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아빠 생신을 기념해서 가족끼리 모여서 식사하는 날,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는 조카들과 놀아주다가</div> <div>한참이 지나서야 생신선물로 봉투를 드렸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받았으니 나도 주시겠다며 뭔가를 꺼내 주십니다.</div> <div><br></div> <div>신랑에게는 금색이 번쩍이는 시계를, 저에게는 손톱 반만한 진주가 물린 금색 목걸이를 주셨습니다.</div> <div><br></div> <div>어릴 때 부터 짜장면 한 그릇이라도 시켜먹었다가는 돈아까운 줄 모른다고 불호령을 내리던,</div> <div>옷이나 화장품을 사는 것도 사치라고 여기며 용돈도 주지 않아서 학창시절 내내 간식이라고는 사먹을 수 없게 했던</div> <div>그 아버지가 이걸 돈 주고 사셨을 리가 없지만 감사하다며 받아서 집에 갈 때까지 목에 걸고 있었습니다.</div> <div>신랑도 착해서 호호 할아버지가 좋아하시며 차셨을만한 시계를 - 누가 봐도 가품의 가품인 ㅎㅎㅎ- 멋있다면서</div> <div>집에 갈 때까지 차고 있어 주었구요.</div> <div><br></div> <div>굳이 말하진 않았지만 보험상품 가입해서 받은 거구나- 싶었는데 역시나 였습니다.</div> <div>이번엔 상조회사에 가입했다고 하시더군요. (엄마가 몰래 알려주심 ㅋㅋ)</div> <div><br></div> <div>아마 아빠의 인생으로는 돈을 주고 목걸이나 시계를 살 수 없었을 겁니다.</div> <div>초등교육도 마치지 못하고 주정뱅이 (할)아버지의 빚을 머슴살이로 갚아야했던 당신의 경험으로는</div> <div>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었을테니까요.</div> <div><br></div> <div>그에 반해 보험은 있으면 좋은 것이고 언제든 해지하면 될 일이니</div> <div>어느 광고에서 사은품으로 주는 시계와 목걸이를 본 순간 제가 생각났을 겁니다.</div> <div><br></div> <div>어린이날 선물은 커녕 생일 선물 하나 제대로 사주지 못한, 입학/졸업 선물도 한번 제대로 주지 못한.</div> <div>오빠를 챙기다 뒤쳐져서 결혼할 때마저 쓰던 김치냉장고를 들려보냈던 막내딸과 사위가 생각났을 겁니다.</div> <div>(그렇다고 오빠가 엄청 받고 자란 것도 아니라는게 함정. 도토리 키재기라 ㅎㅎㅎ)</div> <div><br></div> <div>상조보험이 무슨 필요가 있겠습니까마는</div> <div>그래. 어차피 보험은 필요한건데 겸사겸사 이것도 받으면 좋지. 라고 합리화하며 가입했겠죠.</div> <div><br></div> <div>정식으로 결혼얘기를 말씀드리려고 갔을 때 아빠가 한 첫마디는 이거였습니다.</div> <div>(사위될 현재 내 남편에게) "이 결혼에 돈 한푼 지원해주지 못하니 돈 바랄거면 당장 돌아가고 아니면 알아서 결혼해라."</div> <div><br></div> <div>무슨 뜻인지 알지만 굳이 저렇게 말을 했어야 됐나 싶지만</div> <div>따뜻한 말을 들어보지 못한, 학대받고 자라면서 책임만 지고 보살핌받지 못한 아빠는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달리 표현할 줄 몰랐을 겁니다.</span></div> <div><br></div> <div>당시에는 그걸 알면서도 신랑에게 미안하고 나도 너무 가엾어서 많이 울었지만</div> <div>아마 아빠 자신도 뱉어놓고 매일매일 후회하고 곰씹고 속상했을 겁니다.</div> <div><br></div> <div>진주가 진짜라고 했다는걸 강조하면서, 결혼할 때 목걸이 하나 해주지 못하고 사위에게 시계하나 해주지 못해</div> <div>미안했다며 어색하고 뿌듯하게 건네주셨습니다.</div> <div>아마 본인이 먼저 얘기는 못 꺼냈을거고 제가 선물을 드리면 답으로 주려고 했을텐데</div> <div>조카들이랑 놀아주느라 정신없는 저를 보면서 언제 주나~ 타이밍 재고 있었을 걸 생각하니 참 ㅋㅋㅋ 귀엽기도 하고 ㅋㅋ</div> <div><br></div> <div>결혼하기 2,3년전부터 아빠는 나와 엄마를 너무 힘들게 했고 그건 서른살 남짓 살아가는 동안에</div> <div>가장 힘들고 괴로웠던 시기였습니다.</div> <div><br></div> <div>어릴 때부터 축적되어오던 불안과 우울은 극에 달했고 그게 터져서 신랑에게 못나게 우는 모습도 많이 보였지만</div> <div>결혼을 기점으로 많이 안정이 되어 혼자 이리저리 생각하다보니</div> <div><br></div> <div>결론은 불쌍한 우리아빠네요.