. 안녕.</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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