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마취가 풀리기 시작해서 마니 아프지만 뭐 그래도 드디어 몇 년동안 앓던 이를 다 뽑았습니다.</div> <div> </div> <div>진짜 이 망할 사랑니들때문에 전 몇 년동안 무서웠어요.</div> <div> </div> <div>그러니깐...... 일단 제가 사랑니라는 존재를 의식하게 된 것이 대략 고등학교로 등산하러 갈 때였을 거예요 그 학교가 워낙 높은 곳에 있어서 올라가는 길만 해도 현 남산 등반길이랑 비슷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굽이치는 곳에 있어서 매일 아침 등교할 때마다 졸업할 때쯤이면 내 다리는 보통 사람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헛된 망상도 빠지기도 했죠. </div> <div> </div> <div>여튼 제 사랑니라는 놈이 잇몸에 잘 파묻혀 나던 놈이었는데 그날따라 밥이 맛난 것인지 뭔지 잇몸까지 씹어먹겠다는 느낌이었던 것 같은데 사랑니를 덮고 있던 잇몸에 상처를 주면서 제 망할 사랑니와의 만남이 시작되었쬬.</div> <div> </div> <div>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어요. 조금씩 드러나는 놈의 자체를 바라보며 아 이거 희한하게 생겼나 보네 정도로 넘겼죠. 그러다가 정말 몇 년동안은 걍 무시하고 살 정도로 그러려니 했죠.</div> <div> </div> <div> 그렇게 그러려니 하는 동안 오른쪽 이에서 점심식사의 깜짝 게스트로 나왔던 놈이 어느 사이엔가 왼쪽에 똑같이 생긴 제 형제를 더 모셔오게 되었고 한 번 특별 게스트로 나왔으면 그냥 나가야 할 놈들이 갑자기 계획에도 없던 새로운 멤버로 전환하면서 제 어금니들의 맨 뒷열에서 양치질하면 제대로 닿지도 않는 위치에서 썩어들어가기 시작한 겁니다.</div> <div> </div> <div> 이쯤 되면 그냥 뽑으면 될 것이지 뭐가 그리 대수라고 하면서 말할 법도 하죠? 네, 그래서 동네 치과가서 물어봤죠 그 당시 동네 치과임에도 불구하고 서울대에 가끔 세미나 하러 가기도 하는 아주 놀라운 실력을 가지셨다고 자부하시는 의사쌤이 계시는 치과로 가서 제 사랑니에 대해 상담했죠 그리고 하시는 말씀이,</div> <div> </div> <div> "이거 못 뽑아요."</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아니 사랑니 하나 뽑는게 뭐 대수라고 이걸 못 뽑아요 라고 여쭤보니 제 사랑니라는 놈들이 전부 눕혀서 나오셨다는데 하필 누운 자리가 제 신경이랑 연결 된 곳 바로 위라는 거에요.</div> <div> </div> <div> 무슨 말인지 몰라 그럼 어떻게 해요 하니깐 좀 더 큰 병원 가라고 하는 겁니다.</div> <div> </div> <div>지금은 어디 딴데로 이사가고 현재 사일런트 힐에서 나올법한 모습으로 남아 있는 서울 중대병원이 제 두번째 목적지였죠. 뭔 이 하나 보는데 그리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전문적이냐 싶었는데 어휴 이 놈의 병원의 치과는 좀 다르긴 다릅디다.</div> <div> </div> <div> 딱 들가자마자 몇십분 기다리게 하고 겨우 제 차례가 되어서 들어가보니 이게 뭔지 의사 수만 해도 꽤 많아 보이는데다 동네 치과에서 2, 3개 정도밖에 보이지도 않는 그 공포의 진료대가 의사 앞에 하나씩 거의 열 몇대가 있더군요. 뭐 이딴데가 있나 싶어서 일단 앉아서 사랑니가 썩은 것 같다. 덕분에 턱도 좀 아픈 것 같다 면서 제 개떡같은 친구에 대해서 설명하니 일단 엑스레이나 찍자면서 찍어서 보곤 하시는 말씀이,</div> <div> </div> <div> "아, 이거 안 뽑아도 돼요."</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이건 또 뭔 소리야, 내가 이가 아파서 왔다는데 이걸 안 뽑는다고?</div> <div> </div> <div> 그 다음부터 뭐라뭐라 지껄이기는 했는데 제 입장에선 이미 제 앞에서 지껄이고 있는 의사의 이름과 내가 진찰받기로 한 의사의 이름이 같은 사람인지 의심부터 하고 있던지라 기억도 안났습니다. 유일하게 기억나는 것은 사랑니 보다는 턱 교정을 위해서 이러한 교정기가 있다면서 이거면 안 아플 것이다 라고 말하는 장사치 아저씨의 말밖에 없네요.</div> <div> 아, 이 인간 어디서 봤나 했더니 혹시 TV 쇼핑몰에서 봤나 라고 무심코 중얼거리다가 그냥 나왔습니다.</div> <div> </div> <div>그 다음으로 발을 옮긴 것은 순천향병원이었습니다. 