</div> <div><br></div> <div>좋은 남편도 아니고, 좋은 아빠도 아니었지만, 참 열심히 살았는데</div> <div>과로로 여러번을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가 겨우 살아나올 만큼 과도한 성실함으로 살아왔는데</div> <div>목숨처럼 아낀 딸은 저 살기 위해 아빠와 거리를 두고 아빠에 대한 기대를 접고 있습니다.(현재진행형)</div> <div><br></div> <div>물론.. 이전에 부모님과 저는 필요이상으로 가까웠고, 부모가 자식에게 기대는 비정상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었기에</div> <div>저 자신으로서는 굉장히 잘하고 있다고 보지만</div> <div><br></div> <div>아빠의 인생을 놓고 봤을 때 딸에게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었던 삶이 얼마나 고단했는지</div> <div>그 고단함이 모자람만 잔뜩 커지게 해서 딸도, 아내도,아들도 멀어지게 만들었다는게</div> <div>너무 가엾고 불쌍하고 짠합니다.</div> <div><br></div> <div>좋은 말만 해주고 싶을텐데, 좋은 것만 사주고 싶을텐데, 웃으면서 얘기하고 싶을텐데.</div> <div>누군가의 칭찬에도 익숙치 않아 혹시나 비꼰것을 칭찬으로 듣고 좋아하면 바보같다고 비웃을까봐</div> <div>그럼에도 다정한 한 마디에 목이 말라 "그래그래" 한 마디에 넘어가는 </div> <div><br></div> <div>아빠가 준 그 가짜 진주목걸이가 너무 짠합니다.</div> <div><br></div> <div>저는 아직 아이가 없지만 조카들과 오빠를 보면서,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유난히도 딸바보인 오빠의 모습을 보면서</span></div> <div>아빠도 나를 저렇게 사랑스러워했겠지 하는 생각을 하니 </div> <div>차마 표현하지 못하는. 말은 드럽게도 안이쁘게 하는 그 속마음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div> <div><br></div> <div>가끔 아빠가 속상하게 할 때면, 울면서 혼잣말로 할아버지 욕을 합니다.</div> <div>당신 때문이라고. 당신이 내 아빠를 이렇게 만들었다고. 우리 아빠도 이렇게 살고 싶진 않았을거라고.</div> <div>정말 밉다고. 꿈에도 나타나지 말라고. 죽어서 만나게되면 죽빵 맞을 준비 하라고, 가만두지 않을거라고.</div> <div>그런 당신도 아버지라고 우리 아빠는 당신 무덤 앞에서 이제 당신을 이해하노라며 운다고.</div> <div><br></div> <div>그런 저도 못난 내가 튀어나올 때마다 그 속에서 아빠를 만나게 되면</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런 아빠의 모습을 용서..까진 아니더라도 이해하게 되면서</span></div> <div>마음에 맺힌 응어리가 조금씩 풀어지면서 나를 돌아보고 개선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div> <div><br></div> <div>그래서 용서하는 것이 내가 편하는 길이라고 하는 건가봐요.</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냥.. 별거 아닌 살아가는 얘긴데 적어보고 싶었습니다.</div> <div>쓰면서도 몇 번이나 울컥울컥했네요. 어휴 우리 아빠 짠내...</div> <div>이렇게 내 안에 괴로운 기억 속에서 아빠를 조금씩 안아가면 </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언젠가 아빠의 모습에서 더 자유롭고 평안한 내가 될 수 있겠죠.</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렇게 노력하다 보면 제가 가장 두려워하는 내 부모같은 부모가 되는 것보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조금이라도 더 나은 부모가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span></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div> <div>연휴 건강히 잘 보내세요.</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