동네 주변에 병원은 꽤 있어서 덕분에 이리저리 왔다갔다 했지만 영 시원치 않은 진찰결과에 거기다 턱 교정기를 사시면 이러한 사은품까지 드립니다 같은 개소리를 들었던 터라 설마 이 이상의 개소리를 듣겠냐는 심정으로 순천향병원 치과에 들어갔죠.</div> <div> </div> <div>아 젠장, 설마 더 심한 것이 있을 줄은 몰랐어요.</div> <div> </div> <div> "아..... 이거 뽑으면 큰일나겠는데요? 여기에 싸인해주시겠어요?"</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싸인해달라고 하면서 준 종이가 무슨 서류인지는 기억은 안 나지만 거기에 적혀져 있길 수술 하다 잘 못 하면 님 책임 이라는 글귀를 보고 영화 괴물에서 박해일이 자기 잡으려던 형사에게 외친 그 명대사 'X까'가 제 입구멍 언저리까지 왔다갔다 했지만 그래도 이유가 있겠거니 하면서 왜 이런 서류를 주는지 여쭤봤죠.</div> <div> 그랬더니 그 동네 치과의 서울대 세미나 다니신다고 하시는 그 선생님이 말씀하신 거랑 똑같이 말씀하시더라구요. 그제서야 '아, 그 선생님이 그래도 실력은 있으신가 보구나.' 라고 감탄하며 그냥 나왔습니다.</div> <div> </div> <div> 그 후로 다른 병원은 갈 생각도 안 들었지만 부모님은 제가 계속 이 아프다면서 병원에 가서 왜 그냥 오는지 모르겠다며 결국 어디 여기보다 제일 큰 병원이 있겠냐며 서울대병원까지 가긴 갔는데, 거기서도 순천향병원에서 들었던 말과 비슷한 말만 듣게 되었죠.</div> <div> </div> <div>그쯤 되니 아 이건 대체 뭐 어떻게 해야 하냐 싶더라구요. 아프기는 많이 아프냐고 물으면 그렇게 아픈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가끔씩 있잖아요? 나름 이를 잘 닦고 왔다고 생각은 했지만 갑자기 이가 시리거나 잇몸이 퉁퉁 부은 것처럼 살이 오르는 정도의 아픔이었죠. 그래서 뽑기도 힘들고, 거기다 뽑을 때 무지 아프다는 사랑니 그냥 내 가족처럼 어루만져주고 냅두자 라며 포기했었죠.</div> <div> </div> <div>1년전까지만 해도요.</div> <div> </div> <div>1년 전의 저는 어느 동네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이리저리 뛰댕기곤 했습니다. 특별히 아픈 구석은 없었지만 나름 희귀병에 걸려서 보통 사람보단 헤벌레 멍때리는 경우가 많은 탓에 주민센터에서 잡일을 하고 있었죠. 그 때까지만 해도 사랑니는 그냥 어쩌다가 아야 하는 정도였는데 그 때는 조금 달랐어요.</div> <div> </div> <div>엄청 아팠죠. 어렸을 적에 의학만화에서 그 책의 주인공 캐릭터가 자다가 아아야ㅑ야야야ㅑ야야 하면서 치통때문에 고생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당시의 저는 그걸 보고 이가 아파봐야 얼마나 아프겠냐 라며 만화의 비현실적이고 과장된 모습을 비웃었지만 그 때의 제가 아마 그 캐릭터만큼 고통스러워하지 않았나 싶습니다.</div> <div> </div> <div>갑자기 일어나니깐 엄청 아팠어요. 그 충치때문에 잠깐 고생했던 때보다 아프고 그 충치 고친다고 몸부림치느라 무슨 동물 묶어두는 그물망까지 동원하면서 겨우겨우 치료한 충치보다도 엄청 아프게 느껴질 정도로 그 날따라 엄청 아픈 거였어요.</div> <div> </div> <div>평소에 멍 때리기는 해도 잘 움직이던 제가 끙끙 앓으니 주변 사람들도 치과에 가보라고 말씀들은 하셨지만 아픈 부위가 사랑니 쪽인 것을 안 저는 가봐야 소용없다고 했었죠. 그래도 진통제 정도는 줄지도 모른다는 말을 들으니 잠깐 치과 갔다온다는 결재를 받고 주민센터 근처에 있는 치과로 갔죠.</div> <div> </div> <div>뭐 그 치과로 말하자면 허름하기는 하지만 꽤 큰 곳이라고 해야하나, 큰 것에 비해 안에는 뭐 특별한 것이 없어보인다? 그런 표현이라면 적절하다고 생각하네요. 안에는 나이 많아 보이시는 의사 선생님하고 간호사 아주머니 두 분이서 운영하시는 곳이었어요.</div> <div> </div> <div>일단 진료를 해야하니 늘 안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공포의 진료대에 몸을 기대고 의사쌤은 제 이를 찬찬히 보시기 시작하셨죠. </div> <div> </div> <div> "어, 이거 사랑니가 눕혀서 나왔는데...... 썩었네요?"</div> <div> </div> <div> "아, 그쳫?"</div> <div> </div> <div> "진료할 땐 말씀하지 마세요."</div> <div> </div> <div> "녜헿"</div> <div> </div> <div> "이거 뽑아야겠는데요?"</div> <div> </div> <div> "녜헿???"<br></div> <div> ????</div> <div> </div> <div> 이건 또 무슨 말이지. 이 의사선생님이 뭐라 말씀하신거지? 뽑는다고요? 뭘요? 제 이를요?</div> <div> </div> <div> 진료가 끝나자마자 전 제가 잘 못 들은 것인지 다시 확인해봤죠, 그리고 제 이에 대한 내력까지도요. 그리고 그걸 다 들으신 의사선생님은 쿨하게</div> <div> </div> <div> "아 됐고 뽑으려면 지금 뽑아줄 수 있어요."</div> <div> </div> <div> 제가 모태신앙이긴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기독교에 대한 신앙은 매우 없는 편입니다. 지 잘 믿는지 어떤지 확인하려고 들었다 놨다 하는게 뭔 신인가요 밀당하는 여자 아니면 줬다 뺏어가는 양아치 새끼지. 여튼 종교에 대해서 매우 부정적인 저도 그 순간만큼은 이 의사쌤이 혹시 신이 아니신가 싶었습니다.</div> <div> </div> <div> 엑스레이 찍어보자 말씀하셔서 바로 엑스레이실로 가서 찍은 다음에 마음이 바뀌시진 않으셨나 다시 여쭤보니</div> <div> </div> <div> "흠.... 좀 깊이 있긴 한데..... 그래도 뽑을 수 있어요."</div> <div> </div> <div> 그 다음은 일사천리로 지나갔죠. 그 날 처음 지금까지 살면서 그렇게 아팠던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또한 그렇게 통쾌하고 상쾌한 순간은 없었죠.</div> <div> </div> <div> 거울을 보고 다시 확인해봐도 오른쪽 열 맨 뒷쪽에서 검게 썩은 얼굴로 절 보며 늘 비웃던 그 놈이 없었습니다. 대신 흰 거즈 위에서 뭐가 부끄러운지 뿌리를 베베 꼬면서 치부를 드러내고 있던 못생긴 사랑니가 있었죠.</div> <div> </div> <div> 선생님도 이렇게 뿌리가 뒤틀린데다 튼튼하게 나온 놈은 흔치 않다면서 웃으셨고 저는 여전히 엄청 아파왔지만서도 같이 웃었죠. 그리고 덤으로 왼쪽도 뽑아야 한다면서 제 웃음을 날려버리시기도 했지만.</div> <div> </div> <div> 그리고 오늘, 왼쪽 맨 뒷열에 있던 두번째 불청객도 뽑혀나갔습니다. 1년 전에 제가 엄청 아파했던 걸 기억하셨는지 생으로 팍 하고 뽑진 않으시고 짜잘하게 잘라서 뽑아주시더라구요. 그래도 전 아프다고 징징 거렸지만....... 제가 엄살이 너무 심해서 어쩔 수가 없어요 ㅠ</div> <div> </div> <div> 오늘 뽑은 이가 어떤건지 보려고 하니 말그대로 토막이 난 상태라 어떤건지 못 봐서 실망하고 있었는데 옆에서 선생님이 손수 조각을 맞춰주시더군요. 그리고 저도 이런 이가 사람한테서 난다는 것을 보고 충격받았습니다. 세상에 무슨 이빨 뿌리가 사람 새끼손가락 손톱만하게 나올 수가 있나요. 대체 저런 이가 왜 저한테서 나오게 된 건지 모를 일입니다.</div> <div> </div> <div>여튼 저를 몇 년동안이나 괴롭혀 왔던 사랑니가 드디어 다 뽑혀져 나가서 기분이 매우 좋네요. 이 기쁨을 다른 사람한테도 표현코자 잠깐 앉아서 써봐야징 하고 있는데 벌써 30분이 넘어가네요...... 제가 글솜씨가 이렇게 없단 사실이 슬퍼지네요. 뭔 이 두개를 뽑는 이야기 적는데 이렇게 시간을 쓰다니.......</div> <div> </div> <div>뭐 쨌든 그렇다는 앓던 사랑니를 뽑아서 좋았다는 이야기입니다.</div> <div> </div> <div>헿</div>
<img src="http://cafeptthumb1.phinf.naver.net/20140920_50/jdh07100_1411199321154ExziF_PNG/%C0%E1%C0%E1%C0%CC.png?type=w740" alt="%C0%E1%C0%E1%C0%CC.png?type=w740">
키도츠보미님 레알 감사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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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르르르님 감사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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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떡국님 감사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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